한기총, 연합기관 통합 위한 '기본합의서' 부결

한기총, 연합기관 통합 위한 '기본합의서' 부결

교계 연합기관 통합 논의, 과거 답습 우려
물리적, 업적주의 통합 안 돼, 가치 지키려면 환골탈태 해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2년 03월 16일(수) 13:38
2021년 10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대표 및 관계자들이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연석회의를 가졌다.

/한국기독공보DB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최근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내밀었던 '기본합의서' 실행 약속마저 지키지 못했다. 연합기관 통합 전제 조건인 '이단 일소' 빠진 효력 없는 합의서 체결까지 이끈 신중하지 못한 추진 배경에는 오히려 책임론까지 제기될 양상이다.

#한기총, 한교총 미래발전위와 채택한 '기본합의서' 부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지난 7일 임원 회의를 열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지난 2월 연합기관 통합을 위해 체결한 기본합의서를 부결시켰다. 한 달도 안된 합의안 부결에 '통합 논의 종결'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한기총 임시대표는 16일 현재 "임원회 결의대로 연합기관 통합 논의는 종결된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임원회에 대한 (절차상 하자로)이의 신청이 접수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와 한기총 양 자간 통합 논의는 출발부터 우려가 컸다. '한국교회연합'을 최종 협의 대상에서 제외해 목적과 기능을 상실한 절반의 통합 추진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특히 교회를 보호해야 할 연합기관이 이단을 옹호 및 방치하는 등 수년간 야기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해결 준비가 안 돼 애초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해결'을 강조해 온 양 측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완전한 통합'을 위한 조건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양 측은 △상호존중 △공동 리더십 △플랫폼 기능 등을 통한 긍정적 방향을 제시했고, 추후 '회원, 지도체제, 법인, 사업, 재정, 사무소와 직원 운용' 등의 제반 사항을 협의해 임시 총회 승인까지 얻겠다는 로드맵을 합의한 상황이었다. 일부 대표는 합의 과정 중 "9부 능선을 넘었다"라는 긍정적 표현을 써가며 청신호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서 부결로 연합기관 통합 논의는 사실상 종결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합의안에 반대하는 한기총 내부 갈등이 점화될 뿐만 아니라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이 예상돼 한기총의 앞날은 오리무중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3일 소강석 목사(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는 SNS를 통해 "한기총 임원회에서 연합기관 통합 합의안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결의 과정에 하자가 있다는 또 다른 소식이 들리기도 한다"며, "한국교회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조건 하나가 되어야 한다. 불가능할 것 같고,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지치고 맥이 풀릴 때도 있지만, 연합사역을 도와주신 장로님들과 성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소강석)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18일 한기총 사무실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이단세탁소' ,'불법 난무' '사회 지탄' 한기총, 연합기관 갈등 조장

과거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한 근본적인 이유는 단연코 '이단', '금권선거' '지도체제 리더십' 문제가 컸다. 2011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를 비롯해 예장 백석, 대신, 합신, 개혁 등 여러 교단이 한기총의 전횡에 분노하며 회원 탈퇴 및 교류 단절을 단행했다. 2012년 97회 총회에서 탈퇴를 결의한 본교단 총회를 비롯해 예장 합동 총회도 2014년 제99회 총회에서 총대 대부분의 찬성으로 한기총 탈퇴를 전격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예장 합동 총회 정치부장 오정호 목사는 한기총을 '이단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탈퇴 주장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후 한국교회 172명의 교수도 한기총 이단해제 문제를 지적하며 성명까지 발표해다. 하지만 한기총은 오히려 교수들을 상대로 10억 원의 청구 소송을 내 갈등을 증폭시켰다. 당시 소송대책위원장 H 교수는 "이단은 총회에서 결의한 것인데 여러 회원 교단의 협의체인 한기총은 회원 교단의 동의 절차를 통해 (이단을)해지해야 하는 데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승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한기총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수들의 질타 외에도 이단 문제와 관련해 본교단을 비롯해 각 교단은 '반교단 행위'자에게 엄단의 조치를 내리며 연합기관 이단 문제 만큼은 강경한 대응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 이단 문제 여론이 주춤해진 사이 과거 한기총은 다시 한번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실제 한교총 설립전 2017년에는 한기총과 한국교회연합 양측이 통합 전제 조건이었던 '이단'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통합을 선언했다. 결국 연합기관 통합 논의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한기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여론만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당시 교계 관계자들은 "이단이 속한 연합기관과 통합하는 것이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연합기관 통합에 부정적 인식을 더 했다.

#연합기관 통합 논의, 과거 답습

한 차례 연합기관 통합 불발 후 2021년 한교총 전 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를 주축으로 또 다시 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다. 논의 과정에 한교총 기관통합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증경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구태 악습과 정치를 타파하기 위한 원칙을 고수했다. 연합기관 통합 과정은 이단 일소, 금권 정치 타파 등 '선 문제 해결, 후 통합' 절차와 규정, 원칙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지만, 한교총 기관통합추진위원회 해산 후 미래발전위원회가 그 업무를 이어가면서 근본적인 해결 없는 선 통합 논의는 가속화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기총 일부 인사들이 WCC 가입 교단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연합기관 통합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부터 갈등 양상을 증폭해 우려를 더 했고, 이는 '일부 교단에만 해당한다'는 분열과 갈등을 한층 더 조장하는 세력까지 등장해 교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과거 한국교회 연합사업에 있어 큰 역할을 감당했던 전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연합기관 통합이 한국교회에 어떠한 유익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리적 통합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고, 업적 주의의 통합은 안 된다"며, "현재 한교총과 NCCK를 양 축으로 대 사회적 목소리를 그 어느 때보다 효율적으로 내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정신이 깃든 전통과 역사, 가치를 다시 한번 성찰하고 그 정신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 한국교회가 성숙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갈라지고 분열됐던 연합기관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종점이 한국교회의 신학과 정서에 위배되고, 특정 개인의 정치적 도구, 집단의 전유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교계 최대 사안인 이단 문제, 금권 정치 등의 기본적 선제 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회 연합과 일치 사역의 균형감을 상실한 채 본연의 역할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연합기관과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는 한국교회 지도자 모두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임성국 기자
연합에 대한 우려        |  2022.06.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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