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헌금을 아십니까?

탄소헌금을 아십니까?

[ 주필칼럼 ]

김보현 목사
2022년 03월 01일(화) 11:46
김보현 목사
지난 세기까지 한국교회는 '성장'의 상징이었다. 민족복음화, 교세 배가 운동 성과로 교회 개척이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잘 훈련 받은 목회자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제기될 즈음 한편에서는 목회자들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며 '향후 10년 간 목회자 배출을 중단하고, 기존 목회자들을 재교육을 해야 한다'는 원로의 고언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회들은 성장과 비례해 늘어가는 재정 집행은 건축 사회봉사 선교 등 단기적, 내부적 목적의 사업들에 사용했다. 낡고 좁아진 예배당을 새로 짓고, 교회 인접한 곳에는 교육관 봉사관, 비전센터 등을 마련했다. 교외 지역에는 기도원, 수양관 등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 한국 교회만의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났는데 다양한 이름과 목적의 헌금이 등장한 것이다. 감사헌금, 십일조, 주일헌금 외에도 생일감사, 심방감사, 선교, 장학, 건축 등 명목의 헌금이 소개되고, 차량, 월삭, 일천번제 등 다양한 헌금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수년 전 포털사이트에 한국교회 다양한 헌금 종류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누군가는 한국 교회 헌금 종류가 85종에 달한다고 정리해 놓았다. 심지어 이를 근거로 다소 왜곡, 과장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기도 했었다.

유럽의 도시를 방문하면 중세 교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성당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시대 신앙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적 가운데 하나로 '십일조 창고'(tithe bahn)가 있다. 현재도 인구가 1만 명도 채 되지 않은 작은 마을에 무려 폭 10m, 길이 50m에 달하는 십일조 창고가 수 세기 동안 운영됐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텅 빈 모습이다.

예배 시간에 은혜를 받고 헌금을 드리고자 했으나 가진 것이 없어 헌금 자루에 뛰어들었다가 훗날 선교사로 헌신했던 리빙스턴의 이야기를 비롯해 옥합을 깬 여인, 재산의 절반을 바친 나사로의 이야기 등 성경에도 아름다운 헌신과 헌금 이야기가 있다.

텅 빈 십일조 창고와 달리 세월이 지날수록 일반 시민들에게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헌금 이야기도 있다.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에 난파선 선원들과 도시 빈민을 돕기 위해 솥단지를 걸고 모금 활동을 시작한 구세군 자선냄비 이야기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이 냄비를 끓게 해달라'는 짧은 구호와 종소리는 세계로 퍼져나가 지난 한 세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거리문화로 자리를 잡아왔다.

오는 4월 17일 부활주일을 앞두고 3월 2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절 기간이 시작됐다. 올해에는 사순절 기간 동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벌여온 사순절 금식 프로그램에 새로운 실천 항목이 하나 더해졌다. 기호식품, 미디어, 인터넷 금식을 넘어 '탄소금식'이 제안된 것이다.

시대에 따라 금식의 내용도 달라지는 것이다.

성경의 헌금 정신은 모든 것의 주인 되시고, 우리에게 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 마음을 담아 사회적 약자들, 하나님 나라의 사역을 위한 연보와 부조의 의미를 담아 표현된 것이 헌금이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께서 천지를 지으셨음을 고백하고, 신앙고백의 첫 머리에 이를 되새기는 공동체이다. 그 누구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출렁거리는 세상, 흔들리는 생태계를 향한 사명이 부여된 청지기들인 것이다.

내 삶의 자리에서 늘어나는 문명의 이기, 생활의 편이를 누리던 모습을 돌아보며 생태적 회심을 이룰 때이다. 숨 쉬며 사는 동안 우리 삶 자체는 탄소 배출과 무관할 수 없다. 뒤에 남겨진 탄소 배출, 생태계 위기로 이어질 우리 스스로의 탄소발자국을 책임지기 위해 줄일 수 없다면 행동해야 할 것이다. 교회들이 창조세상을 위해, 기후 위기에 맞서 탄소헌금을 모으며 생명 선교, 생태선교의 종소리를 울릴 때 다시 한번 교회는 희망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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