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경찰서와 교회'

김구, '경찰서와 교회'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2년 02월 17일(목) 13:53
한국기독공보 창간호 '기독교공보'는 총 4면으로 인쇄됐다. 1면은 창간사로 편집을 했고, 2면은 신문발행 주체인 조선기독교 남부대회 김관식 회장의 글과 1945년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정동제일예배당에서 열린 조선기독교 남부대회의 조직과 함께 이 때 결의된 내용을 나열하는 식으로 기사화 됐고, 신문사 이사회 관련한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3면의 첫 번째 기사가 '민족갱생운동을 위한'이라는 제목의 '기독신민회(基督新民會)' 출범 기사가 게재됐다. 사실 본보(기독교공보) 창간호의 첫 기사가 '기독신민회' 출범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기사를 통해 '한국기독공보'의 편집 방향이나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봐도 무리를 아닐 듯 싶다.

그 이유는 4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建國(건국)의 礎石(초석)'이란 제목으로 한 면의 거의 차지했다. 이 원고(설교문)의 필자는 '강흥수(姜興秀)'(목사. 이후 한국기독교장로회 44회 총회장에 지냄)이다. 이 글의 시작은 3면 첫 기사인 '기독신민회' 기사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국은 해방되었다"로 시작하는 3면 기독신민회 기사는 "완전자주독립을 향하고 매진하는 이때 우리 그리스도 교도의 사명의 더욱 중대함을 느끼고 ... 정치적 제일선에 나서서 정당운동이냐 그렇지 않으면 교회제일주의에서 그것만으로 끝일 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교회 문을 나서서 이 민중 사이로 들어가 산업, 문화, 교육, 정치, 각 방면에 그리스도 정신을 침투시키며 민족심령에 개조를 웨처 민족생생운동 신문화 건설을 위하야 전선을 베풀기 위한 정당운동이 아닌 정치의 근본운동을 위하야 출발한 것이 기독신민회 운동이다"라고 소개한다.

4면에서 강흥수의 '건국의 초석'은 1945년 11월 28일 정동교회당에서 남부대회 주최로 열린 '임시정부요인 환영회'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면서 시작한다. 강흥수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날 김구 주석의 답사이다. 필자는 김구 주석의 답사를 들은 이 자리에 모인 교인들이 넘치는 열정으로 박수로 환영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전한 김구 주석의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建國問題(건국문제)와 倂行(병행)하여 建敎問題(건교문제)를 생각한다. 卽(즉) 敎化(교화)가 없는 나라는 쉬 亡(망)하고 敎化(교화)가 있는 나라는 굳세여 亡(망)하지 안는다. 나는 朝鮮(조선)에 警察署(경찰서) 열을 세우는 것보다 敎會堂(교회당) 하나를 세우는 것이 더 意味(의미) 있는 일인 줄 생각한다"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웬만한 목사들은 설교 중에 몇 번은 예화로 들어 사용했던 내용이다. 이 말이 김구 주석가 강연에서 한국교회에 전해졌다는 것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해방되어 국가를 세우는 시점에서 민족의 지도자가 교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담긴 의미는 교회를 세워 교세를 확장해 나가라는 것은 아니다. 강연 내용에 담긴 뜻은 '교회가 교회의 역할을 제대로 잘 감당하라'는 것이 아닐까? 민족의 독립을 위해 피를 흘렸던 한국교회를 염두에 두고 그 남겨진 유산에 따라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해방을 맞이한 한국 사회는 세워져 가는 국가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 뜻은 본보 창간호에 그대로 담겨있음을 확인한다.

강흥수 목사는 김구 주석의 말을 인용한 후 "民族(민족)의 百年大計(백년대계)를 세우고 國家(국가)의 久遠(구원)한 理念(이념)을 세우려는 우리는 다만 이러한 經濟問題(경제문제)의 解決(해결)만을 爲主(위주)한 施策(시책)으로 人間(인간)이 참된 幸福(행복)이 完成(완성)된다고 보기에 躊躇(주저)치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좀 더 깊게 우리는 建國(건국)의 基盤(기반)을 먼저 세워야 한다"면서 성경 말씀을 통해 두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道義(도의)의 礎石(초석)우에 세우기를 主張(주장)한다'(마 七:14-19)는 것이며, 두 번째는 '大能(대능)의 攝理(섭리)를 仰願(앙원)하자'(詩 百二十七) 이다.

김구 주석의 강연 내용대로 현재 우리 나라에는 크고 작음을 떠나 경찰서보다 교회수가 많다. 김구 주석이 교회에 기대했던 내용대로 이루어졌다면 우리나라는 최소한 도덕적으로 흠잡을 수 없는 사회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김구 주석이 기대했던 만큼 교회가 교회의 재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으면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 "덜 나쁜 후보를 뽑아야 한다." 왜 우리사회는 우리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흠결이 없는 후보를 뽑을 수 없는 것일까?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교회는 무엇을 했나? 마음의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본고는 발행된 신문에 게재된 원문으로 인용했으며, ( )는 한자를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해 한글로 표기했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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