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 축복, '위기'

역설적 축복, '위기'

[ 주필칼럼 ]

김보현 목사
2022년 01월 27일(목) 11:41
광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재발했다. 인명이 희생됐다. 시공사인 유수한 대형 건설사는 이미 한 해 전 또 다른 지역의 재개발 현장에서도 사고를 낸 바 있다. 철거공사를 진행하던 중 무너진 노후 건물 외벽이 버스 정류장을 덮치는 인명 피해가 났을 때 내놓은 그룹 회장의 재발 방지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해묵은 규칙 하나가 소환됐다.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 세상에 알려진 지는 벌써 90년이 넘은 이론이다.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는 반드시 작은 사고, 혹은 잠재적 징후들이 나타난다는 것이 골자다. 여행자보험 회사에 근무했던 허버트 하인리히는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하나의 규칙을 발견해 발표했다. 즉 큰 사고가 발생되기 전에는 평균 29번의 작은 사고들이 앞서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1대 29대 300백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변치 않는 노동 현장, 인재(人災)를 가볍게 여겨 온 우리 모습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시공사는 붕괴 사고 이전 이미 각종 규정 위반으로 관할 구청의 행정 처분을 27회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 관련 접수된 민원 건수도 300여 건. 하인리히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이다.이 원리를 생태계에 적용해 보면 '전(全) 지구적, 불가역적 재난' 시점이 임박했다는 주장 또한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깨어진 생태계,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사례들. 사라지는 빙하, 화산 폭발, 지진과 쓰나마, 수퍼 태풍, 대형 산불 등 최근 들어 이어지고 있는 역대급 자연 재해와 대규모 재난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난들을 대형사고 전에 일어나는 작은 사고나 잠재적 징후들로 치환해 보면 이야기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재난과 재해 목록 30개는 금새 채워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땅과 바다의 크고 작은 이상 징후나 잠재적 위기 건수 3백을 채우기까지 소급 기간은 그리 길게 잡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상황을 무엇이라 표현할까. 지구촌에는 언제라도 기후 위기로 인한 엄청나고도 이제껏 경험할 수 없었던 재난과 생태계 붕괴가 당장 일어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한다. '위로부터 오는 기회'라고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모든 위기가 기회가 될 수는 없다. 위기를 진정 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역설적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상(喪) 중에도 끼니는 챙겨야 하고, 전쟁 중에 로맨스가 꽃 피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참된 위기의 순간, 중요한 순간에 우리는 집중할 수밖에 없고, 부대적인 것들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전선(戰線)의 급박한 상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작전사령부 또한 전투 현장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소통 부재와 안이함, 방심 속에 전선은 궤멸되고 사령부는 오판에 빠져 패전의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은 균열, 파손과 진동 등 위험 신호 등에 적절히 대처할 때 다소 부실했던 공사 현장은 대형 재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커져가는 생태계의 신음 소리를 듣고 탐욕과 나태 이기심의 행진을 멈춘 인류에게 유예를 넘어 회복의 작은 희망이 허락될 것이다.

사라져 가는 교회 내 청년 세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는 교회학교 어린이 부서들, 회복되지 않는 신학교 입시 경쟁률 하락세 등 통계상 지표들이 심각하다. 더불어 교회 수와 목회자 수는 여전히 증가세인데 교인 수는 지난 10년 새 500명 규모 1천 교회가 사라져 버렸다.

모처럼 고향집을 찾고, 가족들을 돌아보는 복된 설 명절. 고향 마을과 교회, 우리 가족은 모두 안전하신지 새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김보현 목사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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