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핵과 친핵사이' ...시민단체 반발 확산

정부 '탈핵과 친핵사이' ...시민단체 반발 확산

종교계 및 시민환경단체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추진 반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2월 30일(목) 14:59
원자력진흥위원회(원진위)에서 지난 12월 27일 심의·의결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기본계획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독교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연대'(핵그련)는 지난 12월 29일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과 원자력진흥정책 폐기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원진위의 해체 및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과 원자력진흥정책 폐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핵그련은 성명서를 통해 "무책임한 기본계획안의 작성과 및 심의, 의결과 파이로프로세싱을 비롯한 각종 핵산업진흥정책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 산업부와 원진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핵그련은 산업부가 의견서 제출 기한(12월 22일)이 끝나기도 전에 원진위 전문위원회에게 기본계획안 검토를 맡겼으며 국민 의견을 다 받기도 전에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상정할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하고 "산업부가 기본계획안을 수립하면서 이해당사자나 시민사회 등 국민의 의견을 일체 수렴하지 않았고, 이를 반영할 뜻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권고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원전지역 주민, 시민사회계, 원자력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새롭게 논의를 진행할 것)을 토대로 작성했다고 했지만 시민·환경단체는 "계획 승인 이전에 이뤄졌어야 할 지역주민 의견수렴과정을 사후로 미뤄놓고 계획을 통과시켰다"고 반박했다.

핵그련은 또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R&D) 사업에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로(핵폐기물)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한 연구를 위해 R&D를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3년전 핵 확산성 우려 등 각종 논란으로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안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핵그련은 정부의 핵산업진흥정책에 대해 "파이로프로세싱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바가 없는 재처리 기술"이라면서 "오히려 핵폐기물을 늘리고, 감당 못할 새로운 핵발전소로 이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위한 기술로 오용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기로 한 것"이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월 27일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비롯해 종교단체와 시민·환경단체가 연대한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이하 전국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 심의·의결을 중단하라!"면서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 안건 상정을 반려하고, 기본계획안을 다시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산업부의 기본계획안은 지난 40년 동안 정부가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을 마련 못한 책임을 핵발전소 지역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지역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방향"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이번 기본계획안에 고준위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 마련 전까지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핵발전소 부지 안에 고준위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하라는 내용을 기본계획안에 담았다. 20년 내에 최종처분을 위한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최종처분을 위한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환경단체들은 부지선정을 위한 연구도 시작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20년 내에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번 기본계획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빗발치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기본계획안 수립과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을 강도높게 비판했으며,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지자체가 기본계획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국 16개 기초지자체로 구성된 '전국 원전인근지역 지자체 동맹'과 핵발전소 소재지역인 '전국 5개 원전소재지 기초지자체 행정협의회'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기본계획안 반대에 나섰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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