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대형 스크린, 꼭 필요한가?

본당의 대형 스크린, 꼭 필요한가?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12월 06일(월) 12:45
공연시설 등에 설치되는 대형 스크린이 교회에도 꼭 필요할까? 거룩함을 체험하는 성스러운 공간에서 스크린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 해 전 어느 교회에서 본당에 프로젝터 설치 문제로 교인들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고, 반대하는 편에 섰던 담임 목사까지 공격을 당하게 되자 결국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한 일이 있다.

프로젝터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필자는 누구보다 프로젝터 덕을 많이 보았다. 얼마 전까지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프로젝터와 연결해 다양한 자료들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면서 설교나 강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앞서 온갖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다 사용해 보았다. 혹시라도 프로젝터를 설치하지 못한 교회나 단체를 고려해, 필자는 직접 구입한 프로젝터와 전동 스크린을 차에 싣고 다니기도 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도 25년 전 예배실에 프로젝터와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하고 열린 예배 방식을 도입하면서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때도 필자는 교회가 본당 중앙에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 동안 대부분의 교회들이 본당에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프로젝터 설치를 일종의 발전으로 여기며 동참했다. 고성능 기기를 도입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제 '왜 프로젝터를 설치해야 하는지', '본당에 꼭 프로젝터를 설치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교인들이 거룩함을 체험하는 성스러운 공간이어야 하고, 그렇기에 그 자체로서 일종의 가상공간이다. 그런데 프로젝터를 통해 또 다른 공간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 전체적인 예배 공간에서 목회자 얼굴만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지, 그래야 할 정도로 교회 공간이 넓은지, 성경구절과 찬송가를 보여주며 종이책을 밀어낼 필요가 있는지, 정말 그 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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