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목회자, 성도 '영구제명' 목회자 '회개 후 복권'

성범죄 목회자, 성도 '영구제명' 목회자 '회개 후 복권'

기독교반성폭력센터 '2021 개신교성인지감수성'여론조사 결과 발표...치리에 목회자-성도 의견차 보여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1월 22일(월) 16:27
목회자가 교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목회자 치리에 대한 일반 성도와 목회자의 의견차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공동대표:방인성 강호숙 박유미)가 지난 18일 발표한 '개신교성인지감수성' 여론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성범죄에 대해 일반 교인 86.5%가 '영구적으로 제명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목회자들은 그 절반 수준인 44.6%만 동의했다. 목회자는 '영구 제명'대신 '목사직을 정직시키고 일정기간이 지나 충분히 회개한 후 복권시킬 수 있다'(49.0%)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성도는 9.7%에 불과했다.

목사가 배우자 이외의 이성 교인과 불륜을 저질렀을 경우도 비슷했다. 교인 85.0%가 '영구적 제명'을 꼽았고 목회자는 49.6%만 이에 동의했으며, '회개 후 복원'은 목회자의 비율이 45.0%인 반면 교인은 11.2%에 그쳤다. 그러나 불륜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교인 42.7%가 '목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했지만 목회자는 74.0%가 '목사의 책임'이라고 대답했다. 목회자들은 일반 교인들에 비해 불륜의 책임은 크지만, 그럼에도 영구 제명보다는 회개 후 복권시키는게 적절하다는 생각이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목사가 금하거나 조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교인과 목회자 모두 성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교인의 65.1%가 목회자의 '성범죄, 성적 스캔들'을 가장 높게 꼽았으며, '부정직한 재정 사용, 돈 욕심'(52.2%), '이념 편향적 설교, 정치적 행위'(36.7%)순으로 응답했다. 목회자도 '목사가 하지 않아야 하거나 조심해야 할 것'에 대해 82.5%가 '성범죄, 성적 스캔들'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최근 3년 동안 출석교회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벼운 신체 접촉'을 겪은 비율이 22.5%로 가장 높았고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별명 사용'(11.0%), '가벼운 성적 농담'(9.5%),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지속적인 연락'(5.5%) '짙은 성적 농담'(3.3%) '사생활에서의 성적 경험에 대한 질문'(3.2%) '심한 신체 접촉'(2.1%) '본인이 원하는 않는 성관계 요구'(2.0%) 순으로 나타나 교회 내 성희롱이나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국교회 성범죄 대처 시스템은 부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에서 성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그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교인의 24.0%만 '잘 갖춰져 있다'고 응답했을 뿐 부정적인 평가가 2배(55.9%) 가량 높았고, 목회자들은 대부분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93.7%)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공적인 기구가 없음'(61.6%), '사건을 덮는 데에만 급급함'(59.3%)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목회자도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게 나타났다.

교회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교회 내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다'는 교인은 8.2%에 불과하며 그보다 10배가 높은 82.2%가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64.8%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목회자는 54.5%가 '예방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일반 교인보다 높은 96.6%가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높은 응답은 교회에서 더이상 성을 감추거나 금기시하는 영역으로 두지 않아야 하며 사회에서도 성과 관련된 교육이 강력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볼 때 교회 역시 이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교인과 목회자 모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의 개신교인 800명과 담임·부·협력목사 등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교회 내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좀 더 현실적인 연구와 교육을 통해 향후 성범죄 예방 교육 프로그램 및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교회공동체의 회복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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