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경희 씨의 '꿈이 피어나'요

탈북 청년 경희 씨의 '꿈이 피어나'요

이경희 작가 첫 전시회 '피어나 - 꿈이 피어나'개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1월 10일(수) 17:29
여전히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북한에서 왔고 남한에서 자랐다고 말하는 것이.

하지만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하겠다고 전하고 싶었다.

이경희 작가(시카고 예술대학 입학 예정)의 생애 첫 전시회'피어나-꿈이 피어나'가 오는 11일부터 30일까지 종로구 연지동 스페이스 코르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버켄장학재단(이사장:백도웅)장학생으로 선발돼 베일러국제학교에서 4년 동안 미술 공부를 하면서 그린 작가의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이경희 작가는 베일리국제학교 재학 중 2019년부터 3년 내내 '스콜라스틱 아트 앤 라이트 어워드'에 출전해 각종 상을 휩쓸었으며 2019년 '모던보이(Modern boy)'로 내셔널 골드 메달(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1923년부터 시작된 '스콜라스틱 아트 앤 라이트 어워드'는 전 세계의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내 최대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 및 작문대회다. 화가 앤디워홀을 비롯해 필립 펄스타인, 사이 톰블리, 작가 실비아 플라스, 조이스 캐롤 등 예술 분야 저명인사들이 거쳐갔다. 이경희 작가는 이 대회에서 무려 11개의 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스물 한살인 이경희 작가는 9살 때 2살 아래인 동생의 손을 잡고 탈북하며 모험을 시작했다. 9살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 벅찬 시간이었기에 상처도 깊었다. '남한'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차별과 선입견을 버텨내면서 점점 움추려 들었다. 그 때 위로가 되었던 단 하나. 그림이었다.

북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두려움, 그래서 스스로 부정하고 숨기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처를 허물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시간들을 지나 '한복'을 통해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오작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까지 이번 전시회에서 '방황' '수용' '조화'를 주제로 고스란히 담았다.

"통일이라는 주제는 너무 어려운 문제라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이경희 작가는 "하지만 남북한이 하나 되어 조화를 찾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 꿈을 한복으로 '피어나'게 하고 싶다고 했다.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구별된 남북'이 아닌 '하나된 남북'을 향한 자신만의 '한복 브랜딩'을 만들어 내겠다는 청년작가 이경희 작가. 사실 그는 한 차례 대학 입학을 미뤘다. 등록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버켄문화센터 백인혜 대표는 "이번 전시는 MZ세대 탈북 청년의 과감했던 모험이고 끝나지 않은 모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젊은 청년의 꿈이 계속 피어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전시회가 제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두렵고 떨리지만 매일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요."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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