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첫 한글 번역자 '피터스 목사' 전기 출간

구약성경 첫 한글 번역자 '피터스 목사' 전기 출간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설립한 저자 박준서 교수
"잊혀진 피터스 목사의 일생과 공헌 알릴 것"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11월 03일(수) 17:52
"잊혀진 한국교회의 은인, 피터스 목사의 공적을 알리고 한국교회 성도들이 그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구약학도인 필자에게 맡겨진 사명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여든이 넘은 연세대 박준서 명예교수는 알렉산더 알버트 피터스 목사(Alexander Albert Pieters.1871-1958, 한국명 피득)를 떠올리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구약성경 최초의 한국어 번역자인 피터스의 일생과 그가 남긴 공헌을 알리기에는 이루어야 할 꿈과 목표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박 교수는 피터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그의 큰 업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교육자인 자신의 과오처럼 여겨졌다. 피터스 목사의 흔적을 찾는데 앞장선 이유였고, 뜻을 함께한 이들과 기념사업회를 설립한 동기였다.

풀러신학교 연구교수 시절 기념비 하나 없이 방치된 피터스의 미국 묘소를 찾아 한국교회에 알렸고, 묘원의 추모관엔 피터스 목사의 기념 동판을 설치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그를 추모하고 감사하는 의미로 매주 묘소에 꽃을 봉헌하는 일들을 전개 중이다. 피터스를 기념하는 심포지엄과 행사들도 이어졌다. 그런데도 박 목사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교회와 특별히 다음세대에 성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과정에 한글로 구약성경을 읽게 한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가 기록되길 기대했다.

박 교수가 2년여 시간을 투자한 끝에 피터스 목사의 일생과 공헌을 소개하는 약사 전기가 세상에 나왔다. 피터스의 공로를 세상에 알리고 보은(報恩)하기 위한 마음으로 써 내려갔고, 대한기독교서회가 출간했다. 전기는 피터스가 펼친 한국에서의 초기 사역을 시작으로 한국어 구약성경 번역과 개역 작업, 선교활동, 은퇴와 서거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이외에도 어렵게 만나게 된 후손들에게 제공받은 피터스 목사의 생애 사진과 연혁을 담아 한국교회 성도들과 다음세대가 더욱 친근하고 쉽게 피터스를 알아가도록 도왔다.

전기와 함께 구약성경 시편촬요의 '영인본'까지 엮어낸 박준서 교수는 "피터스 목사는 시편 150편 중 62편을 한글로 번역하여 1898년 '시편촬요'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이 책이 최초의 한국어 구약성경이었고, 이로 인해 우리 민족은 역사상 처음으로 구약성경의 말씀을 우리 말로 읽게 되었다"며 "이후 구약성경개역자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하며 1937년 '개역 구약성경'을 완성한 피터스는 구약성경의 한국어 번역을 시작했고, 한국교회가 예배에 사용하며 모든 성도가 애독하는 공인 '개역 구약성경'을 완성하신 분이다"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피터스 목사를 어학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1871년 러시아의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895년 5월 미국 성서공회 헨리 루미스 목사의 권고에 따라 권서의 자격으로 한국 땅을 밟은 후 2년 만에 한국어를 통달했다고 했다. 이후 한국에서 62편의 시편을 한글로 번역해 1898년 '시편촬요'를 내놨다. 미국으로 돌아가 신학공부를 마친 후 1904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성경번역위원회 위원으로 구약성경 번역 작업에 참여해 1911년 최초로 구약 전체를 한글로 번역해 출간했다. 이외에도 게일의 '한영자전' 개정증보판 편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세브란스병원 이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1941년 70세에 은퇴한 피터스 목사는 미국으로 돌아가 1958년 87세를 일기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박 교수는 피터스 목사의 전기를 주춧돌 삼아 한국교회사를 전공하는 후학들이 연구작업을 지속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1927~1941년까지 한국에서 설교한 원고를 묶은 피터스 목사의 설교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그를 기념하는 영상물 제작과 장기적으로 기념관을 건립하는 일을 자신의 최종 목표이자 한국교회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 일이 부족하지만, 한국교회가 감사해야 할 은인에게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했다.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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