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배 시대의 문제와 함정

영상예배 시대의 문제와 함정

[ 주간논단 ]

이광천 장로
2021년 10월 26일(화) 08:10
2년 여의 긴 시간 동안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갇혀서 살다 보니 그리스의 신화에 나오는 처참한 지경의 그 땅을 떠올려 본다.

"역질은 우물과 샘을 덮쳤습니다. 때를 같이 하여 수천 마리의 뱀이 떼지어 땅으로 기어 다녔고 샘마다 독기를 뿜었습니다. 처음에 질병은 개, 소, 양 같은 하등 동물을 덮쳤습니다. 일하던 소가 이랑에 쓰러졌습니다. 양떼가 울부짖었고 등에선 털이 빠지며 몸은 날마다 몰라보게 여위어 갔습니다. 경마에서 선두를 달리던 말이 마구간에 들어앉아 안타깝게 죽어갔습니다. … 이제 역질은 시골 사람부터 도시 사람까지 덮쳤습니다. 이 병은 처음에는 양 볼이 상기되고 호흡에 어려움을 줍니다. 다음에는 혓바늘이 돋고 부으며, 확대된 혈관 때문에 입술을 벌리고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죽습니다. 의원들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오히려 용한 의원일수록 먼저 죽었습니다. 역질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도, 자식도, 노인도, 젊은이도, 아기도 그저 외롭게 죽어갈 따름이었습니다."

의학자이며 미국 예일대 교수인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는 '신의 화살'로 지금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왜 신의 화살인가?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은 치유의 신이면서 질병의 신인데 트로이 전쟁중 그리스인들에게 화살을 빗발치듯 퍼부어 역병을 안겼다. 코로나19가 자연이 화가 나서 또는 신들이 노해서 인간에게 내린 벌이라는 생각을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욕심에 의한 자연파괴, 과학적 진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들, 환경오염 등 심각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에게 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일군의 바이러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봤을 때 관찰되는 모습 때문이다. 코로나는 최근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이미 53년 전인 1968년에 처음 생김새를 관찰하니 둘레에 왕관 같은 형태가 보였는데, 그것은 흡사 태양 가장자리의 코로나와 비슷해 보였다. 왕관을 이루는 부분이 바이러스 표면에 솟아 있는 돌기 단백질인데, 바로 이 단백질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전처럼 누구나 마음대로 모여서 예배를 드릴 수가 없다. 어딜 가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느 교회 할 것 없이 비대면이고 철저한 단속을 받고 있다. 교회마다 예배의 인원 수가 제한되어 있고 전처럼 예배 후에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할 수가 없으니 성도의 교제는 꿈 같은 이야기다.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가?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선교를 하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구제가 바로 교회가 할 일이다. 그래서 많은 교인들은 약 2년 전부터 교회 출석을 하지 않고 대부분 손바닥에 놓여진 휴대폰의 영상(映像)을 통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와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교인들은 길바닥에 기름을 뿌리며 차를 타고 다니지 않으니 편리한 점도 있다.

어느 교회나 할 것 없이 1부, 2부, 3부의 예배는 거의 없어졌고 목회자들은 영상을 보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남선교회나 여전도회의 봉사활동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비대면이니 목회자가 해야 할 사역 중에 가장 중요한 심방이 없어진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같은 시대에는 게으른 목회자가 목회 하기 가장 좋은 시대이기도 하다.

필자와 가까이 지나는 한 친구 장로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지난 2년 동안 담임목사로부터 안부 전화 한통도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비대면 시대이니 그와 같은 일은 당연한 일처럼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상예배 시대의 문제점이고 목회자들이 쉽게 빠지는 깊은 함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예배의 사회자가 목청이 좋아서 찬양을 부르면 좋지만 듣기에 매우 거북한 목소리를 가진 부목사도 있게 마련이니 이것이야 말로 심각한 예배의 저해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럴 경우 목소리가 좋은 봉사자를 내세우는 것이 좋다.

비대면의 시대, 지금이야말로 목회자 대부분은 거의 매일매일을 전화통을 붙잡고 살아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영등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한 목회자는 일주일에 3일은 예고 없이 부지런히 교우들의 집을 찾아 심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교우들의 문 앞에서 벨을 누르거나 전화로 담임목사가 심방을 왔노라고 큰 소리로 알린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터를 잃고 실의에 빠져있는 교우들을 만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어 줄 수가 있어서 매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는 모두들 다 알고 있다. 절대 끝나지 않을 바이러스가 세상에 등장했고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마스크를 벗지 못할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들 있는 것이다.



이광천 장로 / 경천교회, 한국교회역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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