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양성과정, 학문적 지식만 요하지 않아

목회자 양성과정, 학문적 지식만 요하지 않아

[ 특별기고 ]

안주훈 총장
2021년 10월 12일(화) 08:20
사이버 신학 수업으로 만족할 수 있는 영성 훈련 어려워

오늘의 한국교회 모습을 보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희망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물론 교회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머리이신 교회는 온전하고 변함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교회의 지체인 목사가 문제이고, 장로가 문제이고 교인들이 문제이다. 더 깊숙이 들어가서 이야기 하면 교회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목사의 문제가 크다. 목사의 한 사람으로 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목사로 임직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영성과 인격을 갖춰야 하며, 눈에 보이거나 척도를 가름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 중에는 신앙을 바탕으로한 신학적인 학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에 입학해서 많은 시간과 물질을 들여 신학을 수학하고 정해진 법에 따라 목사가 되는 절차를 밟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신학을 한다는 것은 학문의 깊이만을 강조하는 일반학문을 수학하는 것과는 구별이 된다. 학문적으로 신학을 공부해서 높은 학식을 갖추고 있다고 해고 충분한 덕목을 갖춘 목사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다면 당연히 목사로서의 자격이 없다.

그래서 신학대학교에서는 신학을 학문으로도 가르치지만 목사가 되기 위한 영성훈련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신학대학교들 마다 영성훈련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6회 총회에서 온라인을 통해 신학 수업 과정을 이수하고 이명을 신청 목사고시를 치른 2명에 대해 고시 응시를 인정할 것을 결의했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을 통한 수업에 대해 백번 양보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문제점이 많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교육 현실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교육 현장은 이같은 방법이 보편적일 수는 없다. 특히 목회자를 양성한 신학대학원에서 사이버를 통한 교육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번 총회 결정의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사례가 계속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을 통한 수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신학대학교에도 이같은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신학교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미 한국교회는 1970, 80년도에 통신신학을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몇 개월 통신으로 신학 수업을 받고 목사 임직을 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배출된 목사들로 인해 나타난 문제가 적지 않았던 것을 한국교회는 충분히 경험했다.

현재 본 교단에는 7개 신학대학교에서 목회자 양성 과정인 신학대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총회가 인정하고 있는 원거리(다른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신학교에서 국내 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계속하고 목사를 배출해서 본교단으로 이명을 요청해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결과는 불보 듯 뻔하다. 힘든 과정과 많은 비용을 드려서 국내 교단 신학대학교에서 어렵게 신학 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물론 이번 총회에서 이루어진 당사자 개인의 인격과 영성에 대해 의심하거나 폄훼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온라인 신학 수업이 목회자를 양성하는 기본적인 신학 수업과 훈련이 이루어 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다행히 이번 총회에서 헌법개정안이 온라인으로 수업할 경우 목사고시 응시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이 개정 헌법 시행규정은 총회에서 선포돼서 시행에 들어갔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과정이 또 다시 흔들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목사가 갖춰야 할 덕목에 신학에 대한 깊이는 기본이다. 또한 교회 영적 지도자로서의 영성을 갖추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덕목이다.

한국교회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 70, 80%는 목회자를 향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신학 수업을 받지 않고 목사가 된 분들이 교회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때 마다 교회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치는 것을 수없이 많이 경험해 왔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신학대학교에서 신학에 대해 깊은 학문적 지식과 함께 바른 영적 지도자를 배출해 낼 수 있도록 신학대학교(신학대학원)에 대한 깊은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이에 대한 신학대학교의 응답 또한 분명해야 할 것이다.


안주훈 총장(서울장신대학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