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궤가 된 조각목은 이것이다

법궤가 된 조각목은 이것이다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31. 싯딤나무

이강근 목사
2021년 09월 14일(화) 08:38
광야의 싯딤나무(조각목)는 광야의 이정표요 쉼터다.
법궤의 재료가 된 수백년 자란 싯딤나무.
광야의 계곡가에 자라는 싯딤나무(조각목).
크고 두렵고 무서운 곳이 광야다.(신1:19). 신명기에서 말하는 광야의 표현이다. 그 광야에 유일하게 자라는 나무가 싯딤나무다. 광야를 달리다 보면 간간이 보이는 싯딤나무는 그 생명력이 신비롭다. 어떻게 이 메마르고 뜨거운 광야에서 자라날까. 우기 때 극히 작은 빗물을 머금은 수분으로 그 긴 건기를 이겨낸다.

싯딤나무의 생명력은 뿌리에 있다. 그 넓은 광야에 물기를 찾아 뿌리를 내린 싯딤나무는 상상할 수 없이 깊고 멀리 뻗어 나간다고 한다. 죽지 않기 위해 잎은 가시가 되고 스스로 가지는 우산 모양을 하며 자신을 보호한다. 그럼에도 봄이 되면 꽃을 피운다. 네게브 엔야하브마을은 싯딤나무에 양봉을 해 싯딤나무 꿀을 생산한다.

광야를 무대로 한 명작 아라비안로렌스에는 이런 명대사가 있다. "광야를 즐기는 것은 신과 베두윈 뿐이다." 그 베두윈들에게 싯딤나무는 신성하다. 베두윈들은 자신의 팔을 잘라내는 것과 같다하여 싯딤나무를 절대 자르지 않는다.

싯딤나무는 광야의 이정표요, 안식처다. 광야 한가운데 크게 자란 나무 한그루가 있으면 광야의 거리와 방향을 알리는 중심이 된다. 싯딤나무는 광야의 쉼터요 멀리 이동할 때는 얼마간 텐트를 걸어놓는 보관소다. 한때 싯딤나무로 작은 설교단이라도 하나 만들겠다며 사방으로 광야를 다녀봤지만 죽어 쓰러진 싯딤나무조차 광야 밖으로 내가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시 지났다는 시내반도에는 정말 오래된 싯딤나무들이 많다. 대단한 생명력이다. 수분이 희박한 토양에서 자생하는 싯딤나무는 수분이 거의 없다. 싯딤나무는 성장하는 속도가 워낙 느리니 나무의 조밀함이 빈틈이 없고 벌레조차 스며들 수가 없다. 광야에서 자라는 유일한 나무가 된 이 싯딤나무가 바로 성막에 안치된 법궤의 재료가 된 조각목이다.

광야의 싯딤나무에 주목하는 것은 가장 거룩하고 거룩한 말씀을 담는 궤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성막의 주요 재료로 싯딤나무를 지목하셨다. 하나님의 명령대로 이스라엘인들은 싯딤나무(조각목)로 궤를 만들었고(출37:1), 조각목으로 채를 만들었고(출37:4), 조각목으로 상을 만들었고(출37:10), 조각목으로 상 멜 채를 만들었고(출37:15), 조각목으로 분향할 제단을 만들었고(출37:25), 조각목으로 분향할 제단을 멜 채를 만들었고(출37:28), 조각목으로 번제단을 만들었다.(출38:1),

싯딤나무는 고대 이집트 때 이미 귀한 나무로 미이라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더욱 나무가 귀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생명을 나무로 간주했다. 워낙 귀한 나무라 평민들은 나무 사용이 금지되었다. 광야를 지난 경험이 없는 이에게는 그저 외로운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하지만 광야에서 임한 하나님의 거룩함을 담아낸 법궤가 되었다.

우리는 조각목의 법궤를 광야의 성막을 넘어 솔로몬이 건축한 예루살렘의 성전에서도 보게 된다. 솔로몬이 레바논의 백향목과 잣나무 그리고 값비싼 정금으로 건축한 성전은 바로 광야의 조각목으로 만든 법궤를 안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호와의 언약궤를 두기 위하여 성전 안에 내소를 마련하였는데"(왕상6:19).

성막이나 성전의 기물들은 닳고 부서지면 다시 만들면 되었지만 법궤만은 결코 다시 만들고 보수하는 일이 없었다. 싯딤나무의 겉은 금으로 입혔지만 결코 썩지도 않고 쉽게 낡아 부서지지도 않는다. 모세가 광야에서 조각목(싯딤나무)으로 만든 것은 그대로 솔로몬이 건축한 그 성전 안에 안치되었다. 조각목(싯딤나무)의 법궤는 하나님의 말씀을 담은 영원한 국보 1호다.

광야의 싯딤나무(조각목)처럼 하나님의 거룩함에 쓰임 받고 싶다는 소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다고 그 고난을 자처해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내가 광야 같은 험난한 세월을 살고 있다면 싯딤나무(조각목)처럼 나를 쓰실지도 모른다는 믿음의 인내를 갖게 한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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