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나무에서 메시야의 계보를 읽어내다

올리브나무에서 메시야의 계보를 읽어내다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29. 올리브나무<하>

이강근 목사
2021년 08월 31일(화) 08:30
올리브나무 뿌리를 주변으로 네쩨르라 부르는 가지가 보인다. 올리브나무 묘목이며 목자들은 잘라 지팡이로 만든다.
가나안 땅의 거친 기후를 말해주는 올리브나무 나이테.
올리브나무야 말로 신이 가나안 땅에 주신 선물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물과 습한 기후를 좋아하는데 올리브는 오히려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어야 제대로 자란다. 특히 열매가 한참 영그는 7~10월에는 전혀 비가오지 않는 건기여야 튼튼한 잎과 농도 높은 열매가 맺힌다. 가나안 땅의 오래된 올리브나무를 잘라보면 곱게 자란 나무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얽히고 설킨 나이테가 형성되어 있다. 얼마나 척박하고 거친 기후에서 자랐는지를 말해준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나안 땅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고고학 발굴 유적지에서는 올리브 기름을 짜는 틀이 발견된다. 가나안을 올리브의 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올리브는 나무와 열매 그리고 기름의 소산물에 이르기까지 가나안 땅의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의 공생애 마지막 주간에 찾아 기도를 드린 곳이 바로 겟세마네다. 올리브기름 짜는 틀이다. 감람산 자체가 감람나무가 심겨진 산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니 산기슭에 기름 짜는 틀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전통적으로 예수님께서 기도하셨던 곳이 바로 겟세마네의 올리브나무 아래였다고 한다. 지금도 겟세마네 교회 정원에는 아주 오래된 올리브나무 몇 그루가 있다. 겟세마네교회를 방문한 순례자들은 교회의 역사나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정원에 심겨진 올리브나무를 더 잘 기억한다. 예수님 시대부터 있었던 2000년 된 고목이라고 한다.

겟세마네교회의 올리브는 정말 2000년 되었을까?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사한 결과 대략 800년 정도 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함께 자라고 있는 여러 나무들을 유전자분석을 해보니 모두 한 가족이며 그 시작이 2000년 전의 나무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나무는 말이 없어도 예수님이 기도하는 순간에 함께 했었다는 상상만으로도 올리브나무를 거룩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올리브나무를 '거룩한 나무'라 부른다. 성지순례의 기념품이 될 만한 십자가와 낙타 등 다양한 공예품의 최고의 재료다.

다윗은 시편 23편에서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한다 고백했다. 우리에게는 지팡이나 막대기가 별 구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를 구분하여 표현했다. 목자에게 지팡이와 막대기는 그 용도가 크게 달랐던 것이다. 지팡이와 막대기는 바로 올리브나무로 만들어진다. 올리브나무를 유심히 관찰하면 뻗어나는 가지가 줄기(몸통)과 뿌리에서 동시에 자라난다. 성경은 줄기에서 난 가지를 '호테르'라하고, 뿌리에서 난 가지를 '네쩨르'라고 부른다.

베들레헴 탄생교회의 청동성화. 아브라함에서 예수님까지의 메시야 패밀리트리가 그려져 있다.
겟세마네정원의 올리브나무들. 모두가 수백년 이상의 고목들이다.
줄기에서 난 호테르(막대기)는 짧고, 몸통에서 잘라낸 부분이 두툼하여 반대로 잡으면 망치처럼 내리치는 무기가 된다. 이것이 막대기다. 이 호테르를 허리 춤에 차고 다니며 양떼를 공격하는 맹수를 물리치는데 사용한다.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에서도 이 막대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때 우리는 그의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기억하지만 다윗의 손에는 또 하나의 무기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손에 막대기(호테르)를 가지고…손에 물매를 가지고 블레셋 사람에게로 나아가니라"(삼상 17:40).

반면 올리브나무의 뿌리에서 난 곧게 뻗어난 가지가 네쩨르인데, 올리브나무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며 자라난다. 이를 보고 다윗은 이렇게 말한다. "… 네 상에 둘린 자식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시128:3).

이 네쩨르는 올리브나무의 묘목으로 종을 번식시키는데 사용한다. 묘목으로 사용할 몇 개를 제외하고는 자라버리거나 이를 취해 목동들의 지팡이로 쓴다. 양들이 곁길로 가거나 위험한 길로 빠질 때 네쩨르(지팡이)로 양들을 툭툭치며 바른 길로 안내한다. 목자는 막대기는 허리춤에 꽂고, 다른 한 손에 지팡이를 든다. 목자 되신 주께서 지팡이와 막대기로 자신을 안위한다는 것은 다윗의 실감나는 표현이다.

이사야는 이 올리브나무를 장차오실 메시야로 비유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호테르)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네쩨르)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사11:1). 메시야의 계보를 열거한 한편의 청동 성화가 베들레헴 탄생교회 한켠 캐더린교회 입구 벽에 있다. 아브라함에서부터 예수님까지 이어진 메시야의 족보를 그린 패밀리 트리(Family Tree)다. 그 패밀리 트리가 바로 올리브나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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