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다

하나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다

[ 땅끝칼럼 ] 태국 이호연 선교사(9)

이호연 선교사
2021년 08월 17일(화) 08:18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신비이다. 하나님은 어떻게 사용하실까 궁금증이 일지만, 늘 버리는 것 하나 없이 주님의 계획 안에서 모든 것을 사용하신다. 그것을 단기 선교팀을 겪으면서도 경험하였다.

모든 선교지의 형편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종교적으로 자유가 있는 곳에서는 일 년에 한 두번씩은 단기 선교팀과 협력하는 귀한 기회가 생긴다. 단기선교팀 사역은 선교사에게 정말로 큰 힘이 되는 사역 중에 하나인데, 짧은 한 주간 이지만 그 동안 선교사가 혼자서는 하기 힘들었던 사역들을 같이 하게 된다. 선교사가 호미로 밭을 일군다면, 단기팀은 큰 삽과 곡괭이로 밭을 일궈준다. 그만큼 선교사들과 선교지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된다.

필자도 청년 시절 단기선교를 통해서 여러 선교지를 경험했었다. 청년들과 같이 선교지에 가서 어렵고 고생스러웠지만, 너무나 즐겁고 보람되었던 기억들이 있다. 하지만 청년시절에 경험한 단기 선교였기에, 나에게 단기선교는 자연스레 청년들이 하는 사역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가 선교사로 가게 되었을 때, 당연히 청년팀들과 함께 협력을 할 것을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태국 남부로 오는 팀들은 대부분이 청소년팀, 장년팀 위주로 구성된 팀이었다. 방무앙에 가서 맞이한 첫 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대다수 권사님, 집사님들이었고 그리고 청년 세 명이 온 팀이었다. 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참으로 막막했다.

나도 아직 방무앙 지역을 잘 모르는데, 기왕이면 청년들이 와서 공연을 하고 어린이 사역도 하면 좋겠는데, 장년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분들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여쭤봤을 때, 나온 답은 '음식사역'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어머니 손맛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공연사역이 아닌 음식사역을 메인 사역으로 준비 하였다. 팀은 풍성한 잔치를 할 만큼 음식들을 준비해주셨고, 마을 분들, 그리고 성도분들을 극진한 사랑으로 섬겨주셨다.

그런데, 음식사역이 끝이 아니었다. 저녁시간에 방무앙교회의 성도분들과 같이 교제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이 은혜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집사님 권사님의 연배가 성도분들과 비슷하였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같이 포옹하는 것만으로도 주님의 임재가 있었다.

불교인들 사이에서 소수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성도들의 간증을 들으며, 팀원들도 큰 은혜가 되었고, 같이 손을 잡고 같이 기도할 때 성령이 일하셨다. 여기저기서 눈물의 기도가 있었고 큰 위로가 팀들에게도, 그리고 현지 성도분들에게도 있었다. 청년들이었다면 이렇게 공감대를 가지기 어려웠을텐데, 권사님 집사님들의 사랑이 통하였다. 그날 저녁 하나님은 나의 선교의 틀을 넓혀주셨고, 하나님의 선교 안에 모든 것이 협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게 하셨다.

때로는 팀에 남자 집사님들 몇 분이 같이 오신다. 선교지에서 나름 뭔가를 하고는 싶지만, 뭐를 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항상 어려워하신다. 그런데, 선교센터는 항상 수리가 필요한 곳들이 많다. 우리는 지내다 보면 익숙해져서 잘 모르는데, 남자 집사님들 눈에는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곳곳에 보수할 것들을 찾으신다. 청소년팀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공연이나 음식 혹은 수리 같은 사역은 하지 못했지만,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마을 청소년들과의 공감이었다. 말은 다 통하지 않더라도 같은 세대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짧은 영어로, 태국어로 깔깔 대면서 앉아서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또 한번 배운다.

하나님의 나라에는 정말 버릴 것이 없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필요한 사람을 보내주신다. 하나님 나라에는 정말로 모두가 소중하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그분의 뜻에 맞춰서 이미 다 계획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이호연 목사 / 총회 파송 태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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