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선교 신학의 기여점과 위험성

에큐메니칼 선교 신학의 기여점과 위험성

[ 선교여성과 교회 ] 에큐메니칼 운동과 여전도회 ③

안승오 교수
2021년 08월 10일(화) 11:21
2020년 8월 선교여성의 날 예배에서 회원들은 쿠바 선교를 위해 기도했다.
에큐메니칼 선교 신학의 기여점을 생각해보자면, 첫째, 협력을 강조하고 도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회가 선교할 때 자신만을 내세우면서 경쟁하고 분열하기 쉬운데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은 선교에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물론 에큐메니칼 신학이 초기엔 협력을 강조하다가 1952년 이후로 복음 전도보다는 세계 변혁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두면서 이것을 반대하는 교회들과의 사이에서 오히려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점은 지적해야 하겠지만 어찌되었든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점은 기여점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세계 속에서의 교회와 교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도전한 점이다. 교회는 자칫 교회 안으로 담장을 높이 쌓고 교회 밖 세상에 대해선 무관심하거나 정죄하는 자세를 지니기 싶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하나님의 관심이 세계의 샬롬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상에 대한 교회와 성도들의 책임을 일깨워주고 도전한 점에서 일정 부분 기여한 점이 있다.

에큐메니칼 신학의 기여점과 함께 한계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에큐메니칼 신학을 옹호하는 입장은 에큐메니칼 신학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에큐메니칼 신학은 기여점도 있지만, 심각한 위험성도 있음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점에서 위험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에큐메니칼 신학의 가장 큰 위험성은 복음화 역량의 약화 가능성이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기본적으로 평화와 공존을 매우 중시한다. 그런데 전통적 선교가 가장 중시하는 복음전도는 평화와 공존을 해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평화 공존을 선호하는 에큐메니칼 신학은 평화 공존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도를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고로 인해 실제로 복음전도의 약화현상이 많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에큐메니칼 신학의 대가인 이형기 교수의 '에큐메니즘의 역사적 고찰'이라는 글에도 나타난다. 그는 세계교회협의회(WCC)를 평가하면서 "그러나 WCC가 1910년 에딘버러의 WMC 이전의 복음주의적 선교열의로부터 점점 거리를 멀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분석했다.

둘째, 광범위한 포괄성과 그로 인한 효율성 감소 가능성이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세계를 잘 살게 하는 모든 활동을 다 선교사역에 포함시킨다. 정의 사회 구현 사역, 평화로운 사회 구현 사역, 생태계를 살리는 사역, 가난 문제와 질병 문제 해결 사역, 갈등 문제 해결 사역 등 세계를 불행하게 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을 선교의 과제로 삼는다. 이처럼 세상을 잘 살게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선교의 사역으로 삼다 보니 선교의 효율성이 감소된다. 복음전도 하나만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사역인 복음전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종성 전 학장은 그의 저서 <교회론>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은 … 복음 전도의 사업은 약화되고 오히려 정치적 사회적 프로그램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평할 정도였다.

셋째, 선교의 역군인 교회의 약화 가능성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에큐메니칼 신학은 복음전도에 대한 관심이 약하고 세상의 문제 해결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는다. 세상 문제 해결이 좋은 것이고 필요한 일이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다 보면 교회만이 할 수 있는 복음전도를 할 에너지가 약화되고 그러면서 교회는 자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세상 문제 해결은 세상의 다양한 기구들 역시 힘을 쓰지만, 복음전도는 오직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사역인데, 이 과제를 수행해야 할 유일한 기구인 교회가 전도를 소홀히 하면 교회는 자연히 약화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알리스터 맥그라스는 '기독교의 미래'라는 그의 책에서 "성공회 감리교 장로교 등과 같은 주류 개신교는 금세기 말 경 서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교회들은 하나같이 에큐메니칼 신학 성향이 강한 교회들이다. 통합 교단은 이런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안승오 교수 / 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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