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터에서 땀 흘리는 김영권, 정은영 목사 부부

삶의 일터에서 땀 흘리는 김영권, 정은영 목사 부부

[ 이색목회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11월 06일(금) 09:30
"한강 주변 다리에 구급차가 오가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될 때죠. 경찰들이 사진을 보여주며 실종자를 찾을 땐 마음이 더욱더 아픕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이곳, 작은 카페에 보내신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작은 비전으로 삼았습니다."

서울 한강 주변 한 작은 카페에서 근무하며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 함해노회 김영권·정은영 목사(사랑의숲교회) 부부의 사역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 세상 사람들이 일하는 삶의 현장에서 같은 근로자가 돼 땀 흘리면서도 목회자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권, 정은영 목사 부부는 2018년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교회를 개척했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중 지인 목회자가 은퇴하며 그 교회 후임자로 섬겨줄 것을 요청받아 부부 목사의 개척 스토리는 문을 열었다. 아내 정은영 목사는 정통 목회를 추구하며 안정적인 목회를 원했지만, 남편 김영권 목사가 몸으로 하는 목회, 실천하는 목회를 위해 세상 안으로 들어가는 선교적 패러다임을 추구했고, 부부는 합의점을 찾아 새로운 사역에 도전하기로 했다.

김영권 목사는 "지인 목사님께서 사역하시던 단독 건물 지하에 위치한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5만원 하던 작은 공간의 예배당을 섬기게 됐다"며 "하지만 개척 후 지원도 없었고, 생활비 마련도 힘들어 교회 운영을 위한 월세 마련을 위해서는 자비량 목회가 필요했다"고 교회 개척의 첫 시작을 회고했다.

결국 김영권 목사는 주중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아내 정은영 목사는 서울 한강 인근 주변 카페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목회자로서 예상하지 않았던 노동이었다. 노동의 강도가 세 육체적으로 고단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교회와 목회를 위해선 장사하는 특별한 목사가 되기로 작정했다.

아내 정은영 목사는 "주중 오전 10시 30분 전에 카페를 오픈한다. 밤 11시에 문을 닫으면 새벽 1시가 돼야 귀가한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고단한 일을 하면서 우리 성도들의 마음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교회를 떠나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렇게 많이 만나본 건 처음이었다. 특히 자살률이 높은 한강 주변의 일터는 최전방 선교지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때론 작은 카페에 홀로 앉아 시무룩해 진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말벗이 되기도 했다. 주어진 일터의 일은 주께 하듯 최선을 다했고, 주중 생활을 위한 일터 사역이 어쩌면 한국교회가 관심 갖지 못하는 가장 취약한 부분일 수 있기에 열과 성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정은영 목사는 "누군가는 목회자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겠지만, 이곳의 사역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교회 안에는 한계가 있지만 교회 밖은 한계가 없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며칠 전 정 목사는 장애인 자녀를 데리고 카페에 온 한 부모를 만났다.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자녀를 위해 한강 나들이에 나선 부모는 자녀가 다른 손님에게 결례를 끼칠까 봐 안전부절 못했다. 정 목사는 오히려 친절하게 그들을 이해했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음식으로 대접하며 소통했다.

정 목사는 "단순히 직원인 줄 알았는데 목회자임을 아시고 기뻐하시며 고마워하셨다"며 "오히려 저도 위로를 받았다. 하나님께서 새 힘을 주시고, 사람을 통해 일하심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남편 김영권 목사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선교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 정 목사가 일한 후 얻은 수익금으로 교회 예산을 충당해 해외 선교지 2곳을 후원하고, 청년 선교사를 파송했다. 또 미혼모 돕는 복지기관의 후원도 시작했고, 불우한 지역의 이웃을 돕는 일도 앞장섰다. 아내 정은영 목사는 먼 훗날 통일이 되는 그날 북한에서 작은 카페를 통한 목회사역을 통해 상처받은 북한 주민들을 위로하는 그날이 하루속히 임하길 기대했다.

김영권 목사는 "목회자는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며 "무슨 일을 해도 하나님 앞에서 떳떳해야 하고,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성도들의 삶의 자리에서 함께하며 어려움을 공감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부부 목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격려와 기도를 요청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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