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온라인 총회...소통과 회복의 과제 남아"

"최초의 온라인 총회...소통과 회복의 과제 남아"

본보 취재기자 방담/ 제105회 온라인 총회가 남긴 과제들

한국기독공보
2020년 10월 13일(화) 14:59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5회 총회가 지난 9월 22일 온라인 회의로 진행됐다. 105회 총회가 낳은 결과와 과제는 무엇일까? 총회 장소 안팎에서 취재한 본보 기자들이 이번 총회의 주요 이슈와 총회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방담'을 나눴다.


일시 : 2020년 10월 9일
장소 : 본보 회의실
참석자 : 김성진 편집국장(사회), 이수진 차유진 표현모 이호정 최은숙 임성국 최샘찬 기자



사회: 우리 교단의 제105회 총회가 지난 9월 22일 6시간 동안 진행된 후 폐회됐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개최마저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일정을 거듭 변경한 끝에 도림교회를 중앙본부로 삼아 총 37개 회집교회를 화상으로 연결하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회의로 진행됐다. 먼저 이번 총회에 대한 총평을 해보자.


이수진 기자: 이번 온라인 총회는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재난 상황 속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회기를 멈추지 않고 기수를 이어갔다는 측면, 또한 방역 강화조치로 대규모 회집이 불가한 상황에서 1500명의 총대를 37개 회집교회로 분산해 온라인으로 회무를 진행해 새로운 역사를 개척했다는 의의를 부여할 수 있는 한편 총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총회이기도 했다.


사회: 이번 총회에서는 총대들과 교인들이 총회에서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는가?


표현모 기자: 애당초 오후 1~5시까지의 회무시간으로는 어떠한 안건도 다루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했다면 중요 안건을 하나라도 더 다룰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 짧은 회무 시간에 예전이 너무 길었다는 지적도 있고 부총회장 선거, 인준 투표 등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진행본부 이외의 여타 회무교회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큰 것 같다.



차유진 기자: 일정 단축으로 회무 시간이 크게 줄면서 심도 있는 토의 진행이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회집교회들의 결과까지 종합해야 하는 투표의 경우 건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소통 개선과 함께 의결 시간 단축을 위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 7월 500여 명에 가까운 총대와 자문위원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연결했던 미국장로교회(PCUSA) 총회는 찬반 투표 마다 30초 정도에 결과를 내놓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장로교회가 이미 수년 전부터 활용해 온 문서공유 및 투표 프로그램이 이번 총회에 크게 기여한 만큼 본교단도 보고서 공유와 의결 과정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국 기자: 제105회 총회가 사상 첫 온라인 회의로 진행된 만큼 총대들의 관심은 총회 지도자를 뽑는 선거 방식과 진행에 집중되기도 했다. 총회 기간 단축 및 회무 간소화로 선거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총회 선거는 큰 문제 없이 원활히 진행됐다. 부총회장 목사 장로 두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해 전국 회집교회에서 투표가 진행됐고, 총투표수 1461표 중 류영모 목사 1246표, 박한규 장로 1220표를 획득해 이변 없이 부총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었다. 105회 총회부터 부총회장 후보가 단일 후보일 경우 박수로 선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실행 시 회의 간소화에 따른 효율적인 운영을 이끌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선거 문화까지 선도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향후 교단의 선거 문화가 원칙과 기준은 명확히 세워나가되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신뢰와 믿음 속에 좀 더 성숙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차유진 기자: 비교적 규모가 크고 방송시설이 갖춰진 곳이 회집교회로 선정됐지만, 첫 온라인 회의였던 만큼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허설을 했지만 막상 총회가 시작되자 음량이 작거나 하울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집교회에서 진행을 도운 실무자 중엔 "단방향 소통인 예배와 예전은 문제가 없었지만, 양방향 소통인 회무에선 진행본부와 회집교회의 거리감이 크게 느껴졌다"며, 양방향 소통 능력의 향상을 위한 기술적, 체험적 노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한 회집교회 참석자는 "지역 노회 대표들은 진행본부에 모이고, 회집교회엔 그 외 총대들이 모이는 구조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모든 참가자가 1대 1로 서버에 접속하는 일반적인 온라인 회의 방식' 대신 이번에 총회가 채택한 '진행본부와 회집교회라는 이중적 구조'는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 총회 이후의 반응들을 보면 12개 노회가 헌의한 제104회기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 철회건과 장신대 총장의 인준 부결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표현모 기자: 특히 교단 내부와 외부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 철회건이 총회 석상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총대들의 반대발언이나 진행발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총회 후 불만이 여기저기서 표출됐다.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 철회 헌의안을 올린 12개 노회의 총대들과 수습안 철회에 서명한 1천여 명의 목회자들은 물론, 교계 단체에서도 이번 교단 총회의 가장 큰 이슈였던 명성교회 관련 사항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일각에서는 장신대 임성빈 총장 인준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서 연금재단 사무국장 인준은 박수로 받고, 총장 인준은 투표하게 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장신대 학생들은 제105회 총회 다음날 총회본부를 방문해 약 50m에 이르는 총회 진입로에서 피켓시위를 했고, 교수평의회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수진 기자: 초미의 관심사였던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헌의안 건'은 정치부로 넘어왔지만, 부원회의에서 이 헌의안에 대한 적격문제가 논란이 됐고, 심의를 위임받은 실행위원회의 첫 회의에서도 '심의대상이 아니다'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 채 차기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법을 잠재하고 결의한 초법적 수습안, 그 수습안에 대한 철회 헌의, 법과 규정을 따져야 하는 안건심의 절차 등 총회는 명성교회 목회지 대물림 문제로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고, 앞으로도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해 총회가 몇 년간 계속되는 분란을 잠재우기 위한 쉽지않은 결정을 했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은숙 기자: 장신대 총장 인준이 부결된 것은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교단법에 따라 선출된 총장이 총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임 전 총장이 동성애 인권운동을 방임했다는 등의 지적이 여러차례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임 전 총장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의안까지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총회가 파송한 이사회가 임 전 총장을 재인준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총장 인준에 대한 표결까지 진행됐고, 결국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한 임 전 총장은 인준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후 장신대 학생들이 총회 앞에서 '총회의 인준 부결을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펼쳤고 "학교를 향한 외압"이라며 교수와 교직원들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절차의 시시비비를 떠나 학문적, 자율성이 담보되어야 할 신학교에 정치적인 힘이 개입됐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지울 수 없는 역사가 돼 버렸다.


사회자: 교단 총회는 교단의 중요한 안건을 토의하는 회의이기도 하지만 일반 교인들에게도 방청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왔다. 또한 타교단 및 에큐메니칼 협력 관계인 세계교회와 우정을 나누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이번 총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인원수 제한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


최샘찬 기자: 105회 총회에선 회집 인원이 최소한으로 유지돼 매년 총회의 뒷자리를 지킨 방청단이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총회 현장에선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참여자들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총회는 다양한 총대를 참여시키기 위한 법제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모든 노회에서 여성 목사 1인과 여성 장로 1인을 총대로 선출해달라는 '여성 총대 할당제 의무화' 청원이 헌법위원회로 이첩됐다. 또한 지난 회기 위임·담임목사를 제외한 50세 미만의 목사와 평신도에게 총대 자격을 주는 등의 골자로 연구됐던 '총대 비례대표제'가 정치부에서 한 회기 더 연구될 예정이다. 다음 정기총회에선 청년, 여성, 젊은 목회자 등이 더욱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여러 세대와 다양한 계층과의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차유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총회 파송 선교사는 물론이고 해외 동역교단 대표 대부분이 총회에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다. 9월 24일 열린 세계선교부 모임엔 근속상 수상자를 포함해 10여 명의 선교사들만 참석해 선교현장의 상황을 전하며 기도를 요청했다. 총회 당일 편집된 영상으로 인사한 해외 동역교단 대표들은 서로의 협력과 연대가 계속되기를 기대하며, 세계 복음화와 한반도 평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총회에 경의를 표했다.


사회: 이번 총회는 최초의 온라인 총회라 미숙한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제105회기가 출범되지 못할 위기를 넘기고 새롭게 바통을 넘긴 것에 그 의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증경총회장을 대표해 인사한 림인식 목사도 "한국교회에 위기 아닌 날은 없었다"고 고백하고, "인간이 해결한 위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직 하나님께서 위기를 주장, 해결, 섭리하실 뿐"이라고 말하며, 교인들은 오직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도할 것을 촉구했다. 어렵게 교단의 제105회기가 출범됐지만 '주여, 이제 회복하게 하소서'라는 이번 총회의 주제처럼 우리 교단이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교단 산하 교회들과 교인들,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하나님이 창조하신 본연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귀한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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