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와 제물

고기와 제물

[ 목양칼럼 ]

신원홍 목사
2020년 09월 04일(금) 16:54
지난 2018년 6월에 모 단체를 통하여 뉴질랜드를 여행하게 되었다. 지상의 천국이라는 뉴질랜드는 국토면적 대비 양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이 잘 갖춰진 나라이다. 전염을 일으키는 모기나 파리가 없고, 독수리 같은 맹금류도 없고, 호랑이 같은 맹수도 없고, 뱀 같은 파충류도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천적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농작물 재배할 때 농약이나 비료를 절대로 뿌릴 수 없으며 기후조건이 좋아서 목축농장에는 항상 동물들의 먹거리(케일, 당근, 순무, 허브)가 풍부하다. 그중에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강화순무가 뉴질랜드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자연보호를 위하여 동물(양) 한 마리를 키우려면 법적으로 최소한 1200평 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농장의 보통 양 3000마리를 키운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목장 하나의 크기가 360만 평이나 된다. 우리로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뉴질랜드에서 양이 지상에서 살아갈 때는 천국에서 사는 것처럼 최적의 조건이 갖춰져 있어서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간다. 농장을 지나갈 때마다 가축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숙여 친환경적인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양들은 진작 제 주인의 음성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나는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잘살고 있는 양들의 최후가 궁금하였다. 가이드, 현지인, 식당 주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질문하였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시내를 구경하던 중 거리에서 퍼포먼스 하는 젊은이들을 보았다. 내가 궁금했던 양의 최후를 비디오로 보여주었는데 살아서는 천국과 같은 혜택을 누렸지만, 양의 마지막 생은 자동화된 도살장에서 너무도 끔찍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양들은 인간의 탐욕과 재물과 부의 수단으로 고기와 가죽과 젖을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최적의 조건인 뉴질랜드의 양과 성서에 기록된 족장들의 양을 생각하게 되었다. 풀 한 포기 찾기 힘들고 한 모금의 물을 얻기 어려운 척박한 광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자의 음성을 듣고 따라가야만 했다. 족장들의 양은 비록 뉴질랜드의 양들보다 볼품없는 체격이지만 하나님께 제물이 되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지 않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누리다 최후에 고기가 되는 뉴질랜드의 양과 세상에서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목자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며 살다가 최후에 제물이 될 것인가?

신원홍 목사/산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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