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세력의 반개혁성

개혁 세력의 반개혁성

[ 논설위원칼럼 ]

김기태 장로
2020년 07월 20일(월) 00:00
이른바 개혁 세력의 타락과 퇴행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독재권력에 맞서 싸운 결과로 얻은 개혁 세력 중심 권력의 도덕성과 순수성을 의심받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물론 과거 권위적인 집권 세력에 비해 그들에 거는 기대가 크고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최근 불거지는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갖가지 사례들을 보면 결코 일부 일탈 사례로 한정할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다. 개혁 진영 전체에 어떤 경향성과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자신들은 스스로의 잘못과 실수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명백히 드러나는 사건이나 사안들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거나 덮으려 한다는 데 있다.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 중에는 물론 사건이나 문제의 실체보다도 훨씬 크게 부풀려지고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마치 사실처럼 공표되는데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한번 잘못을 인정하면 지금까지 지키고 쌓아온 소중한 가치와 신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공포감도 자리잡고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 세력의 반개혁성에 대한 엄중한 지적과 사회적 비판은 어떤 변명과 회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갱신이 요구되는 시대적 요구이다. 개인이든 특정 집단이나 조직에 속한 사람이든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로의 개혁을 지지하고 염원하는 모든 세력들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퇴행적이고 반사회적인 사건들 앞에 통렬한 자기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개혁은 멈추는 순간 과거로 퇴행한다. 다소 거칠더라고 빠르고 전면적으로 전개되지 않으면 대부분 실패하는 게 개혁 과제이다. 개혁은 기존 지배 권력의 왜곡되고 부패한 방법으로 얻은 소유와 풍요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것이 명예이든, 힘이든, 돈이든 마찬가지이다. 그런 만큼 저항이 강하다. 목숨을 걸고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지키려는 자들의 반발과 반격을 극복하고 개혁을 성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목표를 다 이루기 전에 개혁 세력 스스로 지치고 포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크고 작은 개혁 세력의 반개혁적이고 비윤리적인 사건들은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더 이상 개혁 주체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그동안 개혁의 이념과 방향에 공감하고 동조하던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떠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관행적이고 관습적으로 허용되던 많은 일들이 보다 강화된 엄격한 기준에 의해 위법 또는 탈법으로 비난받고 처벌받는 시대의 변화에도 민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혁이란 당위성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나의 이익과 소유를 내놓는 일에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경우도 많고, 개혁적 사고를 가지고 단지 그 진영에 머물 뿐 스스로의 타락과 부패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고 무감각한 사람들도 많다.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개혁 종교이다. 매일매일 개혁되지 않으면 본질을 상실한 거짓 그리스도인이 되기 쉽다. 세상과 마찬가지로 교회 또한 항시적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회 개혁 세력의 반개혁성이나 반개혁화가 사회문제이듯 교회의 반개혁성과 반개혁화도 오늘날 한국교회 앞에 놓인 매우 중대한 해결과제다.

김기태 장로/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문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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