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가속화...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언택트 가속화...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교계, 창작자 양성 및 지원에 관심
건강한 문화 생태계 복원에 앞장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5월 29일(금) 07:26
베토벤 비긴즈 무관중 연주 실황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반대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광범위하게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가피하게' 모든 변화의 강력한 축이 된 언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문화공연계다.

코로나 이후 모든 문화행사 및 공연전시가 취소됐고 극장가의 발길도 끊겼다. 교계에서는 뮤지컬 '지저스'가 공연을 올리자마자 막을 내렸고 영화예배로 준비됐던 영화 '교회오빠'의 재개봉과 찬양 콘서트, 미술 전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문화계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문화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 '콘택트'(대면 첩촉)가 필수다. 공연이든 전시든 관객이 한 공간(현장)에서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서로가 시너지를 받아야 더 큰 감동과 설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올 수 없다"는 일상의 변화가 문화계 전반의 틀을 '콘택트'에서 '언택트'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는 이미 전 세계로 실시간 생중계되고 화상 팬미팅은 익숙해진 풍경이다. 온라인으로 각종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어났고 문화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클래식계도 무관중 연주가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교계도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극장 재개봉이 취소된 영화 '교회오빠'도 최근 애플 TV앱을 통해 전세계 70개국에서 동시 서비스를 시작했고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뮤지컬 '평양마켓'은 문화예술계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된 '랜선 공연'에 합류했다. 이번 제17회 서울국제영화제에서는 시네토크 영상을 생중계하는 '생생라이브토크'를 진행하고 유은성 씨 등 대표적인 CCM찬양사역자들도 유튜브로 음원을 발표하며 대중과 소통에 나섰다.

콘텐츠의 방식과 소비가 빠르게 변하면서 교계도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필름대표 성현 목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영화제를 준비하며 "코로나 19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영화를 보며 공감하는 시네마틱 경험을 제한적으로 만들었다"면서 "사회적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함께 영화를 보며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존 교계 문화계가 온라인 콘텐츠 영역으로 새롭게 시도하거나 확장 전환하는 움직임들이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한 문화선교연구원 김지혜 목사(책임연구원)는 "예배를 비롯해 많은 교회 행사들이 축소됐고 이에 따라 비대면 접촉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목회자와 사역자들이 유튜버로 활동하는 등 콘텐츠 생산자가 늘어났다"면서 "기존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문화활동가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장기적으로 비대면과 대면의 접점을 찾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절한 소통과 활동에 대해 준비하고 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맘닷컴 김택환 대표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장기전으로 돌입해야 한다"면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창작자들을 양성하고 그들의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교계가 힘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동안 교계 문화가 세상 문화에 뒤쳐져 있었다면 지금의 언택트 시대는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은 성공할 것이고 그 역할을 교계가 해낼 때 우리는 새판을 짤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과정에는 우려도 있다. 김지혜 목사는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의 경계가 무너지고 더욱이 유튜브는 콘텐츠 소비가 자본 창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생산자는 건강한 문화의 창조보다 소비자의 니즈에 민감해진다. 소비자 역시 콘텐츠를 편향되게 소비하고 신뢰하게 되는 알고리즘 가운데 놓이게 된다"면서 "소비 역시 기독교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또 다른 참여임을 인식하면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문화선교적 사명을 갖는 책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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