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볼 수만은 없다" 목회자들 주민 찾아가 봉사

"지켜볼 수만은 없다" 목회자들 주민 찾아가 봉사

코로나19 대구지역 교회 상황 … 장기화로 고충 커, 사역 대체 방안 모색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3월 05일(목) 17:19
쪽방촌에서 방역활동 중인 목회자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90% 이상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했고 신천지 관련 환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로 인해 특별히 대구 경북 지역 교회 95%(노회 관계자 추정)이상, 대부분의 교회가 3주째 가정예배 및 영상예배로 대체하면서 선제 대응을 통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지역 내 목회자들은 "총 비상사태"라며, "한국교회가 진실로 엎드려 기도할 때이다"라고 이구동성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경북 지역 교회를 위한 전국 교회의 간절한 기도를 요청한 목회자들은 "실수하지 않으시는 하나님만 의지하며 모든 국민과 성도들이 서로 사랑으로 하나 됨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신천지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소멸되면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구·경북 지역 교회 고충 커, 사역 대체 방안도 고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대구 경북 지역 교회들의 말 못 할 고충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노회 노회장 하동오 목사(효령교회)는 "출석 성도 100명 이하의 노회 산하 교회들은 당장 다음 주부터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지, 언제까지 가정예배 및 영상예배로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과 문의가 잇따른다"며 "대부분의 교회가 예배뿐만 아니라 모든 사역도 중단된 상태이기에 걱정이 크다. 전화 심방만으로도 한계가 있다"며 지역 교회가 이제는 예배 뿐만 아니라 사역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도 고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도들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 영상예배가 불가해 주보와 설교문을 배포해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대구동노회 이영근 목사(박사제일교회)는 "교회가 속한 지역이 확진자 비율이 높아 걱정이다. 오는 15일 주일부터 예배를 드리려고 했는데 코로나 장기화 조짐에 따라 아직 결정을 못 했다"며, "출석 성도 대부분이 가족이 없는 고령의 어르신들이기에 전화심방을 자주하고 있지만,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해서 외로운 생활과 감염 불안 등으로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보이신다. 매일 전화기도로 위로할 수밖에 없어 사역자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대구경북기독인연대 회원들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섬김 사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대구 달서구에서 시각 장애인 30여 명이 예배드리는 특수한 교회의 처지를 소개하며 어려움을 호소한 시각장애인인 경북노회 김기화 목사(하늘빛교회)는 "시각 장애인들은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만큼 오디오 설교로 녹음을 하고 장애인들이 이용 가능한 웹 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전송해 가정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히 김 목사는 시각장애인인 성도 대부분이 안마업에 종사하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마저 어려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죽음을 앞둔 환우들을 찾아가는 호스피스 병동 심방, 시각장애인 점자 방문 교육 등의 사역도 모두 중단돼 마음이 아프다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했다.

한편 교회 내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의 한 개척교회는 2월 23일부터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는 3월 한 달도 예배를 드리지 않기로 했다. 교회 담임목사는 "교회가 임대로 있으니 건물주의 요청과 다른 상가에 피해를 줄까 조심스럽다"며, "SNS를 통해 매일 말씀을 공유하며 성도들을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켜볼 수만 없다' 지역 목회자 위기극복 힘 모아

어려운 상황을 묵묵히 바라만 볼 수 없던 대구 경북 지역 목회자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목회자 자신과 가족 또한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이 있지만, 교회와 지역 주민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기독교의 사랑, 희생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힘을 냈다.

이를 위해 지역 목회자들은 대구NCC를 중심으로 기독교단체가 참여하는 '대구경북기독인연대'를 발족했다. 비대면 논의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벗이 되어주세요'라는 사역의 방향을 모색한 목회자들은 코로나19 극복 캠페인 전개와 함께 위기 상황 속에 더욱 고립된 이웃을 위한 섬김 사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2일부터는 대구 지역 쪽방촌 방역 봉사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연대는 생필품모집과 후원금 모금을 통해 독거노인, 미등록이주민 등 지역 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방역용품 제공 등의 사역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각장애인 김경화 목사가 불안증을 호소하는 시각장애인 성도들을 대상으로 전화 심방 중이다.

대구경북기독인연대 박성민 목사는 "대구 시민들이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19가 전염된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어서 교회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모두가 소극적인 상황 속에 교회가 지역 사회의 필요를 채워주고 감염 확산 방지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면 지역 사회와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응원이 될 것"이라며 전국 교회의 사랑과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 일반 시민단체의 봉사에 동참하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지역 주민을 돕는 섬김 사역에 동참하는 크리스찬들도 등장했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독거노인 및 쪽방촌 도시락 배달 사역에 동참하고 있는 경북노회 정금교 목사(누가교회)는 "지난 2월 26일부터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직접 싼 김밥과 간식을 포장해 지역 내 독거노인과 쪽방촌 주민에게 전달하고 있다. 봉사자 대부분이 크리스찬이다"며, "지금껏 진행해 온 교회의 섬김 사역과 달리 비대면 봉사 방식으로 성격이 전혀 달라 지역 사회 섬김을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한국교회가 지혜를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외에도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장영일)는 지난 4일 제5호 공지사항을 통해 "대구광역시에서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로 이번 주간이 감염 확산에 중대 고비를 맞이하는 시기임을 감안하여 예배를 비롯한 종교집회를 가정예배로 전환해 줄 것을 재차 요청해 왔다"며, "많은 교회가 예배 중단의 어려움이 큰 줄 아오나 우선 오는 3월 11일까지는 기존과 같이 교회예배를 삼가하고 가정예배나 인터넷 예배로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전하며 지역 교회 목회자들이 일관된 선교 방향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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