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성폭력 사건 처리 '개선 효과' 뚜렷

교회 내 성폭력 사건 처리 '개선 효과' 뚜렷

성폭력 처리 지침 활용 첫 사례 나와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2월 21일(금) 09:30
총회가 교회 내 성폭력 사건 처리 지침안을 마련해 성폭력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면서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과 교회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교회가 성폭력 사건에 미온적인 처리와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미투 사건 이후 교회 내 성폭력 문제의 적극적인 대응이 오히려 교회 내 성폭력 사건 처리 및 예방에 대한 개선 효과를 뚜렷하게 나타냈다는 평가다.

실제 교회 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 총회 처리 지침안을 기준으로 문제를 원활히 해결한 첫 사례도 나왔다.

본교단 수도권 지역 한 교회 청년부에 출석 중이던 임원 A는 같은 청년부 소속 B로부터 지난 2017년 11월부터 4개월 동안 성추행을 당했다. 새가족 돌봄을 목적으로 만남이 이어졌고, 급기야 단 둘만 있게 된 자리에서 B는 일방적인 포옹, 엉덩이를 만지는 등 수차례 신체 접촉을 시도하며 강제로 추행했다. B는 성폭력 전과자였지만 교회에서 찬양사역을 하고, 봉사도 열심히 하며 주변에 자신을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포장했다.

이 모습에 분노를 느낀 A는 교회 측에 B의 진정한 공개사과와 함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A는 청년부 회원들로부터 문제 원인은 피해자에게 있다는 소문 등의 2차 가해를 받았다. 결국 A는 지난 해 8월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피해자는 총회를 통해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교회가 가해자에게 지급하던 장학금 중지, 청년들의 2차 가해 중단과 사과를 요청했다.

사건을 접수한 총회 성폭력대책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수차례 갖고 전문가를 통한 객관적인 문제 파악을 통해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분석해 피해자 보호와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회 측에는 공문을 보내 총회 처리 지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교회 또한 총회가 제시한 처리 지침을 수용했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며 피해자 회복을 위한 상담지원과 교회 내 성폭력 예방교육, 가해자의 성폭력재발방지교육 이수 및 서약서 제출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A는 총회와 교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 준 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A는 "총회 교회성폭력대책위원회가 저의(피해자) 이야기를 수용해주시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총회 관계자는 "최근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며 "은폐하고 감추기 보다는 오히려 교회 공동체를 위해 성폭력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해 나가는 부분에서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교회 내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에도 앞장서주길 바란다. 총회가 성폭력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처벌 보다는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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