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문제" vs "의무화된 세금"

"자존감 문제" vs "의무화된 세금"

총회 동반성장정책에 대한 지원하는 교회와 지원받는 교회 온도차 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1월 20일(월) 08:00
총회 교회동반성장사업 정책에 대해 지원받는 교회와 지원하는 교회가 여전히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김순미)는 지난해 12월 27일 제104회기 정책협의회를 열고 2020년 교회동반성장사업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이 노회와 지원하는 교회로부터 통합적인 목회지원을 받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자립목회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노회에 제출해야 한다. '자립목회계획서'에는 시무교회 현황부터 목회자 소개(목회동기 및 경력, 성향과 장단점 및 재능, 목회철학과 비전 등), 목회지 현황(지리적 경제적 환경, 인구 현황 등), 목회계획(올해 목회목표 설정 등), 월별 세부 목회계획, 올해 중점 프로그램 소개, 예산안 및 기도제목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입장이다.

포항남노회 김주환 목사(덕성교회)는 "자존감이 상하고 다른 자립대상교회 동료 목회자들도 모멸감을 느꼈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했다. "저소득층에 생활비를 지원하는 금액을 주면서 '인생자립계획서'를 써내라는 말에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는 김 목사는 "돈 앞에서 소명자 이전에 목회자의 인격이 낱낱이 해부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중대형 교회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수명의 교인과 그에 상응하는 재정에 불과한 자립대상교회에게 '성장' 계획을 써내라는 것은 지원금을 담보로 '성장'을 일방적,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립목회계획서 외에도 교회동반성장사업 정책 가운데 '집중지원사업'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교회동반성장사업 정책 사업의 핵심은 '자립'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1년에 자립대상교회 1개 교회 이상을 '집중지원교회'로 선정하고, 3년간 3000만원을 우선 지원함으로써 자립할 가능성이 높은 교회를 우선 지원하겠다는 '집중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단, 집중지원 사업에 선정된 교회는 향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오필승 목사(신동리교회)는 "집중지원받는 교회가 100% 자립을 한다면 성공적인 정책"이라면서도 "만약 10%만 성공하고 90%가 자립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회의를 드러냈다. 그는 "실패했을 경우 지원하는 교회나 노회로부터 상호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면서 "큰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원하는 교회나 노회의 입장은 또 다르다. 자립대상교회를 지원하는 노회의 한 관계자는 "수십 년 동안 계속 지원하고 있지만 교회가 자립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지원하는 교회들도 경제적으로 어렵고, 마치 '의무화된 세금'처럼 부담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서울동북노회는 '총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수정보완 및 폐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예산에 비해 두드러진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교회동반성장위원회를 자동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서울북노회도 같은 이유로 위원회 활동에 대한 추후 방향에 대해 재 모색해 줄 것을 요청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총회 농어촌선교부 백명기 총무는 이러한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을 "지원하는 교회는 '선교비'로 책정하고, 지원을 받는 교회는 '생활비'로 받는 것"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지원하는 교회와 지원받는 교회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인 지원'을 넘어서 강단교류, 직거래장터, 전도대, 각종 봉사활동 등 자립대상교회의 자립을 위한 통합적 목회교류를 이어가는 것이 '교회동반 성장'이 추구하는 것이라고. 때문에 '자립목회계획서'에는 지원하는 교회에 대한 요청사항과 기도제목을 적고 이를 통해 양 교회가 '밀접한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 지원받는 교회에 목회자립계획서가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다. 집중지원사업 정책에 대해서도 백 총무는 "1년에 1~2개 교회라도 자립을 시키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면서 "생활비 지원과 함께 자립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맞춤형 지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사실 자립대상교회 지원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동반성장사업 정책에 의하면 자립대상교회에서 목회자에게 지급하는 생활비 외에 노회에서 교회동반성장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지원금은 전년도 결산액에 따라 최고 7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기준에 따르면 목회자 부부를 기본으로 기준금액은 월 100만원, 직계가족이 추가되는 경우 1인당 10만원 씩 부가 수당을 지급했으며 중·고등·대학생의 자녀가 있는 경우는 수업료를 가산해 지급했다. 사실상 지원금액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유는 하나다. 노회 및 노회 소속 지교회의 재정 감소로 인한 지원금액의 축소다.

지원하는 교회와 지원받는 교회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지난 12년 동안 826개 교회가 자립한 성과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상생과 교회동반 성장은 어느 한 쪽도 포기해서는 안될 문제인 것도 분명하다. 이에 교회동반성장위원회는 오는 2월 14일 실행위원들이 모여 목회자립계획서를 비롯해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진행, 지원하는 교회와 지원받는 교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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