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의 호소

15세 소녀의 호소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19년 10월 25일(금) 10:00
2018년 8월 20일, 어느 스웨덴 소녀가 자신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스웨덴 의회 건물 바깥에 앉아 있는 사진이었다. 15세 소녀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며, 스웨덴 당국이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소녀의 이름은 그레타 툰베리. 소녀는 다양한 측면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호소했다. 때로는 호소를 넘어서 당돌한 주장을 펼쳤다. 툰베리는 티셔츠에 과다하게 탄소를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말자는 이미지를 담아서 입었다. 달걀이나 우유도 먹지 않는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선택하고, 부모에게도 육식을 하지 말자고 설득했다.

툰베리는 8월 20일부터 총선일인 9월 9일까지 등교하지 않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당신들 어른들이 우리 미래를 망치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며 조용하게 전단지를 나누어 주었다.

툰베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반향이 컸다. 세계 여러 나라로 번져서 커다란 캠페인이 되었다.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었고, 전문가들도 뒷받침을 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비정부기구(NGO)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툰베리가 시작한 일인시위가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했다. 툰베리의 메시지는 짧고 명확했다. "우리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 "우리들의 집에 불이 났어요. 불이 났다고 말하려고 여기 왔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강한 메시지이다.

툰베리는 8살 때부터 인류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동시에 정치인들이 지구 파멸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툰베리의 등교거부에 호주, 영국, 벨기에, 미국 등 세계 270개 지역에서 10만여 명의 학생들이 동참했다. 2019년 3월 15일에는 59개국, 524개 지역에서 등교 거부 운동을 벌였다. 툰베리 자신은 캠페인을 위해서 학교를 1년간 휴학하고 있다.

툰베리의 말이 설득력을 얻은 데에는 폭염 탓도 있었다. 툰베리가 등교 거부를 시작한 2018년은 스웨덴의 여름이 262년 만에 가장 더웠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다. 뜨거운 바람과 산불이 나라 곳곳에서 일어났다.

툰베리는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연설했다. 190개 나라의 대표들을 향해 기후변화의 위기를 호소했다. 2019년에는 유엔 총회와 함께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연설을 했다. 올 12월에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연간UN 기후변화협약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툰베리는 9월 25일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의 바른 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상은 1980년부터 환경과 국제개발 분야에서 4명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독일계 스웨덴 자선사업가 야코프 폰 윅스쿨이 창설했다.

노르웨이의 의원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해도, 툰베리는 이제 16세가 된 소녀일 뿐이다. 자폐증과 비슷한 아스퍼거 증후군까지 앓고 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가 제한되는 장애다. 툰베리의 부모는 툰베리의 학교 결석에 염려하고 있다. 휴학을 하고도 학교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보충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어린 소녀의 절박한 호소에서 기후변화의 위기를 새롭게 보게 된다. 한국교회도 기후환경에 대한 민감성을 지닌 교회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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