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母子 죽음, 교회가 새터민 정착 사각지대 보완해야

새터민 母子 죽음, 교회가 새터민 정착 사각지대 보완해야

"새터민 사각지대, 새터민 선교의 최전방 되어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8월 26일(월) 07:47
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 씨(42)와 아들 김모 군(6)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 언론과 경찰이 이 모자의 사망 원인을 '아사(餓死 굶주려 사망)'로 추정해 알리면서 국민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논란이 되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즉시 모자의 부검을 진행했고, 23일 '사인 불명'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시신이 고도로 부패해 국과수 부검 결과, 아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찰의 최종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약물이나 독물 역시 검출되지 않아 타살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하지만 두 모자의 아파트에는 식료품이 없었고, 통장 잔액은 0원이었으며 정부 지원금은 장애를 앓은 자녀의 양육수당 명목으로 받은 월 10만 원뿐이었다는 최초 사실이 확산되면서 이유 불문 고인을 애도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 다시는 이 같은 비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탈북민 정착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별히 고인의 집에서 낡은 '성경책' 한 권과 본교단 총회새터민종합상담센터 소장 강철민 목사와 함께 찍은 '하나원 입소 감사예배 기념사진'이 발견되면서 새터민을 향한 한국교회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별히 교계는 이번 모자의 죽음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새터민의 현황을 더욱 정확히 인식하고, 새터민 정착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선교의 허브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터민 3만 명 시대, 교회가 새터민 정착 사각지대 보완해야

총회 새터민종합상담센터 소장 강철민 목사는 새터민 모자 사망 소식을 언론 뉴스보다 일주일 먼저 접했다. 그는 "믿기지 않았다. 새터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다고 할지라도 절대 아사가 나올 상황은 아니다"며 "최근 가짜 뉴스가 많아서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하지만 정말로 사망 사유를 아사로 추정해 좌절했고, 목회자로서 돌보지 못한 것에 미안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목사는 하나원교회에서 고인을 처음 만났다. 그녀는 조용하고 얌전했으며, 하나원 교회도 자발적으로 잘 나오던 여성으로 기억했다. 그녀가 하나원을 떠난 뒤 10년 만에 죽음으로 돌아오니 충격을 받았다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고인은 분명히 신앙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녀도 아팠고 자녀 양육으로 취업도 어려웠으며, 외부와도 단절한 채 조용히 살아왔다는 주변의 소식을 들어보면 그녀의 정서적 심리적인 불안감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라며 "고인의 죽음이 경제적인 문제에 따른 원인이 크겠지만,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문제에 갇혀 돌봄을 받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작용한 복합적인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새터민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을 대신할 순 없지만, 영향이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메꿀 순 있다고 했다. 그 사각지대가 새터민 선교의 최전방이라고 했다.

강철민 목사는 "새터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의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부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외적인 부분에 취중하다 보면 내면과 영적인 부분이 소홀해진다. 이제는 외·내형의 균형 잡힌 지원이 절실해졌다"며 "정부가 깊이 케어하기 어려운 새터민들의 내면의 심리와 정서, 영적인 부분에 한국교회가 더욱 깊이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터민의 사회 적응과 부적응

통일부에 따르면 1998년 947명이던 새터민은 2007년 1만 명을 돌파했고, 2010년 2만 명, 2016년 3만 명을 돌파했다. 6월 말 현재 3만3022명의 새터민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착과정에서 취업, 질병, 학업, 가족관계, 인간관계 등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한의 잔류 가족에 대한 문제 혹은 탈북에 대한 고뇌, 탈북 이후 한국 입국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사연, 체험 등으로 심리적 압박도 더 해지고 있다.

새터민 선교 단체 A 씨는 "고인이 된 한 씨도 취업과 인간관계, 결혼문제 등으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새터민들의 네트워크가 정말 촘촘히 구축돼 있어 고민과 어려움을 호소하면 아픔을 나누고 도움을 주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만 한 씨는 그 누구의 손도 잡지 못하는 외로운 삶을 택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특별히 새터민들은 남한으로의 입국 과정에서 생긴 비용(브로커)을 부담하고 있어 입국 비용의 상환 문제는 새터민 사회 정착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 중의 하나로 나타났다. 또 새터민 중에는 노령층의 비중도 적지 않고, 전문직 출신들의 사회 정착 문제도 제도상 어려움이 뒤따라 다양한 계층에 속한 새터민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에 거주하는 새터민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결과 응답자의 55.1%가 '사람들로부터(남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고, 이로 인해 61.4%는 '실업상태'이며, 65.7%는 '100만 원 이하의 월 소득자'로 구분됐다. 특히 응답자의 69.8%가 '언어생활'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면서 여전히 '새터민에 대한 편견'이 한국에서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중요 요소로 나타났다.



#새터민 정착 지원, 구휼(救恤) 넘어선 선교의 과제

강철민 목사는 24일 고인이 된 한 씨의 빈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서 모자의 죽음을 계기로 새터민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은 정착 지원이라는 단순한 구휼을 넘어서 한국교회의 선교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강 목사는 이를 위해 "새터민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전국 교회적으로 필요하다"며 "한국교회가 새터민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을 갖고, 먼저는 우월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별히 새터민을 위한 한국교회의 섬김은 겉치레적인 봉사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새터민 정착에 교회의 물질적 지원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며 새터민의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교회의 봉사는 일회성의 봉사, 행사적 성격의 봉사에서 벗어나 새터민들의 성숙과 성장에 필요한 지속적 관심과 봉사가 필요하다. 또 교회 내에서 새터민에 대한 물품과 금전적 지원이 오히려 교회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음으로 새터민에 대한 물질지원에는 뱀같이 지혜로운 관심과 지원이 요청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강 목사는 모자 죽음의 근본 원인은 '남북 분단'의 비극이 최초의 원인이기에 새터민 정착 지원은 통일준비의 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할 소중한 선교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새터민 출신 인재를 더욱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새터민을 향한 재교육(재충전)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향후 북한 주민이 대량 입국(이주)할 수 있는 문제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강 목사는 "새터민들 가운데 미래 한반도 사회의 발전과 새 역사에 헌신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여 교육하고, 우리 사회에 적응이 어려운 새터민들을 재교육할 수 있는 하나원 이후의 교육프로그램 개발도 절실하다"며 "이 같은 교육을 접목한 신앙교육이 새터민들을 신앙 안에서 굳건히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임성국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