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함이 행복이다

가까이 함이 행복이다

[ 목양칼럼 ]

이후재 목사
2019년 07월 26일(금) 00:00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흔들린다고 줄기까지 꺾이는 것은 아니다. 생(生)이 흔들려도 신(信)이 꺾이지 말아야 한다. 쾌락이 재물에서 온다면 즐거움은 믿음에서 온다. 믿음이 없이 행복은 불가능하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노동으로 보았다. 사멸하는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불멸의 흔적을 세계 안에 기록한다. 노동은 힘이 세다. 그러나 기독교는 인간의 조건을 의존으로 본다. 필멸의 인간은 의존을 통해서 영원한 세계를 누린다. 의존은 믿음과 동의어이다. 하나님께 대한 전적 의존만이 인간에게 행복을 부여한다.

뼈 아픈 고통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30년간 신앙인으로 산 청년이 국가시험에 떨어지자 교회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생이 흔들리니 믿음까지 흔들린 것이다. 성도 간에 감정이 격해지더니 교회를 옮겼다. 믿음이 감정에게 완패 당한 것이다. 갈등의 산으로 올라간 신혼부부가 은혜의 바다를 거부했다. 갈등의 쓰나미가 믿음마저 삼킨 것이다. 믿음이란 무엇일까? 이제 우리에게 믿음은 더 이상 행복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닌 듯하다. 참을 수 없는 믿음의 가벼움이라고 할까.

천국은 실재한다. 누가 천국을 누릴 수 있을까? 동물은 태어나면 자라서 사냥을 하고 새끼를 낳고 죽는다. 어떤 동물이든지 이 순환의 굴레 안에 있다. 동물계의 무한 반복이다. 인간이 태어나면 교육을 받고 돈을 벌고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키우고 늙어서 죽는다. 과정과 조건의 차이가 있지만 인간계의 무한 반복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부요한 사람에게도 동일하다. 모든 인간에게 반복되는 요소들 속에 천국에 입성할 조건이 있는가? 성경은 'No'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요소들 속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으려고 할까? 자녀가 명문 대학에 들어갔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했거나, 큰 아파트를 샀거나 이런 특정 요소의 성취로 참된 행복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악한 사람이 있다. 거만하고 야비하다. 마음에 원하는 소원보다 소득은 항상 많다. 입은 하늘에 두고 혀는 땅에 두루 다니며 간악하다. 재물은 날로 증가하고 삶은 늘 편하다. 심지어 죽을 때에도 고통 없이 죽는다. 선한 사람이 있다. 마음은 청결하고 손은 깨끗하나 하루 종일 재난을 당하며 매일 아침마다 고통이 찾아온다. 몸은 병들고 죽는 순간에도 고통이 지속된다. 시편 73편의 이야기이다. 악한 자의 형통이 행복이며, 선한 자의 고통이 불행일까? 결론은 우리를 서늘하게 한다. 선한 자가 악한 자의 형통을 부러워하면 무지한 짐승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선한 사람에게도 악한 사람에게도 행복의 조건은 사정없이 빗겨간다. 시인은 고백한다.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시 73:28) 결국 시편이 들려준 진정한 행복은 전적 의존에 있다. 의존이 선과 악을 초월하고 믿음이 생로병사마저 이긴다. 인간 행복의 최고 조건은 믿음이다.

불멸은 시간의 지속이며 영원은 시간의 초월이다. 시간 속에서 사멸하는 인간은 믿음을 통해 영원에 잇댄다. 내세의 천국도 현세의 행복도 믿음 안에서 나의 세계가 된다. 믿음은 힘이 세다. 생(生)의 비바람 속에서도 신(信)의 뿌리는 깊어야 한다. 믿음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없고 나를 만족시킬 수 없다. 행복을 누리고 싶다면 호모피데(Homo Fide, 믿음의 사람)가 되자.

이후재 목사/저청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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