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삶 사는 목사, "사명과 목적 분명하면 이중직 도움"

목수의 삶 사는 목사, "사명과 목적 분명하면 이중직 도움"

[ 이색목회 ] 한국목조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이현석 목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7월 05일(금) 22:09
"북한에 작고 아름다운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이 가장 큰 꿈입니다."

통일 후 북한에 자신의 손으로 교회를 짓겠다고 다짐한 경기노회 수정교회 이현석 목사(65세). 그는 목수다. 경량목조주택의 설계와 건축, 그리고 실내인테리어까지 '뚝딱' 해결해낼 수 있는 전문가다. 목사인 그가 목수의 삶까지 병행한 것은 14년 전. 나무와 벗이 돼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길로 접어든 후 능숙한 목수이자 또 다른 목수를 양성하는 교육자로 변신했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 말.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국목조주택건축협동조합을 찾았다. 목수들의 교육 현장을 지키던 이사장 이현석 목사는 목조주택 건축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나무를 자르고 대패질을 할 땐 마치 설교 준비를 하는 것처럼 사뭇 진지했다. "목수 일이 굉장히 재미있어요. 멋있는 집을 짓고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현대인의 로망이잖아요. 그 로망을 대신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과 보람이 커요."

잘린 나무에서 뿌옇게 쏟아져 나온 톱밥을 털어내던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난 영광의 상처는 목사 목수의 삶을 살아온 그간의 노력과 땀 흘림을 대신했다. 때늦은 선택이었지만, 기쁨과 만족도는 예상보다 컸다. 이 목사는 "이 시대에 주님이 원하시는 사역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왔다"며 "주위 동역자들이 목사 목수의 삶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셨다. 참신하다고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며 웃음 지었다.

이 목사는 목수가 되기 전까지 안정적인 목회를 추구했다. 새문안교회에서 부목사 시절을 보냈고, 서울 중형교회에 부임해 행복한 목회생활도 했다. 하지만 이 시대를 향한 교회의 사명과 본질을 고민하고 자신의 사역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목회 방향을 설정했다. 성장에만 얽매이던 교회, 마을과 하나 되지 못한 채 울타리 안에 갇힌 교회의 건강치 못한 모습을 탈피해 보고자 2002년 수정교회를 개척했다.

이 목사는 교회 개척과 동시에 사단법인 '한국미래소망'을 설립해 다음세대를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다양한 강좌를 마련한 '문화센터'도 개소했다. 주민의 요구에 부응한 문화센터에는 1000여 명의 수강생이 등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주변에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인근 학원가에 피해를 주게 되면서 과감히 사역을 전환했다.

그 변화는 이 목사가 목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사역 전환 중 한국미래소망에서 진행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치료를 위해 충북 지역에 교회 수양관을 짓기로 결정했고, 건축을 위해 모인 목수들을 돕던 것이 목수로의 첫 출발이었다. 이 목사는 "목수 일이 너무나 재미있고 보람차서 이 일을 마을 주민들을 위한 직업 훈련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았다"며 "이를 위해 2005년 평생교육원을 설립하고 목공을 비롯해 노인심리상담, 미디어영상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해 진행했다"고 전했다.

평생교육원의 목수 교육 과정은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2012년 수원역 인근 상가에는 목조주택 건축을 위한 교육원을 설립했고, 1기 교육과정에 10명의 교육생이 훈련을 받았다. 이 목사는 "향후 목조주택에 대한 호감이 높아질 것 같았다"며 "하지만 운영자가 모르면 안 될 것 같아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목수와 관련된 전문 서적들은 거의 다 구입해 정독했다. 교육과정에 진행되는 실습 현장에 참여하며 관련된 기술을 습득했다.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고가의 주택 설계 프로그램도 구입해 독학했다. 그렇게 이 목사는 전문 건축가 못지않은 실력을 겸비했고, 이제는 목수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목조주택 교육 과정을 이수한 교육생은 900여 명, 그중 30여 명의 목회자가 교육을 받았고 이 목사를 이어 목사 목수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용천노회 자립대상교회 목회자 17명도 노회의 지원을 받아 4개월 가량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교육받은 대부분의 목회자는 건축도장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일부 목회자들은 교육원이 알선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수익을 올려 자비량 선교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목사는 목회자가 이중직을 겸할 때는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온전히 이루기 위해 전문성의 필요 목적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나는 목사이고 건물을 짓는 목수이지만 교회 건물을 절대 크게 짓지 않기로 다짐했다"며 "더 많은 건축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건축할 예산으로 지역 사회와 마을 주민을 위해 더 많은 나눔 사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정교회는 교육원 사역 외에도 노숙인 급식 봉사, 지역 주민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 사업 등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하고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목사는 수정교회에서 헌금을 가장 많이 한다. 목수 일을 병행하면서 목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익을 올리게 돼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교회의 디아코니아 사역과 교육원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이 목사가 땀 흘려 벌어들인 헌금으로 수정교회는 자립했고, 이 목사의 자비량 선교도 가능케 됐다.

그는 "아직도 주변에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지만 목회자가 사명과 목적을 분명히 할 때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제 목회자는 선교 현장에서 행동해야 할 시대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선교사처럼 사역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목사는 일관되고 큰 것만 지향하는 후배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세상과 교회 안 성도들은 교회 건물만 크게 짓는 것을 복음의 확장으로 보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세상 안에 있는 다양한 목회 현장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이 시대 목회자들이 나아가야 할 진정한 방향이 되면 좋겠어요."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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