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이게 뭐예요?

목사님, 이게 뭐예요?

[ 목양칼럼 ]

신용관 목사
2019년 05월 03일(금) 14:58
양동에는 다문화 가정들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장가를 못간 농촌총각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아내가 될 사람들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50대 한국인 남편과 20대 외국인 아내가 함께 산다. 나이 차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생활습관과 문화적인 차이다. 그 중에서도 언어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우리 교회학교 아이들 중에 필리핀에서 온 아이리쉬가 낳은 두 딸, 선희와 수희(가칭)가 있다. 아이리쉬는 두 딸을 낳은 뒤에 새벽같이 공장으로 일을 하러 가 밤늦게야 돌아온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쉬는 날이 거의 없다.

선희와 수희는 말이 상당히 짧다. 항상 단답형이다. 무엇인가를 길게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한국말로 소통이 잘 안 되는 필리핀 어머니와 장애를 가진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다 보니 항상 짧게 말하고, 짧게 대답한다. 할머니는 손녀들이 혹시라도 잘못될까봐 항상 엄하게 나무라고 감시한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래 아이들의 평균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친구들의 놀림감이 될 때가 많다.

그래도 교회에 오면 이 아이들은 정말 귀한 하나님의 딸들이다. 아내가 선희와 수희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던 어느 날이었다. 선희가 나에게 다가와서 성경책을 펼쳐놓고 창세기 1장 1절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리고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물었다. "목사님, 이게 뭐예요?" 그때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했다. 선희가 정말 말씀이 궁금해서 물었던 것일까? '나도 글을 읽을 수 있다, 이제는 성경책도 읽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선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선희가 성경책을 잘 읽는구나. 선희가 커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다문화 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것이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나마 농촌은 그래도 봐 줄만 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런 것 저런 것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려서 잘 논다. 그러나 농촌도 중학교만 가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심하게 따돌림을 당한다. 공동학습이나 공동과제를 할 때 될 수 있으면 이 아이들을 피하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속한 조는 소위 '폭망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군대에 가야하고, 직장생활을 해야 되며, 이 아이들이 자라서 정치도 하게 될 텐 데 더 늦기 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신용관 목사/양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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