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유지 vs 폐지 공방 가열, 교회의 역할은?

낙태죄 유지 vs 폐지 공방 가열, 교회의 역할은?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04월 08일(월) 19:33
오는 4월 11일 경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될 낙태죄 존폐 여부를 앞두고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낙태죄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단체 65개는 지난 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해선 안된다'며 낙태죄 유지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낙태에 대한 인식은 '태아생명존중'을 외치는 교계와 온도차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3월 26~28일 남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낙태가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77%였고, 낙태를 보다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18%에 그쳤다. 특히 20~40대는 낙태가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80%를 넘었다. 낙태가 필요한 경우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선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가 36%로 가장 높았고, 강간 성폭행 등 범죄의 경우가 18%, 개인이 결정할 문제(본인선택)가 13%, 낳아서 책임 못지거나 버리는 것보다 낙태가 낫다고 봐서가 5%,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 5% 등의 순이었다. 낙태를 살인으로 본다는 입장은 45%였으며, 살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38%, 의견 유보가 17%로 집계됐다. 1994년 조사에서 낙태를 일종의 살인으로 본다는 입장이 78%였던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우리나라 낙태율은 2017년 기준 공식적인 집계만 4.8%로 약 5만건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의료계는 음성적 수술을 포함 시 공식집계의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임신, 출산, 육아의 당사자인 여성 청년들의 입장도 '낙태죄 폐지'에 좀 더 가까이 가 있어 보인다. 한국YWCA 20대 청년회원들은 지난 1월 '청년토크'를 통해 인구정책에 여성의 신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거론하며 "임신과 출산 후 맞닥뜨리는 부담을 감당하는 것은 여성이므로 인공임신중절도 여성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낙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한 단어 대신 인공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인공임신중절의 근본이유에 대해 올바른 성교육 부재,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사회제도적 여건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A교회의 여성 청년은 설교시간에 목회자가 "50살 이하 여성분들, 아이 한 명 더 낳으십시오. 아멘하십시오. 농담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여 성도 전체를 향해 출산을 권장해 매우 불쾌했다"며 "각자 사정이 다른데, 무조건 많이 낳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불편함을 표했다. 실제로 상당 수의 목회자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약 성경 말씀을 예로 들어 '아이를 최대한 많이 낳아 기르는 것이 성경적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2월 25일 성명서를 발표한 생명여성연대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구도로 낙태를 다뤄선 안된다"며 임신부터 양육의 전 과정까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진지한 고찰을 시작할 것과 여성과 아이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낙태죄를 개정할 것, 정부는 임신과 출산 영역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정보를 접근성이 용이하게 공개할 것 등을 요청했다.

교계가 낙태반대 주장을 효율적으로 외치고, 저출산문제를 해소하려면'태아의 생명 존중 차원'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여성의 입장에 서서 낙태와 출산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미혼모 문제, 여성의 독박 육아, 여성 경력 단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 등 사회문제들을 대처해 나가는 데 적극성을 띄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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