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은 우리가 받은 교육 결과…"

"독립운동은 우리가 받은 교육 결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국기독교학교 학술대회 개최…"기독교학교, 민족운동의 요람"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9년 02월 26일(화) 20:14
지난 21일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국 기독교학교 학술대회.
좌로부터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 임희국 장신대 교수, 박상진 장신대 교수.
기독교학교들의 건학 이념은 한국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기독교지도자 양성이다. 100년 전 3.1운동 당시 기독교학교 학생들이 온갖 핍박과 박해, 고문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민족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왔던 것은 기독교학교에서 배운 신앙교육과 민족교육에 의해서였다.

"(나의) 독립운동은 우리가 받은 교육의 직접적인 결과이고, 선생님이 가르쳤던 수준에 이르려고 애쓴 결과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 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취조고문을 받던 한 학생의 말이다.

지난 2월 21일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국 기독교학교 학술대회에서 임희국 교수(장신대)는 "소안론 선교사가 3.1운동 당시 외국선교사들이 목격한 참혹한 실상을 수집한 자료 속에 나타난 한 학생의 외침은 당시의 기독교학교 교육이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독립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독교학교와 교회의 조직망을 통해서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3.1운동 당시 기독교학교와 그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들의 피해는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회록, 미감리회 조선연회 회록 등 1919년 당시를 기록한 교단 회의록에도 나타날 정도다. 장로교회와 감리교는 전국 노회별 기독교학교의 피해상황을 공식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기독교학교의 민족운동 전통에 대해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는 "기독교학교에서는 서구학문을 배우면서 동시에 기독교가 추구하는 만민평등과 천부인권 사상, 민주주의 원리를 터득했다"며, "기독교 선교가 이뤄진 시기는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하려고 침략하기 시작한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 외세침략과 지배라는 정치·사회 현실에서 민족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기독교인들의 저항과 투쟁이 전개되었고 기독교학교가 그 민족운동의 요람이었다"고 말했다.

3.1운동에 참여한 주요 기독교학교 현황.
이 교수는 "황해도와 평안남북도로 이뤄지는 서북지역에서 교육선교와 복음전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 학교 수가 300여 개가 넘었으며, 남한 지역에도 기독교 학교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어 교회처럼 학교를 통한 전국 연락망 구축이 가능했다"며, "이것이 3.1운동에 기독교인들과 기독교학교 학생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1908년 사립학교령을 발표해 민족운동의 중심이 된 사립학교를 탄압하기 시작했고, 특히 민족의식이 높은 기독교학교를 더욱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1911년 '제1차 조선교육령'을 공포했다.

임희국 교수는 "1911년 전국에 631개였던 장로교회의 기독교학교가 1년 동안 92개가 없어져 539개 학교로 축소됐고, 계속해서 1914년에는 499개, 1915년에는 477개로 축소됐다"고 전하고, "일제의 탄압수위가 높아진 1915년 공포된 개정사립학교규칙은 학교의 교과과정에서 역사와 지리 과목을 빼고, 성경교육과 예배를 금지시키는 등 학교에서 민족교육을 제거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학교에서 배운 민족의식과 교회에서 실천하고 훈련한 대의민주주의는 제국주의 일본의 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했으며, 이것이 1919년에 장로교회와 기독교학교가 민족 독립을 위한 3.1운동에 참여한 근거와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독교학교가 비폭력 평화적 '독립만세시위'로 일본 제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했는데, 이것은 순교에 이르는 항일운동이었다"고 덧붙였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오늘날 기독교학교의 과제를 발제한 박상진 장신대 교수는 "3.1운동 100주년은 오늘의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을 제대로 추구하는 명실상부한 기독교학교로 거듭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100년 전의 기독교학교들이 기독교 신앙교육을 통해 민족의 일꾼을 키워냈던 것처럼 살아있는 기독교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기독교 신앙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자율성을 확립하고, 민족과 국가에 공헌할 수 있도록 공공성을 함양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기억하여 함께하다'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500여 명의 교사들이 참석해 당시 3.1운동에 끼친 기독교학교의 공헌을 역사적으로 되새기며 기독교학교의 긍지를 회복하고 민족과 국가, 사회를 향한 사명을 새롭게 했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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