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재난 현장 술라웨시를 가다 <상>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01월 14일(월) 11:27
|
|
|
자카르타 공항에서 술라웨시 섬으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 타고, 두 시간 여를 지나 팔루 공항에 도착했다. 술라웨시 섬 중부지역은 지난 9월 28일 강진과 쓰나미 액상화 현상까지 일어나 마을이 통째로 진흙 단층 아래로 파묻혀 사라지는 등 극심한 재난을 겪은 곳이다. 그 후 3개 월 가량이 지났지만, 아스팔트 도로 곳곳은 여전히 파손되어 있었고, 주거지가 위치한 땅들은 마치 파도가 치는 바다의 모습처럼 흙더미가 솟구쳐 물결 모양을 띄고 있었다. 주택과 건물들은 지진으로 벽면이 쩍쩍 갈라져 있었고,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마치 유명한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처럼 기괴해보이기도 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듯 위태로워 보였다.
진앙지 반경 60km나 되는 넓은 지역이 피해를 입어, 복구되기까지는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이슬람 종교 인구가 90%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정부의 복구 지원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절대 소수이자 약자인 기독교인들은 하루 아침에 주거지와 예배처소를 잃고 도움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베델 빤줄라띠 교회
그러나 절망의 순간에도 한줄기 희망의 빛은 비춰졌다. 팔루에서 북쪽으로 60km 가량을 차로 달려 3시간 만에 바뚜수야 지역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한참 떨어진 산간 지역인 이곳에는 지난 9월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마을의 32가정 중 30가정의 집이 무너지고, 교회는 완파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베델 빤줄라띠 교회가 있던 자리에는 시멘트 돌무더기만 가득 쌓여 있어 이곳이 교회가 있던 곳 이라는 주민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교회가 있던 자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그러나 무너진 교회 터 옆 새로 세워진 교회에서는 지역 주민 150여 명이 예배를 위해 모여 들었다. 수라바야 한인교회(김상현 목사 시무)의 후원으로 교회가 재건된 것이다. 성도들과 어린이들은 기자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의 찬양곡을 여러 곡 부르고,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2시간 가량 헌당예배를 드렸다. 헌당예배에서 설교한 알렉산더 총회장(GPID)은 "쓰나미는 저주나 벌이 아니다. 이 기회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복을 내려주실 것"이라며 성도들을 격려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무너진 교회의 재건을 위해 협력할 한국의 PCK 교단과 MDS기관에 감사를 표했다. 총회 사회봉사부는 30여 명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민들에게는 쌀과 식료품 등 구호물품을 나눴다. 대부분 가정이 집이 파손되는 피해는 입었지만, 다행히도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거의 없었다.
오무교회
|
총회 사회봉사부는 앞으로 6월까지 윤재남 선교사(인도네시아 PCK 재난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진행과정 관리 감독, 건축 실무를 담당하는 MDS 기관과 협력해 GPID(Gereja Protestan Indonesia Donggala)교단 소속의 무너진 교회들과 목회자 사택, 성도들의 주택 재건을 위한 중장기 구호사업을 펼쳐나간다. 한국교회가 십시일반 모은 정성이 인도네시아 성도들의 신앙을 견고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