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측면에서 보는 한반도의 오늘

종교적 측면에서 보는 한반도의 오늘

[ 열려라 통일 ] 양재섭 북한학박사(NCCK 화해통일위원)

양재섭 박사
2018년 12월 28일(금) 15:56
종교적 측면에서 보는 한반도의 오늘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조수처럼 밀려오고 있다. 번뜩이는 예지로 문명의 흐름을 분석하였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을 연상케 하는 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은 평화를 지향하는 한반도(조선반도)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전쟁 위기에서 '평화 마음' 건져 올려

2017년 내내 한반도의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갔고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그 자체였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ICBM 대륙간 탄도미사일, 6차 핵실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군사훈련, 전략자산 배치 등 전쟁 작전을 떠 올리게 하는 단어들이 뉴스를 채웠다. 그리고 11월 29일, 한반도의 남쪽에서 평화스런 동계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을 무렵 북쪽에서는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였다.

그런데 2018년에 들어서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육성의 신년사를 통하여 '평화를 사랑하는 핵강국'이라는 묘한 정체성을 과시하면서도 다른 나라에 앞장서서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협의가 이루어지는 대로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 사실은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통하여 UN의 '올림픽 휴전 결의(2017. 11.14)'를 이끌어 내었고,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군사훈련의 연기를 협의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력을 꾸준히 수행하였고 이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4.27과 5.26 판문점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8~20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는 평화를 향한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평화는 '하나님의 자녀'의 표상

그러나 평화는 모든 사람들의 상호 노력 없이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으며 특히 한반도의 특수 상황에서 평화의 정착은 남과 북, 시민과 정부, 여와 야의 전폭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복음서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선언하고 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한 이 명제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평화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평화 자체에 대한 인식 능력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교회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자녀' 조건을 충족할 만큼은 아니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평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과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로마의 군사저술가 레나투스의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반평화적이고 호전적인 격언을 혹시 과도한 안보적 관점의 핵심으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추해 볼 일이다. 우리는 한국전쟁을 통하여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과 전쟁이 결코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독일의 평화학자 쟁하스(Dieter Senghaas)는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평화학자 갈퉁(Johan Galtung) 역시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였다.

신약성서는 구체적으로 평화를 명령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내 세우셔서 우리를 자기와 화해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해의 직분을 맡겨주셨습니다(고후 5:18).' 하나님과의 화해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화해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으로 요약되는 새 계명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십자가의 다른 표현이다. 평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필수적 조건일 것이다.

통일과 평화는 고도의 '세계 선교' 전략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강대국들의 이익 추구와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세계 최강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한반도는 그런 의미에서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였다. 이제 바야흐로 고난에 찼던 위기적 상황을 벗어나서 세계 평화의 허브로 거듭날 카이로스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었던 것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시는' 하나님의 원대한 역사가 한반도를 통해 진행될 것이다.

평화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일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분이 촛대를 옮길 새로운 장소를 찾고 계신다. 한국교회는 요한계시록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의 성지로 거듭나는 일에 매진하여야 할 것이다. 평화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일을 해낸다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의 고통을 이겨내고 세계 평화를 만들어내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결국 평화를 구축하는 능력이 바로 하나님 나라 운동의 핵심이 될 것이며 평화가 이루어지는 그곳이 바로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곳일 것이다.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유럽과 미국교회를 바라보면서 한국교회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평화를 바탕으로 세계교회를 다시 살려내는 사명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양재섭 북한학박사(NCCK 화해통일위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