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꿈꾸는 자들이 온다!

저기 꿈꾸는 자들이 온다!

[ 땅끝편지 ] 인도 주성학 선교사4

주성학 선교사
2018년 12월 25일(화) 10:18
현지인들의 참여와 기도를 통해 세워진 코너스톤 목회자 아카데미.
2006년 오지 전도집회를 마치고 렉스라는 전도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저는 교회도 돈도 없고,그리고 미래도 없습니다." 그는 밤에는 가죽공장 경비원으로, 낮에는 전도인으로 수고했지만 사역엔 진보가 없고, 끼니 해결조차 버거워지면서 생긴 두려움을 토로했다. 당시 필자도 사역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터라 현지 목회자가 느끼는 두려움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복음이 가져올 위대한 변화에 대해 설교했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더 슬펐고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전도자의 움막을 찾아 말씀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딱히 교과 과정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나님 나라와 그의 영광을 구하는 사역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의 약함을 드러내며 기도하는 일이 전부였다.

어느 순간 현지 목회자의 심령에 변화가 일어났고, 사역에 대한 재설정 과정을 거치면서 부흥의 조짐이 나타났다. 교인들의 숫자가 순식간에 100명, 200명을 넘어섰고 모여드는 사람을 감당할수 없어 수차례 장소를 이전했다. 이 소식을 전해듣고 사역 실패 경험이 있는 전도자들이 필자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필자는 아무리 외진 곳이어도 그들의 집을 방문했고, 자녀와 배우자를 만나 기도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전도자들 사이에 연대의식이 생기고, 그들의 삶과 사역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작은 기도모임은 오지 목회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평생교육원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목회자들의 연대를 통해 성장한 7인의 사역자들은 1000여 명의 사람들을 전도해 지역교회 부흥을 이끌었다. 사역 초기 강조했던 새벽기도회와 금요기도회는 현지 교회에 안정적으로 정착됐고, 부흥의 비밀이 새벽기도에 있다고 알려지면서 타지역 목회자들까지 새벽기도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사역하는 필자에게 현지 교인들이 땅을 구입해 한층은 교회로, 한층은 목회자 아카데미로 사용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불가촉 천민들로 구성된 교회 식구들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이었지만 결혼 패물을 팔거나, 많은 사람들이 금목걸이와 팔찌를 저당잡혀 건축헌금을 드렸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역을 후원하고 지지해 주었는데, 어느 날 길거리에서 20원짜리 오이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형제가 주의 일에 써달라며 평생 모은 재산 2만 6800루피(한화 50만원)를 들고 찾아왔다. 한국인 선교사를 신뢰하고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과 헌신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인도 형제 자매들의 헌신과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코너스톤 목회자아카데미'를 건축해 오지 전도자들의 도피성으로, 그들의 성장을 위한 쉼터로 가꿔가고 있다. 우리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주님은 우리의 생각과 기대를 넘어선 은총을 경험하게 하셨다. 지금도 꿈꾸는 사람들이 사도 도마의 순교터 위에서 크고 작은 기적을 만들어 가고있다. "저기 꿈꾸는 자들이 온다!"

주성학 목사 / 총회파송인도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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