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두려움을삭히며 자라는 교회

결핍과 두려움을삭히며 자라는 교회

[ 땅끝편지 ] 인도 주성학 선교사3

주성학 목사
2018년 12월 11일(화) 08:47
초기 개척한 교회엔 2년 동안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 사진은 홀로 설교를 듣고 있는 주성학 선교사의 딸.
사람들이 인종,언어,문화의 차이를 넘어 그리스도의 떡상에서 먹고 마시며 하나님을 찬미하는 교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필자가 사역하는 첸나이는 교육과 직업의 기회를 찾아 유입되는 인구가 많고 외국인의 출입이 잦은 지역이라 특정 문화권이나 인종을 위한 교회가 아닌 열린교회, 소통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All Nations Christian Fellowship (현 첸나이한인장로교회)'이라는 국제교회를 시작했다.

생활비를 쪼개 의자 15개 정도를 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임대하고 매주일 영어와 한국어로 예배를 드렸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빈 의자 10여 개는 채울 수 없는 까마득한 목표로 보였고, 작은 공간이 크게 느껴지니 두려움의 크기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전도가 부족했나 싶으면 외국인들이 모이는 공단을 돌며 전도를 했고,기도가 부족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 한 주일씩 철야를 하며 하나님께 매달렸다.

사역에 변화가 없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아내는 교회 임대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인도 부유층 자녀들과 외국인을 상대로 피아노를 가르치고 번 돈으로 임대료를 내고, 유지비를 충당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도 한 명의 교인이 찾아오지 않았다. 매주일 빈자리를 바라보는 것은 소망이 아니라 절망으로, 가슴 설레임은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상황에 떠밀려 시작한 금식과 철야는 가난한 심령으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했으며, 교인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했다. 2년 쯤 됐을 때 스릴라라는 자매가 처음으로 교회를 찾아왔다. 그 후 하나님이 부흥을 주셔서 순식간에 예배당이 가득 차면서 보다 넓은 곳으로 이전했고, 8개국에서 온 교인들이 삶을 나누고 찬양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더 넓은 장소를 찾아 이전 할 때마다 가장 먼저 지갑을 연 현지인 성도,이곳에서 인생의 목적을 발견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미국인 교수, 손녀 딸이 세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도를 방문했다가 지하에서 예배 드리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무슨 교회냐?"며 세례를 취소시킨 영국 할머니, 국경을 걸어 넘어와 인도에서 신학 공부를 하는 미얀마 신학생, 찬양 인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필리핀 형제, 주재원으로 파견 받은 한국인 등 별별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의 언어로 소통하고, 다름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사역 초기의 결핍은 두려움을 키웠고, 사춘기에나 물었을 법한 '나는 누구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라는 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왔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결핍이 기도를 하게 했고,두려움은 주님 앞으로 나가는 동기가 됐다.그렇게 주님 앞에 엎드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님은 내면에 새 마음이 고이게 하셨고,예수 안에서 세워지는교회를 통해 위로 받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주성학 목사 / 총회파송 인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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