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성폭력 대처 '걸음마 수준'

교회 내 성폭력 대처 '걸음마 수준'

서울YWCA 성폭력 없는 교회를 위한 토론회 개최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11월 28일(수) 18:39
서울YWCA가 주관한 성폭력 없는 교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가한 믿는페미 소속 도라희년(활동명) 씨가 교회 내에서 직접 겪은 성차별적 발언과 문화에 대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인천의 한 목회자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다시 한번 교회 내 성폭력 근절을 요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YWCA(회장:조종남)는 지난 11월 27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성폭력 없는 교회를 위한 토론회'를 갖고 주제발표와 토론회 시간을 가졌다.

여성참여위원회 한혜영 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홍보연 원장(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이은혜 기자(뉴스앤조이), 도라희년 씨(믿는페미 활동가), 최유리 활동가(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교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 실태를 고발하고 각 교단의 대처 실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위한 제안 등을 나눴다.

'교회 내 성폭력, 부끄러운 현실에서 돌이켜 거룩함의 회복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한 홍보연 원장은 교회 내 성폭력을 종교적인 특수성이나 권위를 남용해 신도나 고용된 목회자에게 성폭력, 간음, 그와 유사한 성적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목회자의 성폭력이 신앙행위를 빙자해 이뤄지기 때문에 가해자의 물리적 힘의 행사나 피해자의 저항이 없을지라도 성폭력에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홍 원장은 "교회라는 장소는 목회자에게 많은 귄위가 집중되어 있고, 성도들은 목회자를 깊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며 "교회 공동체 특성상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워 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비난을 받는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한다"며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교회의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SNS'믿는페미'활동가 도라희년 씨는 교회 내 만연한 성폭력적인 언어와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도라희년 씨는 자신이 교회 안에서 겪은 장로와 목회자들의 여성도들을 성적대상화하는 언동을 사례로 들며, 교회 내 고정적인 성 역할, 남성중심적인 사고, 여성혐오적인 성서해석을 지적했다. 이어 편견과 선입견으로 상대를 인식하는 '인식론적 폭력'을 버릴 것과 '원점화'를 통해 통념, 권력, 지식에서 벗어나는 배움의 자세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지난 2018년 7월에 시작된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인 최유리 씨는 "한국교회 안에 관련 매뉴얼이나 법체계가 없는 교단이 다반수"임을 지적하며 "교회 성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시스템 보완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교회 내 성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회 동공체 구성원들이 '젠더 감수성'을 키울 것을 요청했다. 교회 안에서 실천해 볼만한 구체적 지침도 제시했다. 최유리 씨는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목회자 윤리 강령, 성평등 에티켓을 만들어 보거나, 주기적인 교육, 관련 서적 모임 등을 시행해볼 것을 제안했다.

서울YWCA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믿는페미 등이 공동주최하고 교회 내 발생하는 성폭력의 특수성과 유형을 점검하고, 교단 및 교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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