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립, 교회 낳는 '아비교회'되는 길

분립, 교회 낳는 '아비교회'되는 길

평양남노회 큰빛교회의 아름다운 분립 이야기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8년 12월 06일(목) 09:45
교회 분립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영득 목사.
야외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두레줄기학교 유치원 아이들.
교회가 필요한 곳마다 세워져 성도들이 모이고 찬양과 기도, 말씀이 충만해지는 것은 곧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뜻으로 교회를 시작했다 해도 '교회 성장 정체기'라고 불리는 요즘, 개척교회가 온전히 자립하기까지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혜로운 분립'을 통해 또 하나의 교회를 낳은 교회가 있다. 평양남노회 큰빛교회(박영득 목사 시무)는 지난 11월 11일 교회 분립을 선언하고 제2교회로 하늘정원큰빛교회의 시작을 알렸다.

교회를 분립하게 된 이유를 묻자 박영득 목사는 "교회의 분립이 지극히 성경적이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교회론은 아비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는 바울이 세운 교회론을 살펴보면 성도의 비전은 또 다른 성도를 낳는 것이며, 교회의 비전은 또 다른 교회를 낳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우리 교회가 성경이 하라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교회분립 소감을 밝혔다.

신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하면서 박영득 목사는 교회 분립의 필요성을 또 한번 절감했다. "한국에서 개척교회 대부분 자립에 실패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한 그는 "중대형 교회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교회를 분립시키는 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느꼈다"며 교회분립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큰빛교회 성도들이 교회 분립의 비전을 이해하고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5년전부터 교회 분립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 목사는 먼저 당회원들이 교회 분립의 의미를 충분히 의논할 수 있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당회는 7개월 동안 수 차례 토론회를 열고 분립 찬반에 대한 열띤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분립유무의 결정권을 위임한 박 목사를 제외한 당회원 모두가 만장일치로 교회분립에 찬성했다. 교회는 지난 2018년 7월 결의된 교회 분립안을 전 교인들에게 알리는 분립선포를 하고 분립에 대한 비전을 나눴다. '교회 분립이 곧 선교적 교회를 이룬다'는 의미를 공감한 교인들은 공동의회에서 당회의 교회 분립 결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큰빛교회에서 분립한 하늘정원큰빛교회는 큰빛교회에서 약 13km 떨어진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위치하고 있다. 두 교회는 '완전한 독립, 철저한 연합'을 원칙으로 지역사회를 효과적으로 섬기는 형제교회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제직세미나, 부흥회, 교역자 회의를 함께 하기로 하고, 선교위원회를 통해 함께 선교하는 교회를 지향한다. 또한 훈련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체육대회 등 연합이 필요한 사역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하늘정원큰빛교회가 위치한 곳에는 기독교 대안학교인 두레줄기학교가 함께 하고 있다. 큰빛교회는 운영이 어려워진 기독교 대안학교를 인수해 두레줄기학교로 개명하고, 기독교 교육기관의 명맥을 이어가도록 했다. 두레줄기학교는 기독교 정신으로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인격과 실력을 겸비한 예수님의 제자 양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좁은 운동장, 입시위주의 경쟁, 좋은 성적에만 몰입하는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3000평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 싸인 학교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좋은 공기와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생활한 덕분일까? 아이들은 야외 수업 중 지나치는 낯선 기자에게도 서슴없이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아이들의 인성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 했다.

지난 11월 11일 열린 큰빛교회 분립 축하공연예배.
기독교 대안학교 운영에 대해 박영득 목사는 "주일날 한번 드리는 예배와 공과공부로는 다음세대가 신앙을 지킬 수 없다고 본다"며 "아이들이 대부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만큼 기독교 학교를 통해 다음세대가 세상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기독교 신앙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독교대안학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덧붙여 "큰 교회들이 대안학교를 운영해 다음세대를 일주일 내내 신앙과 경건 훈련을 할때 참된 기독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독교대안학교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두레줄기학교는 씨앗유치원, 줄기초등학교, 열매과정인 중고등학교과정으로, 유치원 과정과 12학년제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가 더 이상 교회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을 놓아 버린 이 때에 하늘정원큰빛교회는 건강한 기독교 인성을 지닌 다음세대를 길러내기 위해 기독교 대안학교인 두레줄기학교를 통해 기독교 리더십 양육에 대한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

큰빛교회에는 성인을 제외한 600여 명의 다음세대가 출석하고 있다. 접근이 쉽지 않은 위치에 있음에도 다음세대가 이토록 많이 모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다음세대를 교회로 인도하는 비결 중 하나는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특한 신앙 훈련프로그램에 있었다. 큰빛교회는 기독교 신앙에서 멀어지기 쉬운 시기를 고3시기로 보고, 이들을 위한 신앙 공동체 훈련 프로그램인'히스토리메이커'를 교회의 주요 사역으로 펼치고 있다. 수능시험을 마친 직후 시작되는 히스토리메이커는 인생의 비전과 진로를 놓고 방황하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참된 비전, 참된 성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3개월간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매주 토요일 합숙훈련 후 2주간의 해외 또는 국내 전도여행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대학 청년부는 간사로 참여해 멘토링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히스토리메이커 훈련은 학생들의 꾸준한 참여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큰빛교회가 다음세대만을 위해 달려온 교회는 아니다. 2020년 우리나라는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있다. 큰빛교회는 또 다른 다음세대인 노인들을 품기 위해 노인전문교회를 운영했다. 박영득 목사는 "은퇴 후 20~30년을 노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직시할 때, 노인 특화 교회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노인경로대학 운영, 노인전문사역자 양성에 힘써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로대학으로는 전도에 한계를 실감하고 갈렙교회를 열고 노인들을 위한 수요예배를 시작했다. 큰빛교회는 2년 후 노인교회의 분립도 계획 중이다.

모두들 "한국 교회에 희망이 없다" "더 이상의 성장은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교회의 미래를 이야기 할 때, 큰빛교회는 사랑과 재정을 쏟아 선교를 이루고, 기독교 대안학교를 통해 다음세대를 신앙으로 훈련하고, 평신도를 훈련해 모교회가 아닌 시골교회를 섬기도록 하며 건강한 분립까지 이뤘다. 두 교회가 형제교회로서 지역을 함께 섬기며, 노인, 다음세대, 젊은이들이 모이기에 힘쓰는 건강한 교회로 자리잡는 청사진을 기대한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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