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선교대회, 자연 훼손한 기독교 행사?

제주선교대회, 자연 훼손한 기독교 행사?

새별오름에 새겨진 JESUS JEJU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8년 11월 19일(월) 19:26
지난 6월 선교대회 당시 새별오름 모습
제주에서 5개월 전 개최된 'EXPLO 2018 제주선교대회'가 기독교의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제주도민과 지역을 섬기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자연 환경을 훼손한 행사로 비판받고 있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선교대회 도중 제주 새별오름 언덕에는 흰색 천으로 'JESUS JEJU' 글자가 표현됐다. 행사 이후 그 흔적이 조금 남았다는 점은 아쉽지만 1만 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제주 전역을 청소하기도 한 선교대회를 자연 환경과 경관을 훼손한 행사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독교교단협의회와 한국대학생선교회(CCC)는 지난 6월 26~29일 제주 새별오름에서 'Jesus for Jeju, Jeju to Jejsus'를 주제로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는 제주 교계 성도 2만 여명과 한국 CCC 청년 1만 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선교대회 당시 새별오름 모습
이 가운데 주최측은 새별오름 언덕 중턱에 별도의 설치물이 아닌 흰색 천을 흙에 꽂는 핀으로 고정해 주제와 관련한 문구로 'JESUS JEJU'를 형상화했다. 행사 직후 주최측은 흔적이 남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했다. 하지만 푸른 풀들로 녹색이었던 새별오름에 황금빛 억새들이 피어나면서 'JESUS JEJU' 문구 흔적이 보여 몇몇 관광객들이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억새가 눌려 다른 곳보다 덜 자라 티가 나는 것이고, 자세히 보지 않는 한 잘 보이지 않는데 보는 사람들에 따라 관점이 다르다"며, "12월 억새가 지기 시작하면 더욱 흔적이 보이지 않을 것이고 1월부터 축제 준비를 하면서 완전히 정리가 될 것이다. 임의로 손을 대면 오히려 더 훼손될 수 있어 원상복구보다는 자연회복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새별오름에서 선교대회를 진행하면서 28~29일 이틀간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깨끗하게 지킨다'는 목적으로 클린 제주(Clean Jeju) 운동을 전개해 다가올 여름 피서철을 위해 올레길과 해변길 청소가 이어졌다.

청정지역 제주의 바다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1만 여명의 참가자들은 제주도 전역에 흩어졋다. 삼양 김녕 하도 신양섭지 표선해비치 보목 화순 금모래 하모 신창리 협재 금능 판포리 곽지 이호테우 해변과 올레 7코스 등 총 15곳에서 청소를 진행했다.



# 이기적인 개독 vs 자연훼손 폄하는 무리

선교대회가 새별오름에서 열린 것에 대해 제주도청 홈페이지 신문고에 항의가 있었다. 매년 휴가 때마다 제주를 찾는다고 밝힌 작성자는 "새별오름을 지나가다 멀리서도 보이게 'JESUS JEJU'라는 글자가 오름 중턱에 있는 것을 봤다"며, "지켜나가야 할 제주의 자연 경관이 흉물스럽고 혐오스럽게 보였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주도 여행을 주제로 한 카페에서도 회원들은 새별오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관광 후기' 코너에 한 회원이 사진과 함께 "JESUS JEJU라고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제주도 자체적으로 해놓은 건가요? 관광지에 저렇게 해놓은 건 보기 좋지 않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원은 "9월에 갔을 때도 없었는데 이번데 다시 드러났나 보네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관련 기사나 사진을 보고 기독교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전세 낸 듯…' '진짜 이기적인 개독' '왜 지들 마음대로 지저스 제주야?!'

한편 이에 대해 기자는 제주에서 사역하며 제주선교대회에 직접 참여한 H 목사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H 목사는 "비기독교인의 시각에선 자연 훼손의 비판이 이해가지만 사실 이번 선교대회에서 제주 전역을 청소한 것을 생각해보면, 자연훼손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주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하는 행사였다"고 제주선교대회를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공장소에 타종교 표시가 있으면 크리스찬 입장에서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야영을 가서 텐트를 치고 걷고 나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남을 수도 있다. 나무를 잘라버렸다면 비난받을 수 있지만 기독교를 폄하할 정도로 무리한 행사는 아니었다. 이번 선교대회에서 CCC 학생 1만 여명은 제주 전 지역으로 흩어져 교회와 지역 사회를 돕고 제주 지역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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