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지위를 잃어버린 감사의 덕목

도덕적 지위를 잃어버린 감사의 덕목

[ 사설 ]

한국기독공보
2018년 11월 13일(화) 10:15
추수감사주일은 감사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다. 오늘 우리 사회는 윤리적 사조의 큰 변동 가운데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변동의 흐름은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결과보다는 조건을 중요시하는 쪽으로의 발전이다. 한 개인이 행복한 것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행복해야 하고, 돈, 권력,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결과적 획득을 축복하기 보다는 그 획득에 이르는 경쟁의 불공정성을 먼저 따지는 윤리 의식의 고양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현대 사조의 변동 가운데 '감사(thanksgiving)'의 덕목이 그 도덕적 지위를 잃어버리고 밀려나고 있다. 감사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현실의 결과들에 대한 만족으로부터 촉발되는 정서-행위이다. 그러므로 감사는 현실의 불평등을 수용하고 그 개선을 위한 참여를 저지하는 정서와 행동으로 이해되고, 기득권을 정당화하고 그 권력 구조를 영속화하는 기득권자들의 이념으로서 비판받고 있다. 감사는 정의로운 사회의 창출에 반하는 비사회적 정서이며, 참여행동을 저지하는 소극적이고 반윤리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감사는 기독교 신앙의 가장 크고 중심적 신앙의 덕목이다. 하나님의 말씀 신구약 성경은 온통 감사로 가득하다. 감사는 기독교 신앙의 원초적 덕목이고 본연적 정서-행위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정의와 평등을 가르치기 이전에 먼저 감사를 가르친다. 모세는 애굽의 노예살이의 부정의의 현실로부터 히브리인들을 해방시킨 사람이었지만, 시내산에 이르러 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함에 있어서 감사부터 가르쳤다. 바울의 사상은 노예제도와 여인, 어린이, 장애인들의 사회적 약자들 자유와 해방을 촉발했으나, 동시에 그는 초대교회들에게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치고, 그 자신 갇혀있는 가운데에서도 감사를 거두지 않았다.

감사는 부정의의 현실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다. 그것은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한 가장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태도이고 해법이다. 감사가 없는 고발의 문화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황폐화시켜 우리의 삶의 모든 자리를 삭막하게 만들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감사는 의무가 아니라 존재이다. 명령법(imperative)이 아니고 직설법(indicative)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현실 비판 이전에 감사를 먼저 가르쳐야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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