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죽음을 '긍정적 대안'으로 여긴다

아이들은 죽음을 '긍정적 대안'으로 여긴다

[ 이슈진단 ] 자살을 택하는 아이들

한국기독공보
2018년 11월 01일(목) 14:11
청소년 자살 증가율 성인 앞서, 생명에 대한 '교회 교육' 절실

'일일 일층에서 태어나 … 칠칠 칠층에서 떨어져. 팔팔 팔다리가 부러져. 구구 구급차에 실려가. 십십 십초안에 꼴까닥'
'대가리는 의미 없는 장식품이야. 이제 네 차례는 끝났으니 사요나라야.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살송'의 일부다. 이렇게 흥얼흥얼 '죽음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아이들.
그리고 남자친구와 다툰후 아파트에서 투신, PC방에 다니지 말라는 부모의 꾸중을 듣고 투신, 성적비관으로 '정말 세상 살기 싫다'는 메모를 남기고 투신… . 급기야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서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제로 초등학생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자살송'은 조회수 150만을 넘겼고, 인스타그램에 '#자해'로 찾은 사진이 40만건에 육박한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 자녀들은 어쩌다가 자살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또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일까?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도 까지, 지난 5년간 서울에서 87명, 경기도에서 133명의 초등학생이 자살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청소년통계'에는 지난 10년간 10대의 사망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자살)다. 뿐만아니라 10대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수는 2001년 3.19명에서 2011년 5.58명으로 57%p 가 증가했다. 청소년 자살률이 성인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상원 원장(한국생명의전화)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라면서 "SNS를 통해 자살송과 자해사진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힘든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자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동아일보가 인터넷 카페, 자유게시판 등에서 청소년이 작성한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자살에 대해 '문제가 해결된다', '자유롭다',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 원장은 또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아이들이 학업과 진로 등 정신적인 압박감이 상당하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죽고 싶은 이유' 1위가 '학교성적'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가족간의 갈등, 선후배나 또래와의 갈등, 경제적인 어려움 순이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발표한 청소년 고민 관련 데이터 결과에도 '진로적성, 성적'이 43.7%로 가장 높았다.

하 원장은 "성적 외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존중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자존감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이다"며, "SNS를 탐닉하고 인터넷 게임에 빠지면서 인정의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발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 사건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게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인 멘토가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배한숙 목사(하나힘교회)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교회교육적 접근'을 주제로 한 논문을 통해 청소년 자살 요인 중 '자아존중감'을 꼽기도 했다. 자아존중감은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로 믿는 정도다. 자존감이 낮으면 쉽게 절망을 느끼고 자살과 같은 일탈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린 자녀의 죽음이 가장 심각한 것은 '충동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집에서 보자'라는 말에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그대로 아파트에서 투신한 적이 있다. "청소년기의 자아정체감의 위기는 그때까지 자신을 통합하고 있던 가치의 붕괴와 그것에 수반되는 자기 이미지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배 목사는 "청소년 자살의 원인이나 동기가 성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금까지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던 청소년이 갑자기 자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 원인이며, 연령이 낮을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은 충동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녀의 고민을 한 때의 방황이나 '중2병' 정도로 쉽게 넘겨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하상원 원장은 "어린 자녀들은 죽을까 말까의 고민이 없다.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경직된 경향 때문에 죽음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1등 하다가 2등했다고 죽는다. 자녀의 스트레스를 성인과 동일시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하 원장은 무엇보다 "부모와의 대화가 중요하다. 가정에서 행복한 아이들은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배한숙 목사는 "목회자가 스스로 '자살'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그는 부모와 교사 또래 및 청소년이 모두 교육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살의 이해 또한 예방을 위한 교회교육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사회에서 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교회가 함께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배 목사는 "아이들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고 이 생명을 잘 가꿔나가는 것 또한 교회의 역할이라면서 인성교육과 생명존중에 대한 커리큘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숙 기자


스트레스 많은 학생들에게 응원의 말 건네야

학교에 교회를 세우는 사역을 진행중인 '스탠드그라운드'의 응원카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청소년으로 자라게 하려면 칭찬과 희망의 메시지는 필수다. 충동적인 성향이 강하고, 극심한 심리적·육체적인 변화를 겪는 청소년을 둔 가정이라면 양육자인 부모는 더욱 '말'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모야말로 청소년들의 자살 예방의 최전방에 서있는 파수꾼이기에 더욱 그렇다. 청소년들을 영적으로 가까이 만나는 교회학교 교사들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학업스트레스, 교우스트레스 등을 끊임없이 겪는 이 시대 청소년들이 듣고 싶어하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응원의 메시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청소년사역자 나도움 목사(스탠드그라운드 대표)는 '넌 무엇보다 가치있는 사람이야', '넌 이미 충분해', '쉬어가도 괜찮아' 등을 꼽는다. 최근 청소년 자살 소식이 잇따라 들리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하는 나 목사는 "풍족하고 부족함이 없는 시대지만 정서적으로 또는 인간관계 안에서는 따뜻함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다. 청소년들은 SNS 등의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주로 이용하는데 그 안에서 더욱 결핍과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응원의 메시지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청소년에게 어떻게 힘을 주고 마음을 위로했는지 그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나 목사는 "언젠가 새벽에 한 아이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몇 개월 동안 힘든 일이 있어서 우울증까지 겪었고, 극단적으로 삶을 포기할까라는 나쁜 생각까지 했었는데 '살아내줘서 고마워'라는 한 마디가 자신에게 하는 말인거 같았다"며, "'힘들다고 주변에 말하지 못했는데, 이 한마디가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사람은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랑이 담긴 마음이 심겨져야 살 수 있구나 다시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난 널 포기하지 않아', '수고했어 오늘도', '밥 먹자', '나쁜 날이지 나쁜 삶은 아니야', '넌 꼭 필요한 존재야','늦게 핀 꽃은 있지만 피지 않은 꽃은 없어' 등도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들이라고 전했다.

오대식 목사(높은뜻덕소교회)는 꿈 많은 1318 청춘들을 응원하는 책 '너를 응원해'에서 "진정으로 성공한 인간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사람을 말한다"며,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어 주신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성공'이라는 말은 청소년들은 물론 그들을 세상의 성공으로 몰아가며 스트레스를 주는 부모들이 함께 새겨야 할 말이다.

이수진 기자



절망과 분노 … 초등학생도 위험해

지난해 5명 자살, 시도는 36명

'중2병'이 있다. 아마 전세계적으로 이런 병명도 있을까 싶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중2병이 무엇인지 안다. 농담 삼아 이야기하지만 덕분에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무섭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것과 같이 중학교 2학년은 사고를 많이 친다. 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경우이다. 무서운 집단폭력에도 어김없이 중학교 2학년이 등장한다. 자살은 어떨까. 비슷하다. 자살 역시 중학교 2학년에서 두드러진다. 어떤 면으로 보나 중학교 2학년이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중고등학생들은 모두 대학교 진학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학생이 아니라 학교가 그러하다. 모두가 대학 입시에 맞춰져 있다. 결국 고등학교들은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을 들여보냈는가로 그 수준이 판가름난다. 중학교는 다를까. 아니다. 역시 대학을 잘 보낼 수 있는 고등학교에 몇 명을 넣었느냐로 결정난다.

학교는 수업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까지 결론은 대학입시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무슨 대회라는 것도 모두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학교에서 줄 수 있는 모든 상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몰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나중에 그것으로 좋은 대학을 가고, 결국 학교에 실적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런 대회뿐만 아니다. 학생들의 취미활동도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느냐를 따진다. 역시 이것도 대학원서를 쓸 때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소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구관계도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대학입시에서 자기소개서에 쓸 스토리 하나로 남는다.

이런 얽히고 얽힌 대학입시의 거미줄 안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1등이 아니면 사람 취급도 받을 수 없는 엄연한 현실에 우리 아이들은 너무 일찍부터 눈을 뜨는 것이다. 이 경쟁도 실은 고등학교에서는 의미가 없다. 이미 이 톱니바퀴에서 떨어져 나간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학교가 원하는 것은 모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 말로 내신 '깔아줄' 밑밥으로 존재할 뿐이다. 다만 아직도 끈을 놓지 못하는 엄마 생각해서 학원도 다녀주고 학교도 꼬박꼬박 나가주는 것이다.

실은 이 모든 것은 중학교에서 결정이 난다. 중학교 2학년 아이는 부모님의 여건과 자신의 성적을 비교해 보고 자신의 미래를 확정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이 때 자신은 그 톱니바퀴에 끼어 들 수 없음을 직감한다. 미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분노로 결말이 난다. 프로이트의 의견에 의하면 이 분노는 밖으로 향하여 범죄가 되고, 안으로 향하여 자살이 된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사고도 치고 자살도 하고 그런다.

아니 그랬다!

요즘은 더 빨라져서 '초4병'이라고 한다. 중학교 2학년도 벌써 늦었고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절망과 분노에 매인다. 역시 이 나이에 사고도 치고 자살도 시작된다. 라이프호프(LifeHope)는 최근 초등학생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보통 중고등학교에서 생명보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자살이 일어났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자살예방교육을 시켜달라는 요청이 와서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게 되었다. 요청에 의해서 실시는 하지만 실은 절망감이 앞선다.

요즘 학생들에게 자해가 퍼지고 있다. 손목을 마치 슈퍼의 바코드 표시처럼 그어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자해를 치고 검색해 보면 4만개가 넘게 검색된다. 강연과 집필 때문에 검색을 해 보는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실을 못 견디겠는 아이들이 자기 손목과 팔에 칼을 대고 있다. 당연히 여기에 초등학생들이 낀다. '자살할 거 같으면 차라리 자해를 해라!' 한 정신과 의사의 충고이다. 이것이 아이들의 현실이다.

작년에 학생 중에 자살로 사망에 이른 이가 114명이다. 여기에 초등학생 5명이 낀다. 시도자는 전체 451명이다. 여기에 역시 초등학생이 36명이 포함됐다. 그런데 내 아이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우리 교회 아이들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유년부부터 아이들에게 몸과 생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의 몸과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라고.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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