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는 선교지만, 선교는 친교 아니다

친교는 선교지만, 선교는 친교 아니다

[ 이슈진단 ] 귀 선교회는 선교하고 계십니까

기획팀
2018년 10월 30일(화) 13:44
수많은 교회들이 산하에 '선교회'라는 명칭의 부서를 두고 있다. 일단 거의 모든 교인들은, 남성 교인의 경우 자의든 타의든 제1남선교회, 바울남선교회 등의 이름으로 조직되어 있는 연령별 선교회에, 여성 교인의 경우에도 이름은 전도회이지만 거의 같은 성격으로 연령별 전도회에 소속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교는 타문화권에 가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고, 전도는 같은 언어나 생활습관 등 같은 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로 구분되지만 교회 내 남선교회와 여전도회의 경우에는 명칭만 다를뿐이지 존재의 목적과 성격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교회 내에는 연령별 선교회 이외에도 수많은 취미활동 부서에도 선교회의 이름이 붙는다.

대형교회에는 실업인, 의료인, 법조인, 교사 등 직업별로 구성된 선교회가 있고, 취미별로는 꽃꽂이선교회, 낚시선교회, 산악선교회, 자전거선교회, 찬양선교회 등이 있다. 스포츠는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골프, 등산, 축구, 야구, 볼링, 족구 등 스포츠 종목별로 선교회가 조직된 교회도 꽤 된다.

물론 이번 총회에서 새롭게 채택된 총회선교신학 개정안(우리의 선교신학)에 따르면 "하나님의 선교는 내용이나 방식에 있어서 통전적이다"라며 "창조와 구원과 화해와 치유와 변혁을 이루는 파송활동으로서 교회(그리스도의 몸과 백성공동체)의 선교는 복음 선포와 사회봉사, 그리고 창조세계 돌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교회의 친교와 성장을 동반한다"고 선교의 의미를 통전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회의 친교 또한 선교의 내용과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다양한 선교회가 조직되어 운영된다는 것은 선교를 넓은 의미로 해석할 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교회 내 선교회의 남발이 자칫 선교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교인들의 선교에 대한 의식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음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한 교회의 '축구선교회' 하반기 행사다.

'7/17 인터넷 카페 오픈 및 이웃교회 2곳과 친선경기, 8/14 3부 예배 봉헌송, 10/2 유니폼 구비, 10/9 이웃교회와 친선경기 후 식사교제, 11/6 바베큐 파티.'

이 교회의 축구선교회가 하는 일은 이웃교회와의 친선경기 3차례와 자체 바베큐 파티를 통한 교제, 교회 예배에서의 특송이 전부였다.

실제로 본교단 소속 교회에서 축구선교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한 성도에게 실제 선교를 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는 "사실 취미나 동아리 활동이지 선교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거의 없다"며, "실제 활동도 이웃교회와 친선경기를 하고 회원간 교제를 위한 활동을 하지 직접적으로 선교와 연관된 활동은 회비를 모아 1년에 두차례 교회에 선교헌금을 내는 일 외에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내에서 동아리의 명칭을 '선교회'로 이름 붙이는 현상에 대해 장신대 선교학 교수인 한국일 목사는 한국교회의 상황 안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선교의 이름 하에 자기들끼리의 친교로만 끝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일 교수는 "사실 교회 내 선교회들이 동아리의 개념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선교회를 통해 믿지 않는 가족들이 취미 활동을 통해 믿는 사람들과 친교 하다가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날 선교의 개념은 전도보다 넓으며 그 안에 코이노니아도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처럼 직접적으로 전도하기 힘든 상황에서 선교에 대해 넓고 유연한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선교회원들은 이 선교회의 활동에 성도들의 헌금이 쓰이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선교회가 동아리가 아니라 진짜 선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 교인들의 숨겨진 헌신이 있어야 한다. 믿지 않는 이들이 들어왔을 때 이들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교회내 선교회라는 명칭이 사용되는 상황을 심리학과 언어학의 측면에 있어서 분석을 해볼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언어적 과정이 인간의 행동조절과 정서조절을 과도하게 또는 부적절하게 지배해버리는 현상을 '인지적 융합(cognitive fusion)'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에 따르면 선교회라는 조직 안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강하게 남으면 선교회의 이름이 부정적 사건과 지나치게 동일시되어 선교라는 명칭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선교회 내의 비신자들이나 초신자들이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개념이다.

언어학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고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사피어-워프 가설 (Sapir-Whorf hypothesis)'에 따르면 자신이 속한 조직에 '선교'라는 명칭을 붙이면 설령 동아리 성격의 활동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구성원들이 선교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자신의 행동이 선교에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인식하게 하고, 조직이 궁극적으로는 선교적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속한 교회 내 '선교회'는 '선교'라는 명칭에 부합하고 있는지, 나는 그 선교회 내에서 선교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은 어떨까?

표현모 기자



규모있는 선교회라면 목적 분명히

어떤 조직이든 모임의 성격, 목적, 활동을 유지하려면 꼭 정관이 필요하다.

보통 정관은 제1조에서 조직의 명칭을 밝히고, 이어 3~4조에서 목적과 사업을 명시한다. 또한 회원이 되려면 명시된 설립취지에 동의하고, 소정의 신청 절차를 통해 이를 서면으로 다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관 제1조 명칭에서 '선교회'를 사용한다면, 목적과 사업 역시 명칭에 부합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교회들은 목적에 설립취지를 지향하는 선교 활동의 방향을 제시하며, 사업 항목에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다.

△선교정보 수집 및 제공 △선교전략 개발 △선교교육 및 훈련 △선교대회 및 세미나 개최 △선교사의 윤리지침 제시 및 위기관리 △회원들의 교류 촉진 등 선교 지원이 주 활동인 단체의 경우 심사를 거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조용중)같은 연합기구의 회원도 될 수 있다.

KWMA의 회원 자격 중 몇가지를 살펴보면 선교단체가 갖춰야 할 요건은 더욱 명확해 진다. 첫째는 정관과 회칙의 내용과 집행 여부다. 정관에 선교 활동이 명시되는 것은 물론이고, 목적에 맞게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는 선교사를 파송(후원)해야 하고, 재정운영이 회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셋째는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예산이 적정한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

선교단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분석과 진단 작업을 진행하는 한국선교평가원(KMES 원장:이훈민)은 선교활동의 평가시 단체-프로젝트-현장의 연계성에 초점을 둔다. 선교를 위한 프로젝트가 없거나 선교현장이 없다면 평가의 대상이 못되는 셈이다.

창립 초기거나 규모가 작아 정관이 없어도, 예산(회비)의 사용 내역을 보면 선교회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다. 선교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는 남선교회나 여전도회의 경우 보통 예산의 절반 이상을 선교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칭이나 목적에 선교를 명시했더라도 예산 대비 선교비가 극히 적은 단체의 경우 사실상 선교회의 기능을 인정받기 어렵다.

차유진 기자



활동에 맞는 명칭, 선교엔 더 유리

경기노회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 시무)는 봉사 부서원들, 교역자들, 다음세대들로 구성된 다양한 스포츠 부를 운영중이다. 각자 취미활동에 따라 다양한 스포츠 동아리를 구성하다보니 초창기에는 다양한 스포츠부가 구성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가장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야구부이다.

수원성교회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7~8개의 야구부가 활동했지만, 현재는 대략 2~3개 야구팀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며, "그 중 교역자 야구팀과 청소년 야구팀이 자주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 야구팀은 교회학교 아이들과 야구에 관심이 많은 지역의 청소년들이 함께 모이고 있어 의미가 있다.

수원성교회 관계자는 "지역사회 청소년 중 초등학교 시절 야구부에서 활동했거나 야구에 관심 많은 부모님들의 추천으로 청소년 야구부가 구성되어 15~20명이 모이고 있다"며, "이러한 스포츠 동아리 활동은 점차 가족중심적이며 개인주의 현상이 두드러지는 현 시대에 교인과 지역과의 만남, 건강한 신앙생활, 균형있는 신앙관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부는 목회자와 교인들 간의 건강한 교류의 장이자, 교역자간의 친밀성을 높여주고, 지역사회와 자연스러운 만남을 도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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