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작업 부진, 주거공간도 부족

복구작업 부진, 주거공간도 부족

[ 인도네시아지진구호 ] 생존자들, 땅에서 진흙 올라오는 액상화현상 우려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8년 10월 26일(금) 15:46
현장에서 만난 여성 생존자.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최샘찬 기자】 "진흙이 허리까지 차올라 서쪽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 도망쳤어요. 한참을 달린 후 도착한 곳은 집에서 동쪽 방향으로 2km 떨어진 터미널이었습니다. 땅이 꺼졌다가 올라갔다가 빙글 돌았어요." 지진과 쓰나미로 지반 액상화 현상을 겪은 인도네시아 한 생존자의 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부장:최내화 총무:오상열)과 인도네시아 PCK 재난대책위원회(위원장:윤재남)는 지난 25일 팔루 지역에서 지반액상화 현상이 일어난 곳과 피난민들이 살고 있는 텐트촌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액상화 현상은 팔루 지역에서 페토보(Petobo) 조노오게(Jono-oge) 발라로아(Balaroa) 등 총 3곳에서 발생했다. 2곳은 진흙이 올라왔고 1곳은 땅이 돌아버렸다고 하며, 특히 발라로아 지역은 땅이 2m 정도 아래로 꺼져서 순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진흙이 덮치면서 마을 전체가 사라졌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매몰된 인구는 말하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다. 1000명, 2000명, 어떤 사람은 7000명까지 추정하곤 했다. 한 마을 자체가 싹 매몰됐고 국가의 희생자 수색작업은 중단됐기에 정확한 수는 아무도 모른다.

딱딱한 땅이 늪처럼 변하는 지반 액상화 현상이 일어난 현장은 참혹했다. 자갈길 진흙탕길 비포장도로 징검다리 등 이 모두가 한 길에 버무려져 있었다. 진흙이 불규칙하게 솟아있는 광경은 마치 어린 아이가 찰흙 놀이를 한 모양새다. 주물럭 주물럭 자기 좋을대로 마구 뭉쳐 여러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그 안에는 물과 함께 가구와 부서진 차, 집이 모두 장난감처럼 흩어져 뒤엉켜 있었다.

현지인들은 재해 현장 앞에서 마스크를 팔고 있었다. 철쓰레기 향도 아닌 오물과 악취가 섞인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철제 지붕이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은 세탁기 등 고물을 주워다녔다. 분명 기자가 밟고 다닌 진흙 밑으로 여러 사람들의 주검이 매몰돼 있었을 것이다.

폐허가 된 현장에서 재난대책위원회 선교사들은 생존자에게 근황을 물었다. 본인을 헤르나와띠라고 소개한 한 생존자는 "10여 명의 가족이 페토보에서 7년간 살다가 그날 지진으로 조카, 며느리, 올케, 손자 등이 한순간에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망치다가 진흙이 허리까지 차올라 어서 빠져 나와서 달려 도망갔지만 한참을 달린 후 도착한 곳은 반대방향으로 2km 떨어진 터미널이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밀집해 살던 지역이라 수 천명이 죽었을 것이다"라고 지진 상황을 설명한 후, "현재 피난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살고 있으며, 다시 이곳에 돌아와 살기는 불가능해 보이고 앞으로 살 곳과 자녀들의 학교 문제가 가장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재난대책위원회는 지진을 피해 크리스찬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조노오게 대피소도 찾아갔다. 선교사들은 대피소에서 팟모스교회 교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조노오게 지역 팟모스교회의 헤리 장로
헤리 장로는 "진흙탕이 되어버린 그때 단단한 나무를 붙잡고 버텼다. 이후 긴 나뭇가지로 땅을 찔러가며 안전지대로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현재 물과 음식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제 우기가 시작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에선 정확한 구호 계획을 내놓지 않아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난대책위원장 윤재남 선교사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무너진 건물을 복구하는 순서는 모스크, 집, 그리고 학교다. 교회는 완전 뒷전이다"라며,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우기에 접어들어서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생길 수 있다. 집을 잃은 주민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한국교회의 많은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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