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을 배웅합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배웅합니다.

[ 이색목회 ] 과천호스피스회 김정수 목사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11월 02일(금) 19:32
우리는 다 죽는다. '가는 길에 순서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당연한 진리 앞에 놓이게 되면 어떤 마음이 밀려올지 상상조차 어렵다. 호스피스 관계자들은 죽음에 대해 "인간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가장 큰 고독을 느낀다"며, "삶의 마지막 과정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천국 소망을 주고, 안식과 평화를 찾도록 돕는 일은 참 중요하다"고 했다.

모두가 웰빙(Well-being)을 외치는 시대에 도래했지만 언젠가부터 잘 죽는 것도 중요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삶의 마지막 과정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천국에 대한 소망을 심어주는 일은 이 땅에서의 삶을 바람직하게 살아가게 하는 귀한 사역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죽음을 앞둔 환우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한 전위적인 간호를 제공하는 섬김의 사역을 소명으로 여기는 특별한 사역자가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을 배웅해 주는 따뜻한 사역자, 사단법인 과천호스피스회 실무대표 김정수 목사(서울남노회)의 사역 이야기를 일문일답을 통해 들여다봤다.



-호스피스 사역을 시작하신 계기는?

1996년 과천교회 부목사로 부임한 후 미국에서 한인목회를 하면서 상담사역을 병행했다. 이후 귀국해 과천교회의 마을목회 사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고, 2011년 과천호스피스회 법인 설립 사역에 동참하면서 호스피스 사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과거 과천호스피스회 전임사역자가 없던 당시 내부에 큰 갈등이 있었지만, 갈등 구조가 해결되면서 호스피스회는 새롭게 출발했다. 이후 실무 대표로 봉사자 양성 및 재교육을 위한 훈련과정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사역을 펼쳤다. 특별히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던 재능을 살려 '가정을 돌보는 사역자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선교적 접근은 죽음을 앞둔 환우와 가족, 그들을 돌보는 봉사자들과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과천호스피스회의 지향점은?

환우들은 죽음을 앞둔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호스피스는 임종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그리고 신앙적인 아픔과 고통으로부터 위로와 소망을 전하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임을 느끼게 한다. 또 그들의 마지막 생을 가족 앞에서 평온하게 맞이하도록 돕고 있다. 특별히 환우가 남은생애 평안한 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아름다운 이야기와 인간적인 교제를 나누며, 이런 모습이 가족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도록 이별의 아픔을 격감시키는 사랑의 돌봄에 초점을 맞춘다.

-사역은 어떻게 진행되나?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우들은 대부분 3주 이내에 임종하신다.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분들이다. 환우들과 헤어질 때 '다음에 또 만나요'인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 순간의 만남을 기대한다. 한 번 만남이 소중하고 귀할 수밖에 없다. 과천호스피스회에는 8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 중이다. 과천시에 호스피스 병동이 없기 때문에 주간호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암 환우를 위한 힐링센터를 오픈했다. 일주일에 4차례 발 마사지 봉사교육도 진행한다. 또 '말벗봉사', '상대를 기쁘게 하는 대화법', '사후 프로그램' 등을 비롯해 호스피스 봉사자를 돌보는 일과 새로운 봉사자를 양육하는 과정 등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목사님의 '호스피스(죽음 목회)'의 특징은?

과천호스피스회는 과천교회를 비롯해 기독교 중심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기독교 단체는 아니다. 과천시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지원과 혜택도 받고 있다. 기독교단체가 아니지만, 봉사자 교육을 위한 개강식과 수료식 때 감사예배를 드리며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암 환우들에게는 종교와 상관없이 봉사를 한다. 종교적인 갈등도 없다. 봉사자의 70%도 크리스찬이다. 죽음 목회 사역이 확장돼 우리 지역 안에서'사회선교사'로서 작은 역할을 감당하고자 노력 중이다. 교회 울타리 만큼은 확실
히 뛰어넘었다. 특별히 호스피스 사역이 확장돼 지역 사회의 약자를 대변하고자 힘을 쏟고 있다. 임종을 앞둔 환우들도 우리 사회의 약자이기 때문이다. 약자를 대변하는 목회가 되도록 힘쓰는 것, 호스피스 사역의 핵심이다.

-호스피스와 목회적 접점은 어떻게 이뤄지나?

환우와 가족들은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섬김과 사랑에 늘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실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죽음 후에는 아름다운 천국이 있고, 그곳에 가면 우리 봉사자들보다 더 좋은 분들이 반겨주실 것이라고 소개한다. 결국 호스피스는 간접선교이다. 말하지 않아도 봉사와 섬김 속에 예수님을 발견하게 된다. 과천교회에서도 부족한 저를 지역선교사로 파송하셨다. 수많은 교회가 지역 안의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사랑 나눔을 실천하지만, 그 대상은 늘 공동체 안에 머물러 있기 마련이다.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야 누구든지 사랑을 나눠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교회 문턱이 낮아지면 목회적 접점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말하지 않아도, 저분이 목사님이구나, 저분이 크리스찬이구나 느낄 수 있도록 힘쓴다.

-효율적인 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는?

우리의 이웃에게 예수님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임종을 앞둔 환우들에게는 더욱 진실되게 느껴진다. 진실된 섬김은 절대 거부하지 않는다. 호스피스 사역은 믿지 않은 환우를 통해 그 가정에 복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옥토를 만드는 사역이다. 한국교회가 죽음 앞에 놓인 종말론적 자세로 더욱 진실하게 섬김을 실천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과 비전은?

누구에게나 첫 여행은 두려움과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이드가 있으면 든든하다. 죽음을 앞둔 환우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가이드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면 참 평안해 하신다. 그분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평안을 찾고, 천국을 기대하는 소망을 심어주는 것이 변치 않는 목표이다. 이외에도 암 환우들이 힐링센터를 방문했을 때 식사를 제공하는 것과 좋은 시설에서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작은 소망이다. 더불어 과천호스피스회 암 병동도 조속히 설립 되길 바란다. 호스피스 사역을 위해 관심과 기도를 부탁한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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