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도심 속 나타난 옥수수밭

인도네시아 도심 속 나타난 옥수수밭

[ 인도네시아지진구호 ] 인도네시아 팔루, 지진 쓰나미로 수천명 실종…살아남은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발걸음 재촉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8년 10월 25일(목) 08:30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최샘찬 기자】 지표면이 물처럼 출렁거리고 집은 마치 튜브처럼 떠내려간다. 땅이 돌아가기도 하고 갈라지면서 진흙이 밑에서 솟아오른다. 단단한 땅을 밟으면 살고 진흙을 밟으면 빨려 들어간다. 헛디디면 사라지고 살아남으면 트라우마가 남는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지난 9월 28일 지진과 쓰나미로 2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천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기자는 23~27일 술라웨시 섬 팔루지역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부장:최내화 총무:오상열)와 인도네시아 PCK 재난대책위원회(위원장:윤재남)가 협력해 펼치는 구호활동을 취재하고 있다.

기자는 24일 오전 8시 팔루에서 첫 아침식사를 하며 갑작스런 '쿵!' 소리를 들었다. 건물 복구 공사에 의한 소리라고 생각했으나 주방에서 종업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 '아, 이게 여진이구나.' 팔루 시내는 외적으로 회복하고 있었으나 현지인의 보이지 않는 마음 속 트라우마가 순간순간 확인할 수 있었다.

진도 7.5의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가 팔루를 덮친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지금도 당시 상황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도심 속 큰 마트와 음식점들이 무너져 내려앉아 있었다. 인도네시아 선교사들은 이제 20일이나 지나서 많이 복구가 됐고 가게들도 서서히 다시 문을 열고 있다며 상황이 상당히 호전됐다고 했지만 외진 지역으로 들어갈수록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지 선교사들은 구호 물품을 사기 위해 마트에 방문했다. 마트 입구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물품들은 구호 물품으로 나가기 위해 예약된 물건들이라고 한다. 선교사들이 미리 피해 현장에서 체크해 둔 물품들을 트럭에 한 가득 싣고 출발했다.

"참 아름다운 곳인데…." 팔루 지역을 재해 후 다시 찾은 인도네시아 선교사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야자수들이 좌우로 아름답게 펼쳐진 이곳, 중간중간 무너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 왔다. 휘어진 철골들과 바닥에서 올라온 진흙더미들은 기괴한 조화를 이뤘다. 땅은 갈라지고 뒤틀렸고 같은 마을 안에서도 좁은 도로를 두고 좌우의 피해상황이 극명하게 나뉘기도 했다.

무너진 교회들, 쓰러진 십자가. 임시로 설치된 천막 아래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환한 웃음으로 선교사들을 반긴다. 이들이 처한 상황과 저 밝은 미소의 대비를 본 기자는 '한국에 집과 교회가 무너지면 내가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으로 하며 현장에서 돌아섰다.

거친 나무조각과 못들이 널부러져 있는 이 폐허가 된 예배당에서 아이들은 그저 웃으면서 뛰어다닌다. 아이들이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되다가도, 저 작은 발이 못을 밟아 상처가 날까 다시 걱정이 된다.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 한 아이는 카메라를 든 기자를 보고 한껏 포즈를 취했다.

조금 더 아래로 조노 오게(Jono-oge)라 불리는 지역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이 모두 울퉁불퉁해졌다.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내려서 걸어들어갔다. 아스팔트 도로가 끊어지고 갈라져 계단을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차의 출입을 막은 줄로만 알았는데 갑자기 도로 한 가운데에 옥수수밭이 나타났다. 분명히 지도엔 이 도로가 직진으로 나오는데 눈 앞엔 옥수수밭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PCK 재난대책위원장 윤재남 선교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원래 왼쪽에 옥수수밭이 있었는데 여기까지 쓸려내려온 것이에요. 그리고 이 자리에 교회가 있었고, 지진이 일어난 그 때 한 기독교학교가 이곳에서 수련회를 하고 있었는데 200여 명의 아이들이 거의 다 묻혀 버렸죠. 밀려서 저 끝까지 내려가버리고 다시 덮여버린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사진으로 찍어도 보여줄 게 없어요, 이게 사실 다 덮여버린 건데…."

인도네시아 선교사들은 아픈 마음을 기도로 주님께 맡기고, 살아남은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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