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와 함께한 한반도 에큐메니칼 여정

세계교회와 함께한 한반도 에큐메니칼 여정

[ 연중기획 ] 2열려라 통일시대-세계 교회(에큐메니칼 기구)의 협력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10월 19일(금) 17:15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은 한국교회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의 주요한 이슈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교회가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가장 중요한 정책 사안으로 채택해 온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전쟁과 오랜 분단 역사 속에 수많은 만남과 회담이 진행됐고, 정책과 성명이 발표됐다. 이 과정 중에는 미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아시아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교회적 연대와 참여가 있었기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에큐메니칼 여정'이 가능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특별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교회협의회(NCCUSA)의 움직임은 활발했다. NCCUSA는 1970년 1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첫 협의회를 열어 '동북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래와 곤경'을 주제로 한반도 평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어 1977년에도 '안보, 인권, 평화'를 주제로 협의회를 갖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와의 협력을 공고히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독일교회협의회(EKD) 등이 NCCK 와 관계를 맺고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통일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세계교회의 관심을 한반도로 이끌었다.



#세계교회 참여 이끈 '도잔소회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세계교회의 관심은 1984년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가 일본 고탠바시에서 주최한 '도잔소협의회(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정의에 관한 협의회)'가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1948년부터 한반도 분단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WCC는 일본 도잔소 협의회를 통해 한반도 통일 문제를 본격적인 세계 교회 차원의 평화 운동으로 논의를 확산했다. 특별히 도잔소 회의를 통해 남·북한 대표가 만나 대화를 시도했고, 통일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은 당시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획기적인 사건으로 여전히 기록되고 있다.

특별히 남북 관계가 개선된 상황 속에 1985년에는 WCC 국제관계위원회 나이난 코쉬 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해 조그련과 최초의 만남을 갖고 에큐메니칼 접촉을 시도하면서 교회 차원의 만남도 본격화됐다. 이후 1986년엔 스위스 글리온에서 열린 글리온회의에서 WCC 주선으로 한국교회와 북한 조그련과의 만남이 남북전쟁 이후 최초로 이루어진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런 만남은 1988년 제2차 글리온 회의에서 매년 8월 15일 직전 주일을 평화 기도 주일로 지정하고 세계교회와 남과 북 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기도하는 성과도 이뤘다. 이어 1987년 11월에도 WCC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1989년 9월 WCC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정책 선언'을 논의하고 '전 세계 에큐메니칼 공동체가 한반도 평화와 정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선언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교회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NCCK는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88선언)'도 선포하고 한국기독교 최초로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신학적·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WCC는 1989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와 1991년 캔버라 총회, 1998년 하라레 총회, 2006년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도 한국과 북한 교회 지도자들이 만남을 갖고 교류를 지속했다. 특별히 2009년 10월에 열린 도잔소회의에서는 1984년 도잔소회의 25주년을 기념해 '정의, 평화, 통일'에 대한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WCC 제10차 부산총회 '세계교회 한반도 평화 통일 선언'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WCC 10차 총회는 남북한 긴장 상태가 최고조로 이른 상황에서도 성명서를 채택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세계교회의 노력과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성명서는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고, 안보가 가장 심각하게 위협받는 동북아시아에 신냉전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하며, "세계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정의를 이룩하고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사역에 새롭게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WCC 제10차 총회 이후, WCC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했다. 2014년 6월 스위스 보세이에서 열린 '도잔소 프로세스' 30주년을 기념한 회의에서는 남·북 교회 대표들이 참석해 한반도 화해와 평화 증진 방안을 모색했고, 2015년 10월에는 WCC 한반도에큐메니칼 포럼 회원, 한국교회 대표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에큐메니칼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해 에큐메니칼 모임도 가졌다. 이외에도 2016년 11월에는 홍콩에서 WCC 주최로 '한반도 평화 조약에 관한 에큐메니칼 국제협의회'가 열려 성명서를 채택하고 한반도 정전 협정을 평화 조약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한반도 평화협정을 위한 에큐메니칼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교회, 한반도 프로세스 지지

특별히 지난 2018년 6월 15~21일에는 스위스 제네바 에큐메니칼 센터에서 WCC 제64차 중앙위원회가 열려 4월 남북정상회담과 6월 싱가프로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변화된 한반도의 평화적 전망을 재평가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성명까지 채택했다. 또 중앙위원회 기간 중 진행된 WCC 창립 70주년 기념예배에서는 NCCK 이홍정 총무와 예장 총회 변창배 사무총장 등 한국교회 대표와 북한 조그련 강명철 위원장이 세계교회 인사들 앞에서 손을 잡고 찬양하며 감동을 선사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당시 WCC 중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롭고 안전한 미래를 위한 정상회담의 첫걸음을 환영한다"며, "남과 북, 모든 당사국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WCC에 의해 시작된 방문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며, 1953년 휴전 협정을 평화 협약으로 전환하고 완전한 통일을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중앙위원회 직후인 22~23일 열린 2018 한반도에큐메니칼포럼(EFK)에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 번영을 위한 에큐메니칼 포럼 성명서'를 채택하고 급변화한 한반도 정세와 향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교회의 의지와 비전을 담아냈다. EFK는 북한 조그련과 합의한 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에큐메니칼 진영의 새로운 직면을 맞이하면서, '도잔소 프로세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판문점 선언에 기초하여 '판문점 프로세스'를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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