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과 나눈 '붕어빵', 영의 양식 되다

이재민과 나눈 '붕어빵', 영의 양식 되다

포항 푸른초장교회, 지진 피해 이재민 1년 가까이 섬겨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8년 09월 28일(금) 13:38
"우리를 잊지 않아 감사합니다. 작은 빵 한조각이라도 나누니 힘이 납니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의 지진은 수많은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100여 가구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속 슬픔을 호소하는 이재민들과 '오병이어'의 교제를 나누는 교회가 있다. 포항노회 푸른초장교회 김치학 목사와 성도들은 지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재민들에게 직접 구운 붕어빵을 나눠주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현장으로 나가 이재민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영육의 양식을 공급했다. 지진피해 2일차인 11월 17일부터 매주 두차례 임시구호소를 찾아가고 있다.

김치학 목사는 "거처를 잃은 이들을 찾아가 말이라도 들어주면 위로가 되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붕어빵 봉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 붕어빵을 구워 지역사회 전도를 해왔던 푸른초장교회는 지진이 발생하면서 긍휼의 마음으로 붕어빵 기계를 갖고 임시구호소로 향했다.

김치학 목사가 2000년 개척해 현재 상가 지하층에 있는 푸른초장교회는 재정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아 처음에는 전용 푸드트럭 없이 붕어빵 기계를 바닥에 깔아놓거나 승합차 뒤에 얹혀놓고 봉사했다. 최근에는 소속 포항노회가 재료비를 지원하러 왔다가 현장상황을 보고 조그만 트럭을 구입해주는 것으로 협력했다.

붕어빵 봉사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까지 진행한다. 지진피해 초기에는 하루 350개의 붕어빵(밀가루 20kg 분량)을 구웠다. 그러다 이재민 일부가 거처로 돌아가며 현재는 150개 정도 굽는다.

한달에 들어가는 돈이 상가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한달에 80만원 정도 재료비가 들다 최근에는 4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김치학 목사는 "푸드트럭이 생기기 전에는 겨울에 영하 13도 추위에도 좌판을 깔고 붕어빵을 구웠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이재민들은 이제 푸른초장교회의 붕어빵 트럭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모여 서로의 애환을 털어놓고 있다. 현재 현장에는 봉사단체가 모두 철수하고 푸른초장교회만이 남아 이재민들의 벗이 되어주고 있다.

김치학 목사에 따르면, 이재민들이 "우리 식구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붕어빵 전도와 봉사를 하며 나와 성도들 모두 복음에 대한 사명감이 더욱 투철해졌다"며, "처음에는 섬김의 대상자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과 애환을 나누며 왜 예수님께서 이곳을 찾아 전도하게 하셨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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