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마다 '사철의 봄바람' 불게 한 그가

가정마다 '사철의 봄바람' 불게 한 그가

작곡가 구두회 장로 별세, 교계 애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9월 27일(목) 18:51
구두회 장로와 그의 아내 김경환 장로. /사진출처 Midwest University 총동문회 카페
그가 작곡한 곡 '사우월(思友月)' 앨범의 표지
찬송가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어머니의 넓은 사랑' 등을 작곡하며, 한국교회 음악에 큰 획을 그은 구두회 장로(작곡가·남산교회 원로)가 지난 9월 24일 별세했다.

1921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주변 목사들의 도움으로 평양요한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의 작곡가 이우선 박사가 지휘하는 찬양대가 하이든의 '천지창조'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음악적 충격을 받은 그는 이 박사의 제자가 되어 음악을 배웠다.

당시 평양 창광산교회의 지휘자로 있던 구 장로는 반주자였던 아내 김경환 장로를 만나 사랑을 키웠다. 김 장로가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오고, 그 후 구 장로가 또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동경제국고등음악학교 작곡과에서 수학하는 바람에 둘은 오랜 기간 헤어져 있어야 했고, 갑작스럽게 해방을 맞아 3.8선이 그어지면서 둘은 만날 수 없게 됐다. 김 장로는 여성의 몸으로 소련군에 8번이나 붙잡히면서도 3.8선을 넘어 구 장로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 러브 스토리는 그의 곡 만큼이나 유명하다.

구 장로는 1946년부터 1954년까지 대전사범 음악교사로, 1954년에서 1957년까지 배재고에서 교사로 재직했다. 결혼 후 미국교회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보스턴대학 음대와 대학원 작곡과에서 공부했다. 이후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1986년 정년퇴임했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찬송 중 하나인 '사철의 봄바람 불어 잇고'는 '화수분'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목사인 전영택 목사가 단란한 가정을 소망하며 가사를 먼저 창작해놓은 것에 구두회 장로가 1967년 곡을 붙인 작품이다. 이 곡을 위해 이례적으로 곡조 공개모집이 진행됐는데 곡을 제출한 수십명의 사람들 중 구 장로의 곡이 선정됐다. 구 장로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행복한 가정을 소망해왔는데 이 곡의 가사가 자신이 그리던 가정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구두회 장로는 생애동안 100여 곡의 찬송곡을 작곡했으며, 숙명여대 이외에도 감신대, 서울신대, 한국신대, 연세대 등에서도 교회 음악 후학들을 양성했다. 이외에도 구 장로는 어린이 노래집 '백합화'(1961), 교향시 '어둠을 깨치는 아침'(1962) 등 수많은 가곡과 합창곡을 작곡했으며, 저서로 '찬송가 다루기와 그 강해', '화성학연구' 등이 있다.

구 장로의 장남인 구자경 교수(카이스트 명예교수)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아버지는 '사철의 봄바람 불어 잇고'가 다른 나라의 교회에서도 번역되어 불리고 있는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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