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한 작은 희망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우리가 전한 작은 희망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창립 25주년 맞은 한아봉사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8년 09월 11일(화) 10:07
지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사단법인 한아봉사회(이사장:유종만) 25주년 기념 2018 봉사선교 현장 탐방이 베트남에서 진행됐다.
사랑의 집짓기 현장을 방문한 한아봉사회 일행들.
[베트남=최은숙 기자] 아주 담백하다 못해 조금은 심심해 보이는 그저 그런 사각형 모양의 반듯한 집 한 채였을 뿐인데. 그녀가 울었다. 목이 메어 "감사하다"는 말도 이어가지 못할 만큼 뜨겁게 울었다. 그리고 우리도 함께 울었다.

지난 8월 27일부터 31일까지 사단법인 한아봉사회(이사장:유종만) 25주년 기념 2018 봉사선교 현장 탐방이 베트남에서 진행됐다. 한아봉사회 이사 등 회원교회 관계자들이 동행한 이번 탐방은 한아봉사회가 베트남에서 전개해 온 복음의 결실을 점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아울러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한아봉사회의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선교전략 모색을 위해 라오스와 캄보디아 코디네이터로 사역하는 장기선 윤순옥 선교사와 송준섭 선교사도 동참했다.

베트남의 메인 사역은 단연 '사랑의 집짓기'다. 예장 총회 제1호 베트남 선교사로 파송된 김덕규 장광숙 선교사는 지난 2001년부터 한아봉사회 코디네이터로 '사랑의 집짓기'를 시작해 현재까지 1800여 채의 집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41채가 지어졌고 푸득면과 안비, 롱호, 쨘안, 히우 탄 씨 등이 입주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남부 메콩강 부근에서서 작은 통통배를 타고 30분 쯤 더 들어간 작은 마을이었다. 야자잎으로 덮은 지붕과 저지대 바닥에 임시기둥으로 세워진 집. 물이라도
사랑의 집을 선물받은 젊은 부부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들어오면 바로 쓰러질 것같은 열악한 환경이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희망도 꿈도 잃어버린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고작 4mX8m 규모의 창문도 없는 작은 벽돌집이 이들에게 새로운 소망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만난 그녀의 뜨거운 눈물은 단 한번도 꿈꿔보지 못한 삶에 대한 기대와 떨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루 일당이 고작 5000원에 불과한 이들에게 꿈 같은 일들이 펼쳐지 것이다. 한국 돈으로 200만원이면 새 집과 암송아지 한 마리를 한 가정에 전할 수 있다. 암송아지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는 한아봉사회에 헌금하고, 나머지는 어떤 방법으로든 개인이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덕규 선교사는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는 작은 희망이 된다. 소망이 없던 이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주는 것이다"면서 "사랑의 집은 우리의 인격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사 조재호 목사(고척교회)는 "현장에서 직접 본 선교지는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면서 "그들의 눈물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감동을 전했다. 박재필 목사(청북교회) 또한 "우리가 참 많은 일들을 했구나,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아봉사회가 이처럼 지속적으로 선교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빈롱성 당인민위원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선교제한지역에서 기독교선교단체가 선교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빈롱성 당 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당 주석은 한아봉사회를 환대하며 "우리에게 해준 일들을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인민들을 대표해 한아봉사회가 우리와 좋은 관계를 지속해주길 바란다"며 감사를 전했다. 지난 25년간 한아봉사회가 저해온 대가 없는 사랑과 선교사의 헌신과 열정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사랑의 집 짓기 외에도 베트남에서는 다음세대를 양육을 위해 새싹 유치원, 쨔꼰 유치원, 빈민 유치원, 떤빈 유치원, 롱또안 초등학교 등 학원선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 인구의 70%가 30세이하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전쟁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공산주의가 뿌리깊지도 않다. 김덕규 선교사는 "이제는 문화, 교육 선교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젊은이들과 호흡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봉사회의 메인사역은 사랑의 집짓기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님 오실 때까지 지속한 가능한 사역은 다음세대들에게 기독교의 사랑을 전하는 교육일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선교방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한아봉사회도 선교의 새 패러다임을 세워나가야 할 때라는 데 생각에 동의했다. 안홍철 사무총장은 "최근 현지교회가 자국민의 인권 보호를 요구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회의 선교 폭을 확장하기 위해 부산장신대 세계선교연구소와 함께 3년 프로젝트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탐방기간 중에는 '한아봉사회 25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고 한아봉사회가 지난 시간동안 실천해 온 사역을 되돌아보며 서로를 격려하는 뜻깊은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세미나 후에는 이사장 유종만 목사가 그동안의 헌신과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4개국의 현지 코디네이터 선교사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나눔과 섬김의 사랑은 수단이 될 수 없다. 한아봉사회의 손길들이 그랬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묵묵했고 거창하지 않았지만 뜨거웠다. 잔잔하지만 가장 깊고 묵직한 방법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수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들을 계속 해야 한다"는 봉사회의 손길들이 참 아름다움 순간이다.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에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치니라"(신 15:11)



"그들에게는 삶의 전부, 후배 목사들 계속 애써주길"

유종만 목사 인터뷰


사랑의 집에 새로 입주하는 '히우 응이아'아주머니 집을 방문했을 때다. 그녀는 부모에게 버려진 한 소년을 아들처럼 키우고 있었다. "새집을 지어줘서 고맙다"는 히우 응이아 아주머니는 함께사는 어린 소년을 소개했다. 이제 겨우 10살 남짓한 소년은 "가난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사장 유종만 목사(시온성교회)는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보자"면서 쓰고 있던 모자로 헌금함을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함께 한 일행들은 정성을 모았고, 소년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날 모아진 헌금은 빈롱성 인민위원회에 전달됐고, 소년은 다음 학기부터 학교에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현장에서 비일비재 한 일"이라면서 "그들을 돕고 섬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아봉사회 창립멤버로 활동한 유종만 목사는 "이러한 진심들이 쌓이고 쌓아서 25년까지 온 것 같다"면서 "가장 큰 성과는 베트남 정부와 정치관계를 떠나 신뢰를 쌓은 점이다. 활동 초반에는 생각지도 못하 일"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2월 제4대 이사장의 임기를 마무리 하는 유 목사는 "우리에겐 볼품없고 초라한 집이지만 이들에게는 삶의 전부"라면서 "현장에 올 때마다 그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이 모든 사업들이 지속될 수 있도록 후배 목회자들이 애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아봉사회는?

사단법인 한아봉사회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 지역 4개국을 대상으로 섬김과 나눔사역을 실천하는 기독교 NGO다. 1992년 창립됐으며 76개 교회회원과 31명의 개인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든 회원교회는 예장 총회 소속교회들로 구성됐다.

주요선교활동으로는 어린이, 청소년 교육 사업(고아원, 어린이 집,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지원) 사회교육사업(문맹퇴치, 컴퓨터, 직업교육 등) 의료보건사업(기초 의료보건 등) 지도자 개발 사업(신학생, 평신도, 농촌 지도력개발 등) 여성을 위한 사업(모성보호, 여성교육, 소득증대사업 등) 사회 환경개선사업 자연 환경 보전사업 등이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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