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낌바 220번지의 기적

미낌바 220번지의 기적

[ 땅끝편지 ] 베트남 강영미 선교사(8)

강영미 선교사
2018년 08월 15일(수) 10:49
심장병 수술 지원의 수혜자로 다시 만나게 된 투이 자매(왼쪽에서 네번째)와 강 선교사 부부.
2012년 2월 3일 우리는 다시 베트남에 입성했다. 현지에서는 우리가 다시 온다는 것이 이야기꺼리였다. 이제 우리가 어떤 사역을 할 것인가에 대해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문 선교사는 이전에 했던 병원 협력선교와 신학교 사역의 가능성을 살폈고, 나는 한인교회 사역을 통한 비젼을 제시했다. 도착 후 나는 호치민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는 지를 타진했고, 그 사이 문 선교사는 훌륭하게 지어진 선교 병원의 수술을 돕는 사역을 재개했다. 또한 베트남 목회자의 요청으로 예전처럼 현지 교회에서 주일 진료사역도 시작했다. 나는 지속적으로 한인교회 사역을 찾았으나,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베트남에는 수 만 명의 한인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현지인과 한인의 복음화 비율은 매우 낮았다. 우리는 계속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녔고, 드디어 한 달 여만에 주일에 첫 예배를 드렸다.

교회 이름은 '호치민참조은광성교회'로 지었다. 개척 동역자인 이서용 목사는 남편의 의과대학 후배로 침례교 목사였다. 그들은 모든 갈등과 어려움을 초월해 이 땅에 선교적 공동체를 세우겠다는 생각만 했다. 다짐이 순수하고 정결했기에 두려움도 없었다.

교회 개척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은 교회에 대해 잘 모르거나 믿음이 좋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전자였다.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과정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주님이 허락하시면 흘러갈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닫으실 것이라며 용기있는 척했으나, 사실 오늘까지 온 것은 모두 주님의 섭리였다. 즉 목회는 주님이 하시고 우리는 주님의 옷자락을 붙잡고 순종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개척 당시 하나님이 보여주신 기적은 심장병 수술이었다. 부활절을 맞아 교회 운영위원회는 달걀을 삶는 대신 베트남인의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이 결의에 따라 우리는 베트남 현지 교단에 심장병 환자를 추천해 줄 것을 의뢰하고 기다렸다. 두어 달이 지나 어느 가난한 전도사의 부인이 수술을 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는 그 전도사 부인을 만난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수혜자가 우리 교회를 찾아왔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가난한 전도사의 부인은 바로 투이(Thuy)였다.

투이는 첫 베트남 사역 때 집에서 성경공부를 가르쳤던 자매다. 우리는 다시 사역을 시작하며 전에 함께했던 형제, 자매들을 수소문해 대부분 만나보았는데, 유독 연락이 닿지 않았던 자매가 바로 투이였다. 그런데 그 투이가 심장병에 걸려 창백한 얼굴로 우리 교회를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5년 전 심장병 진단을 받았는데 돈이 없어 수술을 미루다가 어느 한인교회가 수술을 도와준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 한참을 붙잡고 울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우리교회는 이 분명한 표적을 통해, 하나님이 생명을 살리는 심장병 수술을 기뻐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이 확신은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전도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우리는 처음 교회가 세워진 미낌바 220번지에서 빠르게 사역의 폭을 넓혀 갔다.

우리는 스스로를 뜨겁고 새로운 선교적 교회라고 여겼다. 한인 디아스포라가 예배로 변화되면 베트남 교회도 더불어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선교적이고 유기적인 교회공동체를 소망했다. 우리 교인들은 이 투이의 심장병 수술을 '미낌바 220번지의 기적'이라 불렀다. 필자는 우리 교회의 부흥 역시 미낌바 220번지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강영미 목사 / 총회 파송 베트남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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