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하나님의 뜻을 알려줄 수 있는가?

로봇이 하나님의 뜻을 알려줄 수 있는가?

[ 연중기획-인공지능시대를읽다 ] (14)인공지능 시대와 목회상담

장보철 교수
2018년 08월 17일(금) 10:06
정보의 분석과 전달을 넘어 하나님과의 만남 등 보다 깊은 내면적 성찰을 목적으로 하는 목회상담을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기술, 의료, 산업 분야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관심의 초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일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알파고' 바둑시리즈는 인공지능이 인간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 알파고의 놀라운 능력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인간 삶에 긍정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인공지능을 이용한 세탁기, 자동차, 비행기, 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하는 상담 분야에도 인공지능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러나 여타 분야와 비교해서 목회상담에서는 아직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좁게는 목회상담학, 넓게는 기독교계 전반에 걸쳐서 이에 대한 연구와 대안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인공지능을 목회돌봄과 목회상담학적 측면에서 살펴보기 전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담의 긍정적인 역할을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인공지능 상담은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라는 맥락에서 유용하다. 지시형 상담보다는 비지시적 상담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오랫동안 상담학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로저리언 심리치료의 핵심인 '내담자에 대한 상담사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다. 즉, 진정한 치료는 치료사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내담자는 비록 인공지능이 기계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들어주고 질문을 던질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상담사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부담이나 거부감을 내담자는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상담사는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깊이 있는 감정을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와 감정을 객관적으로 대면해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수준에서는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인공지능 상담사는 전문 상담사가 되고자 하는 이에게 좋은 실습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계가 상담사가 돼 상담사가 되려고 하는 이로 하여금 내담자 역할을 함으로써 상담의 역동적인 과정을 좀 더 실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역으로 내담자가 돼 인간 상담사의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을 수 있으며, 또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목회상담의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목회상담의 역할은 내담자로 하여금 문제와 상황을 대면하고, 올바로 이해하며 해석해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목회상담은 일반 상담에서 더 나아가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 고통, 어려움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신앙적이고 영적으로 발견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도록 이끈다. 즉, 단순한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인간, 삶, 보람, 가치, 신앙 등에 대한 보다 깊은 탐색'이야말로 목회상담이 지향하는 목적인 것이다.

인공지능 주창자들의 주장대로, 인공지능이 다양한 종교를 시뮬레이션해 종교의 역할을 실행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과연 온갖 종교의 이론과 교리와 의식들을 빅 데이터화해 인공지능이 자율적으로 분류하고 실행한 종교적 판단과 교리들이 진정으로 종교적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혼합 종교가 진정으로 전통적인 종교가 담당하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위의 질문에 대해 종교마다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신이나 종교는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이 될 수 없으며, 기독교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자신의 형성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다시 오실 종말론적 믿음을 강조하는 기독교는 인간이 만든 창조물인 인공지능이 다시 만들어 낸 종교와 신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종교와 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우상과 다름 없다. 인공지능 상담사처럼 빠른 시간에 필요한 정보와 방안을 도출해 내지는 못하지만 목회상담사는 혼돈과 갈등 속에서 내담자가 희망을 찾도록 돕는 한편, 상담의 현장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자리를 잊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기계 우상이 인간을 전혀 따라올 수 없고 닮을 수 없으며 초월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하나님에 대한 경험과 갈망일 것이다. 목회상담은 내담자와 성육신적으로 공감하시며 그 안에 내주하시는 하나님을 내담자로 하여금 경험하도록 돕는 과정인 것이다.

일부 인공지능 주창자들은 인공지능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고 예배하거나 축복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만든 신이 인간에게 진정한 치유와 행복을 가져다 줄 수는 없다. 빅데이터에서 뽑아낸 각자에게 최적화된 신에게 예배하고 축복을 받으려 한다면 우리는 더욱 더 깊은 심리적, 관계적, 영적 공허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이 자신이 창조한 인공지능에게 상담을 받는다면 인간은 결국 자신의 존재 가치와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목회상담학계와 기독교계 모두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간이 바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장보철 교수 / 부산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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