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달

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달

[ 9월 목회계획 ]

황영태 목사
2018년 08월 14일(화) 10:00
9월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들어 있는 달이다. 현대인들은 고달픈 직장생활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여 살기 때문에, 가족들을 잘 만나기가 어렵고, 잊고 사는 때가 많다. 그러다가 추석 연휴가 되면 일들로부터 해방되어 가족들을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게다가 가족들은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재충전의 좋은 기회가 된다. 그래서 9월은 '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달'로 삼아보자. 보통은 5월을 가정의 달로 지키지만, 9월은 가족 속의 나를 찾는 달로 삼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면 교회에서는 어떤 행사를 하는 것이 좋을까? 교회는 한달 이래봐야 한 주일에 한 번씩, 네 번 정도 모이는데 그치기 때문에, 많은 행사를 계획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한 달에 한 가지 행사나, 많으면 두가지 행사만으로도 성도들은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므로 버거워 하기가 쉽다. 행사를 많이 하여 '뭔가 열심히 하는 교회'라는 인상을 주려 하기 보다는, 한 가지 행사를 하더라도 그 의미를 생각하고 여유를 두고 깊이 새기게 하는 방향으로 목회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추석합동추모예배

'추석합동추모예배'를 제안해 본다. 추석 때 가족들끼리 함께 모여 예배 드릴 수 있는 예배 모범을 프린트하여 나누어 주는 것도 좋지만, 일년에 한 두차례 정도는 온 성도들이 함께 모여, 교회의 먼저 가신 어른들을 떠올리며 추모 예배를 드린다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도 깊어지고, 자기 교회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게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믿음의 가족들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예배 시기는 추석 바로 전 주일이 좋겠고, 주일 예배 후에 따로 시간을 내어 간단히 드리든지, 오후 예배나 저녁예배가 있는 교회는 그 시간에 해도 괜찮으리라 생각된다.

장소는 먼저 가신 믿음의 선배들을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예배를 드린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필자의 교회는 창립 100주년 기념으로 "추모의 벽"을 만들었다. 교회당 뒤뜰, 야외에 돌로 벽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고인들의 이름을 새긴 벽돌들을 쌓아 올리도록 했다. 디자인을 예쁘게 했더니 보기도 좋고, 주변에 휴식공간을 두어 잠시 쉬어 가도록 했다. 성도들은 자신들의 부모와 형제의 이름이 돌에 새겨져 교회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뿌듯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년에 두 차례(한식,추석) 합동 추모예배를 드릴 때는 먼 곳으로 떠났던 교인들도 가족들을 보러 찾아와서 함께 예배 드리고 즐거운 만남을 가진다.

서양에는 'Church Yard'라고 해서 교회 뜰에 무덤이 있지만, 우리 나라는 죽음을 멀리하는 관습때문에 교회 안에 시신이나 뼈를 묻어두거나 보관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종말을 고대하고 오늘을 사는 신앙이다. 죽음을 잃어버리면 삶도 잃어버린다. 장차 있을 죽음을 생각하고 오늘을 살 때만이 참 삶을 살 수 있다. 믿음의 선조들의 이름 만이라도 기념이 될 만한 곳에 새겨 두는 것은, 오늘 우리의 신앙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절대로 조상 숭배가 아니며, 오히려 조상들의 신앙을 기억하고 본받으려는 것이며, 영원한 천국을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가족별찬양대회

또한 '가족별 찬양대회'를 제안해 본다. 이것은 1, 2등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가족인 교회의 성도들이 함께 더불어 한 가족 된 것을 축하하며 즐거워하는 모임이 되면 좋겠다. 미리 행사를 알려서 가족 별로 신청을 하도록 하고, 반주가 필요한 가정은 반주가 가능한 성도의 리스트를 교회에서 만들어 소개해 주어 가족들이 연습할 때부터 함께 맞출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젊은 남녀 청년을 선정하여 사회를 보게 하면 전체 분위기가 더욱 발랄하고 생동감이 생긴다.

시상은 '최다가족상', '인기상', '화합상' 등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을 줌으로써 모든 참가자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은혜로운 팀 하나를 선정하여 주일 예배 특송을 부르도록 하면 풍성한 예배가 될 것이다.

행사는 치렀다는 것만으로 지나가지 말고, 후속 모임을 가짐으로써 각자가 느꼈던 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 때 사람들 중에는 행사나 준비를 비판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허용하면 수고롭게 준비한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평가모임은 준비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나누도록 하고, 참가자 후속 모임에서는 비판은 자제하고, 자신이 얻은 경험과 감동을 나누고, 남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모임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유익할 것이다.



목회자도 가족에게 돌아가자

목회 계획 속에는 교회와 성도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을 위한 계획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목회자들이 하나님께 헌신하는 마음에서 열심히 성도들 만을 위해 사역하다 보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과부하가 걸려서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목회는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듯이 단기간에 무슨 결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자기를 관리하며 멀리 내다 보고 자신의 보폭을 유지해야 목회를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9월은 목회자 자신의 가족에게로 돌아가자. 가족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자신의 뿌리이며 떠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가족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만나기 싫어하는 분도 있고,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는 분도 있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들이 있겠지만, 목회자의 가족관계는 그 목회자가 맺은 교회 가족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교회는 하나의 큰 가족과 같은 기관이기 때문이다. 교회 가족 안에 많은 작은 가족들이 존재한다. 각각의 작은 가족은 큰 가족에게 영향을 주고, 큰 가족은 각각의 작은 가족에게 영향을 준다. 만약 어느 한 작은 가족이 건강치 못하여 위기를 당하면, 그 영향으로 큰 가족의 정서가 불안해지거나 긴장하게 되며, 거꾸로 큰 가족이 건강치 못하면, 작은 가족들도 함께 걱정에 휘감기게 된다.

그런 작은 가족 중에 큰 가족과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목회자의 가족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도 자기 가족에게 돌아가서 자신을 찾자. 내가 누구며, 어디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가려 하는지, 가족 안에서 나의 익숙한 관계 패턴은 무엇인지 등은 가족에게 돌아갈 때만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목회 관계에서도 똑같이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장 시키는 중에 목회에서의 관계도 새로워지는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9월은 가을이 열리는 달이다. 뜨거운 여름 동안 교회학교와 각 기관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섬겼던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그 열매들이 잘 익어가도록 돌보고 가꾸는 일은 누구보다도 목회자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목회자 자신부터 겉으로 드러나는 외면적인 일에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돌볼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기도로써 하나님과 깊은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에게 기회를 준다면, 사랑의 하나님은 목회자로부터 생명의 샘물이 시작되게 하시고, 그 물이 성도들에게로 흘러가 많은 생명들을 소생케 하고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하실 것이다.



황영태 목사/안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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